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冬

고흥 팔영산을 찾아 20151219

서로조아 2016. 1. 19. 12:33

 

오랫동안 맘속에 품었던 팔영산 신령님 찾아 뵈오니

 

2015.12.19.(, 맑음, 해무)

 

여수터미날(06:25)순천(06:55)→과역터미날(07:50~08:10)서정리(08:40)모룡삼거리(09:05)성기마을입구(09:20)성주마을(09:35)팔영제저수지(09:50)임도/능가사(10:25)탑재(10:30)너덜날머리(10:50)전망대(11:05~15)암릉(11:30)적취봉-7(11:35)휴양림갈림길(11:55)깃대봉(12:00~10)적취봉-8(12:30)칠성봉-7(13:00~20)통천문(13:25)두류봉-6(13:40)오로봉-5(14:00)사자봉-4봉(14:05)생황봉-3봉(14:15)성주봉-2봉(14:25)유영봉-1봉(14:40)능선삼거리(14:50)선녀봉(15:20)강산폭포(16:10)임도들머리(16:20)강산정류장(16:30~40)강산삼거리(16:50)화계/여호(17:30)당치마을(18:00~20)가역터미날(18:30~42)여수터미날(19:05)

 

 

 

 

 

 

 

포항에서 돌아온후 1년만에 또다시 나홀로 원룸생활이다.

중국 계림여행이후 남은 삶동안은 세계여행을 꿈꾸며 EBS 중국어/영어 프로그램에 매료되어 도서관과 뒷동산만....

 

지방으로 떠난다 하니 뭐 그럴 필요 있겠느냐하는 이도 있고, 그래도 적당한 일거리를 갖고 사는 것이 좋다는 이도 있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남은 기간도 길다고 볼 수 없고 사실 업무조직에 속해 있는 한 스트래스는 피할 수 없는 법인데...

 

이번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가보지 못했던 산과 섬들도 그쪽엔 많지 않은가

내마음을 알았는지 무조건 떠나오란다.

 

인터넷 지도보기로 머물 장소를 찾아보니 적당한 위치에 빈방이 있다.

주인과 사전 예약하고 단봇짐 싸 메고 고속버스로 떠난다.

 

비상한 삶의 시동을 걸어 지난 2주 동안 여수시 윤곽을 살핀지 3주째인데 새벽별빛이 반갑다.

오래전부터 맘속에 담아 두었던 팔영산이 가까운 고흥에 있으니... 

 

대중교통편 알아보니 과역터미날만 가면 팔영산 가는 군내버스가 있다.

순천에 가면 고흥방향 버스편이 있을 것이니 서둘러 도시락 챙겨 터미널로 향한다.

 

순천 도착하자마자 떠나려는 버스에 과역터미날 물으니 어서 타란다.

아줌마 4분 정도 전부인데 요즘 돈 벌어가는 사람들은 모두가 외국인(스리랑카 등)이란다.

선뜩 이해되지 않는다. 내국인들도 수입이 없다는데...

 

나홀로 산꾼이 이상해 보였는지 어디서 왔느냐 어느 산에 가냐며 요즘 멧돼지로 인한 사망 사고도 연일 들려온다며 이구동성으로 나홀로 산행에 ...

 

벌교 시가지를 지나는데 꼬막 파는 아낙네들이 보인다.

꼬막을 간단히 요리해 먹는 방법이 있느냐며 여쭈니 살짝 삶아 빼먹어도 좋은데 삶는 요령이 중요하다며 펄펄 끓을 때 찬물을 한컵 정도 부은 후 꼬막을 넣고 한쪽 방향으로만 저어야 하고 젓는 중에 먹어보면서 오래 삶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단다.

  

과역터미날발 팔영산행 군내버스는 09:00.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

매표소 옆 대기실은 TV 보시는 분들도 보인다. 따뜻한 편인데 아침 일찍 달려와 시간을 허비한다는 것이 아무래도...

