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한신계곡의 비경에 취해 세석까지 2008.05.17(토, 맑음) 서부정류장(06:30)→함양(08:20)→백무동(09:10~09:40)→갈림길(09:50)→첫나들이폭포(10:20~30)→가내소폭포(11:00~10)→오층폭포(11:20~40)→한신폭포(12:30~40)→와폭포(13:30)→주목(14:10)→주능선(14:20)→세석산장(14:20~40)→삼신봉전망대(15:00)→거림마을(17:00~18:50)→중산리(19:00)→진주터미날(20:20)
일요일 비온다 해서 집에 가려 했는데 퇴근길에 보니 토요일은 맑단다. 두번의 연휴를 집에서 보냈으니 망설이다 서부정류장으로 달려간다. 함양행 막차 출발시간(19:30)은 30분 여유가 있다. 저녁 들며 생각해 보니 세석에서 하룻밤 자야 할테니 수변공원이나 구경하고 내일 아침 첫차(06:30)로 떠나도 될 것 같다. 앞산 순환로 따라 승마장, 청소년 수련원, 달비골 지나 산자락 돌아가니 보훈병원인데 잔잔한 리듬에 따라 하늘 높이 치솟은 오색 물기둥이 넓은 수면위에서 상하좌우로 춤추듯 출렁댄다. 대구시민이 사랑하는 좋은 휴식처이고 대구의 명물임에 틀림없다. 거창들러 함양인데 곧바로 백무행 버스와 연결된다. 10여분 태운 버스는 시골 어르신들 이야기로 떠들썩하고 한마을 사람처럼 타고 내리며 인사도 나눈다. 인월에서 대부분 내리고 백무 손님은 얼마 안 된다. 산계곡 냇가 따라 칠선계곡 입구 마천 농협에 들렀다 구불구불 올라가니 백무동 종점이다. 옛고을 식당엔 종주하셨다는 3분의 산님이 하산주 마시며 산행이야기로 떠들썩하고... 아침 먹고 도시락까지 준비했으니 느긋한 맘으로 한신계곡을 찾아간다. 천왕봉 갈림길 지나 숲속으로 들어서니 길에서 물이 퐁퐁 솟구치는 곳도 있고 상큼한 연녹색 향기로 가득하다.
사진으로 봤던 한신계곡 떠 올리며 계곡따라 가는데 철다리가 보이더니만 계곡물이 바위틈새로 흘러 내려 넓은 소를 이루고 계곡 위 아래 모두가 비경의 연속이다.
계곡길 내내 주어 담는 즐거움으로 어떻게 올라왔는지도 모르겠는데 두 갈래로 갈라지면서 갑자기 조용해진다. 장터목 쪽 계곡과 작별 인사드리고 우측 계곡으로 들어서는데 숲 아래로 시퍼런 소가 보이며 물소리 들려온다. 조심스럽게 접근해 보니 움푹 들어간 곳에 검푸른 물이 가득하고 은구슬을 연신 쏟아지는데 가내소 폭포란다.
조금 올라가니 또 다른 폭포들이 층을 이루며 떨어지는데 5층 폭포란다.
중간쯤에 복숭아처럼 움푹 파인 폭포도 있고 바위틈새 따라 흘러내리며 맑은 소를 이루니 너무나 아름답다.
수량도 많이 줄었으니 끝이겠지 했는데 또 하나의 폭포가 보인다. 한신폭포란다.
폭포비경에 취해 어떻게 올라왔는지 기역나지 않는다. 조용해졌으니 물이 숨어들기 전에 계곡물 마시며 김밥으로.... ▼물가 움푹 들어간 곳에 앉아서 잠깐씩 발도 식히며 바로 앞에서 일정하게 흐르는 물을 보니 참 신비롭다. 물론 상류측 일기에 따라 조금씩 수위변동이 있겠지만... 비가 내리는 동시에 모두 흘러 내리고, 끝치면 계곡 물도 말라버린다면 어찌될까? 오늘같은 생명체가 깃들기 어렵고 사막같이 황량할 것이다. 내린 비의 상당량은 물탱크처럼 산중 흙이나 나무에 저장될 것이고 오늘처럼 맑은 날엔 저장된 물을 일정하게 내보낸다. 지리산 흙속을 지속적으로 통과하며 수많은 미생물과 함께 유동하기도 하고 나무속을 오르내리며 생명활동을 돕기도 했을 것이다. 미생물이나 나무로 부터 받아낸 성분을 하류로 나르면서 수많은 생명체들을 키우고 물은 자신의 독특함을 내세워 부딫히지 아니하니 모든 생명체가 즐겨 화합하고 지속적으로 순환하니 얼마나 신비로운가? 급경사지로 올라서니 커다란 암반 사이로 소량의 물줄기가 흘러내린다.
