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春

북한산 비봉→문수봉→의상봉... 2009425

서로조아 2013. 4. 10. 15:53



 

 


연녹색 북한산 품안에 안겨 심령의 주인을 찾아


2009.04.25(토, 맑음)

녹번역→탕춘대능선→비봉→사모바위→문수봉→의상봉능선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비는 적은 양일지라도 나무들은 무척 좋아라 했건만 기쁨도 잠시 세찬 바람으로 막 자라나던 어린 순들이 마구 부러졌다.

삶의 환경이 이처럼 급변하다보니 연한 순처럼 억울한 처분을 받을 때도 있는 것 같다.
오랫동안 준비했음에도 소용없어 준비한 것과는 무관한 일터에서 비정규직으로 맴돌게 된다면 이들의 장래는 어찌될까

성실하기만 하면 어디든 정착해서 저마다의 꿈을 키워갈 수 있었던 시절도 있었건만.....

강풍이 잠잠해지고 하늘은 구름 띠로 가득한데 관악산의 아침은 더욱 짙푸르다.
서울 살면서도 못 가본지가 어느새 3년이 되어가는 북한산,
연록색으로 약동하는 모습 보고파 그곳으로 달려간다.

녹번역에서 탕춘대 능선으로 올라보는데 능선따라 성벽이 향로봉 아래까지 이어진다.









유순한 마사토 능선길은 촉촉하고 상큼하니 나도 몰래 룰랄라 하다 보니 구기터널 위를 지난다.







불광사 인근은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고 새로 조성된 공원엔 인공폭포도 있고 어느새 신축 건물이 들어서 예전 모습 찾아 볼 수 없다.



거대한 암반이 땅속 깊은 곳에서 솟구친 쪽두리봉, 칼날능선 향로봉, 장군기세가 넘치는 비봉이 반겨주는데 비봉에서 흘러내린 암릉 또한 대단한 모습이다.















흙도 없고 물도 없는 바위절벽에 붙어 살아가는 소나무
뙤약볕으로 달구어지고 오랜 가뭄까지 겹칠지라도 생명활동 포기하지 않고 지면과 완전 격리된 암반에서도 살아가는 녀석 있으니 삶의 지혜가 신비롭고 놀랍기만 하다.





동양철학에서는 금생수라 했으니 돌에서 물이 생겨 공급해 주었는지...

힘든 중에 뿌리가 드러나 간신히 연명해 가는 소나무에 기대어 앉아 괴롭히는 분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저 멀리 백운대 인수봉 노적봉 만경대 그 앞으로 의상봉 능선이 일시에 반겨주시는지라 바위면에 주저앉아 세세히 살펴보니 황산도 좋다지만 우리의 북한산 너무나 아름답고 웅장하다.















비봉과 사모바위의 신비로움에 취해 달려가는데 큰 바위가 길을 막고 하늘도성 문지기 어인 일로 이렇게 오랜만이냐며 통천문 열어준다.



















특별히 한 것도 없는데 3년만이구나,
감각시계는 갈수록 둔해져 춘하추동 우주시계를 따라잡기도 힘든 것 같다.

깍아지른 바위면 조심조심 올라 하늘도성에 이르니 문수봉이 내려다 보시며 반겨주시는데 두꺼비 바위는 내가 온 줄도 모르고 저 아래 속세만 응시하고..







마당바위에 앉자 보현봉 바라보며 상 차리려 하니 이리 오셔서 곡주 한잔 하이소 하신다.









반가운 맘에 대구가 고향이십니까? 물으니 거창이라신다.
고향분 만나는 것처럼 반갑다.

시원한 곡주 나누며 거창 산신령님 주신 선물 보따리 풀어 놓으니 고교 동창분들 고향추억으로 금세 달아오른다.
년중 맑은 물 흘러내리는 황강엔 메기도 많았고,
금원기백산엔 산토끼도 많았고, 유안청 폭포수는 바라만 봐도 시원했고....





의상봉 능선 오늘따라 상하행 많은 분들로 넘쳐 난다.
산꾼따라 줄줄이 나한봉 내려서는데 갑자기 반겨주시는 분이 계신다.












북한산 잉꼬부부님은 오늘도 동호인과 함께 누님 형님이 되어 주시고....











증취봉 지나 용혈봉에 올라보니 동장대에서 완만하게 흘러내린 계곡은 유순한데, 백운대, 인수봉, 노적봉, 만경대는 하늘을 오르내리는 천사들 같고....









오르락 내리락 봉마다 만나보는 절경 어찌나 아름다운지....














강아지 바위가 있다길래 찾아 봤지만 발견하지 못했는데.....

▼하산하고 보니 이 녀석 이런 모습으로 나를 지켜 봤다는데,.












비봉과 사모바위가 석양빛에 선명하고, 은빛 바다와 섬들도 보인다.














 


거대한 바위아래엔 지장보살, 문수보살, 약사여래불, 관세음보살, 나미아미타불....
저마다 다른 역할로 신과 인간을 중개하는 상상의 인물인지?






강자라할지라도 상대를 속이기도 하고, 상대의 약점을 공격함으로서 살아가는 삶을 이분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피조물중에 으뜸이라는 우리들 삶도 마찬가지 같은데...

강자이면 언제나 좋고 즐거워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아니하니 이상하다.
강자나 약자나 하나같이 광야로 내몰린 양처럼 먹이따라 한 생명 다할 때까지 저마다의 생각대로 이리저리...

좋은 옷 입고 좋은 집에서 잘 먹고 산다해도 마음만은 만족이 없고 언제나 고아같을까?
고아는 자신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모르고, 믿고 의지할 만한 곳도 없지 않은가









보이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보이지 않는 것도 존재하는 법인데
영혼이 깃들어 사는 육체는 언젠가 흙으로 되돌아 갈 것이고 그 때가 되면 영혼은 어디론가 떠나가야 할텐데...
그동안 떠나 있었던 친정, 나의 본향으로 되돌가는 것일까

육체에 거하는 동안엔 세상을 향한 욕심이 많았기에 본향을 잊게 되었을까?
육체는 자기만 위해달라며 손발 묶어 놓았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본향 생각에....















우리의 연약함 잘 알고 계시는 친정아버지는 세상유혹에 이끌려 노예로 팔려간 녀석들 자신의 집으로 되돌이려 했을 것이고, 그에 따른 대가도 직접 지불하지 않았을까?

채무변제를 완료하자마자 곧바로 전령을 보내 먹이 따라 이동하는 인류를 뒤따라 가며 이 같은 사실을 전하도록 했을 것이고...

밤새 문 열어 놓고 팔려간 자식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면 아버지 집으로 곧장 달려가면 그만이지 도 닦을 필요 있겠는가?
속죄하는 맘으로 수행한 후 되돌아 갈 수도 있겠지만...

말의 아름다움과 사람의 지혜가 전령에 가미되다보니 오늘날에엔 이상한 모양으로 주객이 전도되지는 않았는지....

산사마다 오색 연등엔 저마다의 소원성취를 기원하는 것으로 넘쳐나고,
교회나 성당 역시도 건강장수와 부귀영화라면 전령이 제대로 전달된 것일까?

고아인 줄도 모르고 여전히 세상유혹에 이끌리다보니 주인의 전령엔 관심이 멀어졌는지....
세상욕심 성취시켜 주겠다는 말의 아름다움과 사람의 지혜로 넘쳐나는 것은 아닐 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