 

터미널 주변 살피며 시간 보내는데 처음 산행길로 나선 등산화가 농촌 구경 하며 걷는 것도 좋을 것이라며 어서 떠나잔다.

 

팔영산 신령님 어느 방향에 계실까 방향을 살펴 한적한 도로따라 달려간다.

 

추수를 끝낸 논엔 볏짚 뭉치가 하얀비닐로 씌워져 마치 누에꼬치처럼 여기 저기다.

들판 저멀리 제법 높아 뵈는 산군이 팔영산일 것이다. 마을길 지나다 들판 가로 질러 산자락을 따라 간다.

 

계속 방향을 수정해 가는데 자동차 소리가 들여오는 도로와 가까워진다.

도로로 빠져 나온후엔 도로외엔 다른 지름길이 보이지 않는다.

 

삼거리 안내판 보니 팔영산이 제법 가까워진 것 같다.

제 넘어 우측으로 성기마을 진입로인데 건너편으로 팔영산 암봉이 운무속에 우뚝해 보인다.

 주능선으로 향하는 길이 있겠다는 생각에 무조건 마을길로 들어가는데 군내버스가 나온다.

 

옹기종기 집들이 모여 있고 마을회관 앞이 버스정류장인데 인근 비닐하우스에서 인기척이 들려온다.

막 삶은 콩냄새가 구수한데 아낙네들이 기계를 이용해서 매주를 만들고 있다.

팔영산 능선길로 향하는 들머리를 여쭈니 저길 따라 가면 저수지가 나온다며 안내해 준다.

 

마을길 돌아 넘어가니 길 끝으로 저수지 댐이 보인다.

팔영산 정상으로 이어질 듯한 임도가 반갑다.

 

이리 저리 임도 따라 올라 가는데 좌우가 숲이라 멧돼지가 있을 법한 분위기인지라 가끔 야호 하며 놀라지 말라고....

내마음이 그 녀석을 사랑한다면 그 녀석도 먼저 공격할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자극하지 말고 사랑스런 눈으로 지켜보면 되겠지...

산악회 이용하는 것이 안전상 좋겠지만 오늘만은 어찌할 수 없다.

 

올라오는 길에 보니 임도 아래 짓푸른 숲이 모두가 편백이다.

소나무는 별로 보이지 않는데 거제 망산 제주 한라산과도 비슷한 식생인 것 같다.

간간이 만나는 넓은 잎새를 가진 나무는 윤이 날 정도로 싱그럽다.

 

팔영산 주봉들이 코앞에 우뚝한데 능가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탑재 쉼터 지나 계곡에서 시원한 계곡수 마시고 한병 채워 느긋한 마음으로 편백숲길로 들어선다.

 

역부러 심은 듯한데 한줄기 햇볕이 어둔 편백숲속을 밝혀준다.

편백을 일제 강점기에 심었다 하는데 한반도 평화운운하며 자기들 국토로 간주했는지...

간간이 편백숲을 만날 수 있는데 삼림욕장으로 좋은 것 같다.

 

너덜지대 끝으로 웅장한 바위봉이 하늘 높이 보이고 드디어 고흥앞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그야말로 장관이다.

이곳 바위들은 한덩어리로 있던 것이 깨어져 분리된 모습인데 지리망산처럼 각진 부분이 많아 주의해야 할 것 같다.

 

우뚝한 칠성봉과 적취봉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참으로 아름답다.

어쩌다 이곳에만 이런 바위봉들이 생겨났을까 충주 월악산 바위봉같기도 하고...

지각활동중에 지반암이 불거진 것인지 서울 도봉산과 수락산 바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남해 주작 덕룡산에서 만나본 바위들과도 같은 모습이다.

한라산이 화산을 분출할때 이곳 지반암들이 융기되었는지

바위조각들이 시냇물처럼 흘러내리면서 너덜지대가 생겨났는지 ..