너덜지대 오름길을 40여분 오르니 제석봉이 살짝 보이고 주목 한 구루가 반겨 주시는데 철쭉 숲 빠져 나오니 주능선이다.
촛대봉 아래 하늘평원엔 붉은 색이 감돌고 조용한데 세석산장은 오가는 산님들로 떠들썩하다.
하룻밤 묵을 수 있느냐 하니 불가하단다. 예약도 아니 하고 준비없이 왔으니 삼신봉 남부능선은 다음으로 미루어야겠다. 곧바로 하산하면 진주행 버스시간도 맞출 수 있겠다. 거림으로 내려가는데 흐르는 물도 보이고 비단길이 삼신봉 갈림길까지 계속된다. 주능선 건너편과 비교해 보니 완전히 정반대다. 같은 산에서도 능선을 중심으로 판이하게 달라지다니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땅속이 어떻게 이루어 졌길래? 완만하고 정비된 길이니 하산속도가 빨라진다. 갑자기 시야가 열리면서 삼신봉과 남부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계곡은 연녹색 바다를 이루며 길게 뻗어 내리는데 거림은 어디쯤일까? 내려갈수록 수량은 예상보다 늘지 않고 감자바위들로 가득하다.
몇 분의 산님들 쉬는 곳에서 발 식혀가면서 식당 도시락으로 에너지 충전하고 하산길 재촉하니 소나무 사이로 마을이 보인다.
진주행 버스 출발장소 확인후 도토리 묵에 곡주 한잔 할 생각인데 주차장 옆 식당은 잠겨 있고 물어볼 사람이 없다. 대전 한밭 산악회원분들이 곡주 하시며 후미분들을 기다리고 계시길래 진주행 버스 출발장소 물어보니 아는 분이 없다. 막차 출발시간(18:50분)은 1시간가량 남아 있지만 워낙 높은 지역에 몇 안 되는 음식점이라 이곳까지 올라올지 궁굼하다. 하산길에 만난 분이 바로 반겨주시며 곡주 한잔 하라신다. 그렇지 않아도 마시고 싶었는지라 머뭇거리다 단숨에 들이키니 보통 맛이 아니다. 이렇게 좋은 곡주 맛은 처음이라며 인사드리다 보니 나와 갑장이시다. 반갑다며 한잔 더 하라신다. 두 잔을 연거푸 얻어 마시고 오늘 담아온 한신계곡 비경을 한국의 산하에 올리겠다며 물어보니 잘 아신다 하신다. 닠네임 묻길래 김삿갓으로 올린다 하니 또 다른 분이 한국의 산하 김삿갓이냐며 반겨 주신다. 그 분도 곡주 한잔하라며 강권하신다. 두어 잔을 추가로 마시고 산행 동기서부터 끝없이 대화가 이어진다. 40대까지는 산에 갈 생각도 못했는데.... 나도 몰래 사라진 세월 뒤돌아 보니 노력한 대로 된 것 같지도 않고 어느새 50대 중반에 선 심신은 초가을 같기도 하고.... 계속되는 숙제들 도피할 수 없으니 자신의 분수대로 열심히 땀 흘리다 가끔 산행으로 마음의 족쇄를 풀어 줄 수 있다면 이것만으로도 행복한 삶이라 할 수 있겠지요 하니 그 분들도 동감하시는 것 같고... 대전 한밭산악회원 분 덕분에 좋은 농주 실컷 맛볼 수 있어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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