산행기/春
지리산 바래봉 2006520
서로조아
2013. 4. 10. 14:45
산님들이 극찬하는 지리산 바래봉 철쭉을 찾아서 2006.05.20(토, 박무) 수철리(12:10)→학생교육원(12:15)→세동치(13:10)→부운치(14:00)→헬기장(14:10~15:00)→팔랑치(15:35~55)→삼거리(16:15)→샘터→바래봉(16:30)→덕두산(17:00)→휴양림갈림길(17:10)→산림욕장날머리(17:55)→주차장(18:10) 산님마다 극찬하는 지리산 바래봉 철쭉! 그분들이 정성으로 올려주시는 아름다움 사진과 실감나는 산행기를 접할지라도 내 자신이 실제로 인사드리지 않고서는 짝사랑으로 끝나는지.... 자연도 실질적으로 땀 흘리는 자에게만 자신의 정기를 부어 주시는 가 보다. 보고 읽어서 아는 것과 실제로 인사드려서 아는 것에는 이처럼 판이하게 차이가 있으니... 며칠 전부터 왕시루봉으로 올라 노고단에서 1박하고 바래봉으로 가볼까 생각했는데 초행길이라 하산시간이 불확실하고 거꾸로 바래봉에서 노고단을 향하면 늦어도 괜찮을 듯한데 만개시점이 휴일과 겹친지라 안내산악회를 따라간다. 예정된 들머리에 내리자마자 바닷가의 게처럼 잠깐 볼일 보는 사이 모두 사라지고.... 지도가 있으니 나홀로 가도 괜찮겠다 싶은데 계곡가의 붉은 철쭉이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마음 편히 올라 가세요 한다. 소나무 숲속 연녹색 비단길을 거닐다 보니 계곡 물소리에 실려 오는 시원한 바람에 나도 몰래 시동이 걸린다. 산허리를 지나다 너덜지대 밑으로 솟구치는 물로 세수도 하고.... 갑자기 사람 소리가 들리더니만 주능선 이다. 정령치에서 넘어오시는 산님들로 그야말로 한가할 틈이 없다. 짙은 박무속에 반야봉이 어슴프레 내려다 보시고 발아래 부운리 마을 앞 골자기가 뱀사골 같다. 키 작은 잡목속의 오솔길을 뒤따르는 산객들에게 밀려가다 옆으로 빠져 나와 보니 세걸산 뒤로 고리봉이 보이고 그 넘어로 살짝 내민 봉이 만복대 같다. 그 사이에 정령치가 있을 것 같고... 세동치에서 1시간정도 오르락 내리락 하니 부운치다. 헬기장에 올라서니 이제까지의 분위기와 전혀 딴판으로 잡목은 보이지 않고 붉은 철쭉이 여기 저기 무리지어 바래봉으로 이어지는 사면이 온통 ..... 헬기장에서 서둘러 에너지 보충하고 자칭 돌파리 사진작가인 나도 철쭉무리들을 살피며 포인트를 찾아 이리저리.... 능선따라 무리지어 살아가는 철쭉은 덩치 큰 것도 있고 내 키만한 철쭉가족도 있으니 참으로 놀랍기만 하다. 일부러 조성한 것은 분명 아닐 것 같은데 마치 산상 공원 같기도 하고.. 열심히 정경사진 찍다가도 나도 부탁하고 상대편도 찍어 주는데 오를수록 화려함은 더해 팔랑치 부근에선 아에 철쭉 동산이라 할 만큼 집중되어 있다. 아쉬운 생각에 뒤돌아보면 또 다른 멋으로 발목이 잡히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철쭉과 눈 맞춤하다 보니 함께 오신 산님들 벌써 바래봉 넘어 덕두산 정상을 지난다며 내년에 단둘이서 다시 만나자 한다. 그제서야 정신 차리고 철쭉동네를 빠져나오니 외톨이 소나무가 특이한 모습으로 잘 가고 또 오라하시는데 모든 가지가 중간에서 똘똘 뭉쳤다가 좌우에만 큰 덩치를 이루고 있으니 신비롭기만 하다. 어쩌다 저런 모습이 되었는지..... 모퉁이를 돌아가니 예전에 산사태가 났던 모양이다. 중봉밑 칠선계곡 사면도 매미로 그렇했는데.... 자연도 지나치게 화나면 스스로를 훼손시키는가 보다. 만물의 영장인 우리들이 교만하게 감사한 줄 모르고 과욕만 부리니 자연도 화날 때가 있겠지..... 운봉읍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바래봉 쪽으로 10여분 가니 조그만 샘터에서 시원한 물이 콸콸..... 물 한바가지 몽땅 마시고 바래봉 정상(1165)을 향한다. 바래봉 주변은 온통 풀밭이고 육산인지라 폭우가 내리면 이곳도 산사태가 우려된다. 이제까지 왔던 길을 되돌아보며 고별인사 드리고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덕두산 정상(1150) 가까울 쯤에서 두 분의 여성 산님 모시고 가시는 총무님을 만난다. 오를 때부터 황급히 사라진 산님들에 겁먹고 힘겨워 하셨던 그 분을 또 만나니 반갑지만 몹시도 지친 표정으로 철쭉군락지에서 만났으면 좋았을 걸 하신다. 함께 해드리지 못해 미안한 생각도 들고.... 대간길에서 우측으로 빠져 흥부골 휴양림 가는 길은 소로인데다 주변이 온통 다래 산머루 넝쿨로 정글속 같다. 꾸룩꾸룩 하던 물소리는 가끔 너덜지대 밖으로 나왔다가 이내 사라지고.... 드디어 계곡물이 자신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제법 넓은 비단길이 이어지는데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키 큰 장송들이 뿜어대는 솔향기가 어찌나 좋은지.... 정신차려 보니 이곳이 흥부골 자연휴양림이라고..... 벌써 모든 분들이 기다리시고..... 송구스럽지만 뒤처진 여성산님 덕분에 그래도 조금은.... 60세 이상 되시는 분들도 10여분 계셨는데 예비군 훈련보다 강도 높은 산악행군을 이처럼 즐겨하시니 산신령님이 주시는 정기는 나이에 상관없이 자연과 하나 되게 하심이 분명한가 보다. 지리산 IC에서 팔팔 고속도로에 진입하여 달리는 차중에서 뒤를 바라보니 온종일 쳐다볼 수 없었던 햇님은 붉은 색을 띄고 서서히 기울어 가시며 무언의 말씀을 주시는 듯 한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