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冬

조계산 신령님 찾아 첫인사를 20160109

서로조아 2016. 1. 11. 08:46



부드러운 산세따라 계곡 양단으로 흘러내린 불심이 송광사와 선암사로

2016.01.09.(맑음 구름)

여수(06:45)순천(07:30~45)벌교(08:10~30)송광주유소(09:00)상이읍마을(09:20)산마루(09:30)임도(09:50)장안마을(10:10)비포장편백숲길(10:55)보리밥집삼거리(11:00)배도사대피소(11:30)송광굴목재(11:50)보리바위(12:20)연산봉(12:35~13:20)연산사거리(13:30)접치갈림길(14:10~15)장군봉(14:40~50)비로암(15:45~50)대각암(16:15~20) 부처바위(16:25)선암사(16:30~40)강선류(16:45)주차장(17:00~15)순천아랫장(18:00~30)순천터미널(18:40~50)여수(19:30)

 

 

 

모처럼 얻은 나홀로 자유시간 어딜 갈까

 

법정스님께서 출가하셨던 송광사가 지난번 낙안읍성 가는 길에 보았으니 벌교에 가면 될 것 같다
이른 새벽길을 달려 가니 나로도행 (06:45발)이 기다리고 있다

순천 지나 벌교 가는 길에 오늘의 햇님이 살며시 고개 내미시니 순천만이 일제히 황금빛으로 일렁인다

달려가는 차창밖 풍경을 살피다보니 벌교터미날이다.

그 옛날엔 이용객이 많았는지 상당히 큰 규모인데 매번 사람 구경하기가 어렵다.

점포들도 문닫힌지 오래된 듯 하니 참으로 안타깝다.

 

송광사행 군내버스(08:30)는 벌교 시장길을 돌면서 네분의 아줌마를 테우고 한적한 시골길을 달려 가는데 더 이상 타는 분이 없다.

산고개 너머 외서면에서 모두 내리시고 나홀로다.

송광초교 지나 송광면사무소 직전 송광주유소에서 내려 천자암가는 길을 물으니 마을 우측 능선을 넘어가야 한단다.

 

마을길로 달려 가는데 밭일 가신다며 70세을 넘어 뵈는 노모가 유모차에 괭이를 얹혀서 밀고 가신다.

아들딸이 모두 외지(부산/대구)에 나가 살고 홀로 고향땅을 지키신다는데...

 

인사드리고 앞질러 달려가니 또다른 마을길로 들었는데 물어볼 자가 없다.

안내판에 쌍향수 천지암이 1.1.km라니 우측 능선만 넘어가면 천자암이 가까울 것 같다.

 

저 아래가 송광면 사무소 농협 주유소가 있음.

 

 

 

 

 

 

 

 

 

비포장길로 산마루에 올라보니 예상과 달리 큰 계곡(장안천 계곡)만 보일 뿐 천지암 가는 길로는 아무래도...

망서리다 마을 위쪽으로 보였던 높은 봉우리 부근일 것이라는 생각에 능선 따라 올라보는데

예상했던 길은 전혀 뵈지 않고 가시덤불 사이로 산돼지 발자국만 여기 저기니 아무래도 시간 지체가 많을 것 같다.

 

임도로 내려 포장길 따라 가니 장안리 마을인데 한 노모가 나뭇가지를 등에 지고 길다란 나무 2개를 끌면서 가신다.

천자암길 여쭈니 넘어왔던 길로 되돌아 가서 마을길 따라 올라가라고?

이길로 가면 보리밥집 지나 선암사 가는 길이니 어서 되돌아 가란다.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하니 어디서 왔느냐 왜 이렇게 홀로 왔느냐 사람들미디 짝지어 다니는데....

마치 어머님처럼 깊은 관심을 갖고 자세히도 안내해 주신다. 암 가는 길로는 아무래도...

 

무엇에 쓰실려고 옮기십니까 땔감이란다.

길다른 것을 어께에 걸쳐 매고 걸어보니 묵직한 편인데..

뒤따라 오시며 이제 집에 다 왔으니 어서 올라 가라시는데 나역시 마음이 짠하다.

 

버스에서도 그렇고 동네길에서도 할아버지는 볼 수 없고 모두 할머니분들이었으니..