 

적취봉과 주변 봉우리를 오가는 까마귀들이 간간이 소리 내며 날아 오른다.

어디로 진행해야 모든 봉우리를 만나 볼 수 있을까 이쪽에만 암릉에 집중된 모습인데...

 

깃대봉은 숲으로 가려진 능선상에 있다.

먼저 깃대봉 인사드리고 다시 이쪽 암릉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깃대봉으로 향하는데 육산처럼 비단길로 변한다.

헬기장 지나 다시 바위들이 보이더니만 깃대봉이란다.

 

바로 아래 부부합장 묘1기가 있는데 후손들의 바다생활을 한눈에 지켜 볼 수 있어 그야말로 명당이다.

조금만 파도 암석일텐데 어떻게 모셨을까 탈골상태에서 이장했을까

아뭏튼 조상을 좋은 곳에 모셔야만이 후손들이 복을 받아 하는 일마다 잘된다는 풍수지리설

나름대로 의미는 있겠지만 지나치게 확장시키면 본 뜻은 사라지고 엉뚱한 겉모습만 붙잡게 될런지도...

 

모든 것이 적용대상과 적용범위가 있는 법인데 우리들은 흔히 자기 지혜로 임의로 확장시키면서 변조하길 좋아하는 것 같다.

지혜롭게 살아야겠지만 지나치게 지혜롭기만을 추구하다보면 엉뚱한 길로 갈런지도 ...

 적용 대상과 적용범위를 이탈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을텐데 우리들은 흔히 부지중에 그런 실수를....

 

팔영산 암봉은 접근하기가 쉽지 않지만 일단 올라가면 편히 쉴만한 공간이 있으니 참으로 신비롭다. 근거리에서 가파르게 오르락 내리락하며 암봉에 취하다보면 마치 신선이 된 듯이 긴장속에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 같다.

8개의 봉우리에 정성으로 인사드리는 즐거움으로 하루해가 어느새 선녀봉으로 땅거미가 드리워진다.

 

선녀봉에 올라보니 그 너머에도 급경사를 이룬 작은 암봉들이 석양빛으로 아름다운데 강산폭포로 내려가는 길이 얼어 있는 곳도 있고 간간이 위험한 곳엔 쇠밧줄이 안전시설을 대신하는데 상당한 주의를 해야 할 것 같다.

 

자칫 실수하면 그대로 추락사로 아무도 없다면 나홀로 밤을 지새우다 하늘나라로...

우회길도 없고 탈출할 곳도 없으니 쇠사슬만 믿고 바로 옆 낭떠러지는 쳐다보지도 말고 한발자국씩 착실히 뒷걸음질 하다보면 안전한 대나무 숲길로 이어지면서 강산폭포와 만난다.

 

강산폭포수 실컷 마시고 한병 채워서 팔영산 신령님의 품안을 빠져 나와 마을길로 이어진다.

 

강산리 버스정류장에서 군내버스를 기다리는데 30분을 기다려도 승용차만 오갈뿐 주민들도 만나볼 수 없다.

 

이대로 기다리다 밤이 깊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도로 따라 가니 능가사와 정암으로 향하는 도로 갈림길(강산삼거리)이다.

이곳 정류장도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런 시간표도 없고 물어볼 주민들도 없다.

 

정류장마다 중앙에 이 지역을 알아볼 수 있는 지도만 붙혀 있고 한쪽 벽면엔 묘지 이장 벌초대행 장례관련 광고지만 붙어 있다.

농촌마다 고령화로 청년들은 찾아볼 수 없는데 밤늦도록 밭갈이 하는 농기계 소리만 간간이 들려온다.

 

과역터미날까지 걸어가다 군내버스 만나겠지 하는 마음으로 달려가는데 여기 저기 불빛이 켜지고 밤이 깊어간다.