남성보다 생활력이 강하고 장수한다 해도 홀로 남겨진 상태로 돌보는 자도 없으니...

저분들이 애정으로 가꾸어 왔던 경작지는 누가 이어받을 것인가? 인데..

 

 

 

 

 

포장도로옆으로 냇물(장군봉에서 흘러내리는 장안천)이 흐르고 민박집들도 간간이 만난다.

고개를 넘어가는지 비포장길로 바뀌면서 조계산 안내판이 반갑다.

 

 

구릉지로 바뀌면서 편백숲을 지나니 보리밥집 농가를 만나는데 이곳도 경쟁이 심화되었는지 원조라며 새로 개업한 곳도 있는 것 같다.

 

 

 

 

 

 

 

 

다리 건너 또 다른 보리밥집인데 산사면 넓은 지역에 평상을 깔아놓고 제법 분위가 좋아 보인다.

진돗개들이 가까이 덤벼드는데 주인장이 부르니 살펴보더니만 하나 둘 되돌아간다.

 

한 녀석에게 손바닥을 내미니 햩아주며 어디서 왜 이렇게 홀로 왔느냐며 이 녀석도 깊은 관심을....

다음을 기약하고 송광사쪽으로 오르니 계곡 옆으로 배도사 쉼터라는데 송광사와 선암사를 오가는 중간지점인 것 같다.

 

 

 

 

물가에서 세수하고 마루바닥에 누워 한 숨 자고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완만한 길로 이리 저리 오르니 천자암봉 선인봉 장군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 사거리다.

높은 곳에 올라 전체적인 윤곽을 살펴 보면 좋겠다

 

2시간 정도 진행해 보고 여의치 않으면 송광사쪽으로 되돌아 나올 생각으로 부드러운 산죽 숲길을 이어가니 선인봉 헬기장이다.

따사로운 남쪽 갈대숲엔 산님 소리도 들리고

주능선은 건너편 장군봉으로 이어지는 것 같은데 마치 화왕산처럼 높은 지역임에도 구릉지같은 느낌이다.

 

 

 

 

 

 

 

 

 

 

 

 

 

 

 

 

 

 

 

 

 

저 아래 계곡 끝으로 선암사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그 앞이 상사호일테고

송광사쪽엔 규모가 더 큰 호수(주암호)가 뵈는데 조계산에서 뻗어 내린 긴 계곡 끝에 송광사와 선암사가 자리잡았으니

두 사찰은 형제자매처럼 닮은꼴일 것 같다.

 

선인봉 갈대숲에 앉아 에너지 충진후 드러누워 파란 하늘 보며 오침을...

 

 

 

 

 

 

 

 

선암사발 순천행이 17:15분 있다니 저 아래 뵈는 선암사로 진행해도 될 듯 하다.

 

부드러운 산죽길 따라 이리 저리 접치갈림길 지나 장군봉인데 전체적인 분위기가 창녕 화왕산처럼 돌아가는 능선 안쪽이 마치 평지처럼 완만하다. 하늘길 따라 비단길 거닐며 우리들의 삶을 되돌아 보는 것도 참 좋을 것 같다.

모두가 잠시잠깐 인연을 맺고 한때를 살다 구름처럼 흩어지는 우리들의 삶인데

 

 

 

 

모든 사람마다 한가지 이상씩은 풀기 어려운 문제들을 갖고 산다지.

최고 지위에 오른 자도 그렇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잘 사면 잘 사는데로 못 살면 못 사는 데로....

참으로 묘한 우리들의 삶인 것 같다.

 

뭐 이런 저런 생각으로 스스로 번민할 필요 있겠는가

망각속에 매순간을 뭔가에 취해 즐겁게 살아가면 됐지....

 

하지만 이 길을 걷는 순간만큼은 우리들의 삶의 본연의 모습을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사색능력이 있음에도 사색하지 않는다면 동물과 무엇이 다르랴

 

번잡한 삶의 족쇄에서 풀려나 오로지 자연과만 벗하며 걷는 이 순간이 얼마나 좋은가

 

 

 

 

 

 

 

 

 

 

 

 

 

 

 

 

 

 

 

 

 

 

 

 

 

 

 

 

 

 

 

 

 

 

 

 

 

장군봉에서 기념사진 남기고 가파른 내림길로 가다보니 비로암갈림길이란다.