간신히 만난 주민께 여쭈니 6시 정도면 과역행 버스가 온다며 정류장에서 기다리란다. 30분 동안 더 걸어가는데 삼거리다. 과역행이 어디로 갈까 정류장마다 차 시간표도 없고...

 

지도를 확인해서 지름길로 생각되는 길로 향하는데 산속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마지막 마을이다. 6시가 되어 캄캄하여 더 이상 앞길을 모른채 산속으로 진행하는 것 보다는 이쯤에서 버스를 탈 생각으로 불이 켜진 농가로 들어가 차시간을 확인하니 620분이면 과역행 버스가 있다며 정류장에서 기다리란다.

 

농촌분들은 느긋하게 기다리는 것이 습관화된 것 같은데 초행길 나그네에겐 불안하기만 하다.

이분들의 말을 믿어야 할지 워낙 고령이신지라...

정확히 20분이 되니 군내버스가 캄캄한 도로를 밝히며 빠른 속도로 달려온다. 손 들어 세우니 차안엔 아무도 없다. 이제까지 손님 하나 없이 달리기만 했는데 종점까지도 한분도 타는 분이 없다.

 

조만간에 농촌주민들도 사라질 것이니 농촌마다 불켜진 집을 찾아 볼 수도 없을 것 아닌가

모두가 떠나간 농촌 들녘은 그대로 방치될 것인가 아니면 군단위로 영농단을 조직해서 운영할 것인가 참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는데 농촌뿐만이 아니라 도시 역시도 새로운 문제들에 직면할 것이 뻔한데 속수무책으로 세월만 쳐다보고 있는 형국이니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문제들로 우리 사회구성원 모두가 크게 고통할 것 같은데 뭐 내일 일로 앞당겨 걱정할 필요 있겠느냐마 오히려 그런 말 하는 자를 부정적인 마인드로 살아가는 자라며 왕따시키는 사회이니...

 

내일 일은 나 몰라요 그저 하루 하루 믿음으로 살아가요

내일의 행복은 공짜로 얻어질 순 없는 법 씨를 뿌리고 가꾸어야 그에 합당한 결실을 누릴 수 있는 법인데 내일 일을 걱정하며 대책을 찾아볼 필요가 없다면? 듣기는 좋아보여도 그럴 듯한 사기꾼들 아닌가?

 

모든 말에는 적용 대상과 적용범위가 있는 법인데 긍정적인 마인드로 되는데로 고통없이 고뇌함이 없이 살아간다면 만사가 해결될 것인가

 

팔영산 산행길에 간간이 만나보는 문구들 중에 만족한 돼지보다는 고뇌하는 사람이 되라는 문구도 이런 취지에서 생겨나지 않았을까

하루하루 돼지처럼 육체적인 즐거움과 만족을 누리면 그것으로 최고의 인생이라 생각하는 이도 있는 것 같은데 그 스스로가 사람이길 포기한 자라 할 것이다.

 

 

나에게 모든 것이 풍족하니 그것으로 만족한 삶을 누리면 됐지 뭐 고뇌할 필요 있느냐

나만 만족하면 그것으로 편안하다 할 수 있겠는가 내 주변도 함께 편안해야 할 것 아닌가

그러기에 우리들 인생은 고뇌하지 않을 수 없고 고뇌함으로 인간답게 살아간다 할 것 아닌가

 

내 주변을 생각하지 않고 나만 즐거우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 그런 자들로 인해 우리 사회는 더더욱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 아닐까

 

40년 전엔 모두가 궁색한 삶이었지만 오늘날같은 심각한 갈등은 없었던 같다.

어려움 중에도 이웃과 나누는 정이 있었는데 오늘날엔 면전에서 자랑하듯 약을 올리고 있으니 그렇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하는 현대인들

 

부유해질수록 돼지처럼 동물화 되어가는 데도 아무런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니.....

나만 잘되면 됐지 하는 생각이 온 사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