속세와 단절된 가운데 한가지 마음으로 수행정진하시는 분들,

그분들의 생각을 들어보면 참 좋겠는데

 

 

 

 

 

 

 

 

 

산죽속에서 가끔 뵈는 리본의 안내를 받아 내려가니 허름한 건물이 비로암인지 스님 몇분이 땔감을...

반갑다는 인사를 먼저 하신다.

 

 

 

잠시 들렀다 가면 좋으련만 먼거리서 인사만 나누고 곧바로 오솔길 따라 이리 저리.....

오솔길을 빠져 나오니 완만한 경사지에 멋스럽게 지어진 건물이 한때 대단했던 분이 계셨나 보다.

대각암이라는데 건물 규모가 보통이 아닌 듯 한데 오랫동안 주인이 떠나 있었는지 이곳도 새바람이 불었는지 재건축 될 모양이다.

 

 

 

 

 

 

 

 

 

조계산은 예로부터 불심이 강했는지 뭍혀 있었던 자연석도 부처입상으로...

조계산에선 바위 구경하기가 힘든데 이곳만큼은 암질도 화강암인 것 같고 몇 개의 기둥같은 바위가 몰려 있으니 참으로 신비스럽다

 

 

갑자기 한옥마을 같은 분위기인데 이곳이 선암사란다.

여러채의 건물이 마을처럼 모여 있는데 선암사는 여타 사찰과 달리 수도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가 보다.

중심부에 대웅전과 지장각... 대웅전 앞마당엔 음양을 대표하는 듯한 탑도 있고....

 

 

 

 

 

 

 

 

 

 

 

 

 

 

대웅전 현관문 양옆은 기념품들로 가득한데 한쪽엔 법정 스님께서 남기신 책자들도 보인다.

 

 

법정 스님은 송광사에서 출가하셨다는데...

책자를 통해 만나 본 그분의 생각은 일반 스님과는 달랐는지....

 

규모가 크고 화려해 진 송광사 보다는 세상소리가 들리지 않는 깊은 곳 허름한 골방에 숨어 홀로 수행하시길 즐겨하신 것 같은데....

마음이 세상과 멀어질수록 고요함중에 샘물처럼 흘러 나오는 것이 있는가 보다.

 

세상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자리를 스스로 멀리 하신 이유가 무엇일까

유서깊은 큰 사찰의 주지라면 최고의 영예일텐데....

어찌 법정 스님은 대규모 조직에 함께 하시지 않고 홀로 초라한 삶을 즐기셨을까?

 

깨달음은 떠들썩함에 있지 않나 보다.

지혜자는 초상집을, 우매자는 잔치집을 즐겨찾는다는데....

술과 음식으로 흥겨운 잔치집에 관심 갖는 것도 당연할텐데 우울한 초상집이라니?

영혼의 양식은 우리들 생각과는 전혀 다른 곳에 있는지...

 

 

이곳도 외형이 크게 성장하면서 또 다른 문제가 생겨 났는지 비상대책위가...

조계종 중앙집행부와의 싸움인가 보다.

 

 

주지스님을 중심으로 뭉쳐 투쟁하는 기저엔 그들만의 기득권 고수가 아닐까

법정 스님의 생각과는 거리가 먼 것 같은데 법정 스님의 책자를 팔고 있다니?

새로운 건물을 지어 보다 편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보다 안정적인 수행을 의욕한다면?

이 세상 사람들과 무엇이 다르랴
스님도 사람인데 뭐 달리 살아갈 필요 있겠는가 하겠지만 아무래도...

 

세상 사람들이 즐겨 듣기 좋아하는 말들을 수없이 생산해 낼지라도 영혼의 양식과는 무관하다 할 것이다.

묘하게도 우리들의 몸은 즐거우면 즐거울수록, 편하면 편할수록 정신세계는 정반대로 바뀌는 것 같은데....

 

물질적 풍요를 바란다면 출가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지?

최소한 세상 즐거움을 멀리 하겠다는 의지표명이라면 비상대책위가 왠말인가?

 

말과 실행이 달리 보임은 어인 일인가?

모든 종교단체들이 하나같이...

 

이것도 황금의 위력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