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春

청계산 대공원→국사봉 2006301

서로조아 2013. 4. 10. 14:29




숨겨두고 남몰래 사랑해온 청계산을 권삿갓님에게

2006.03.01(수, 흐림)

대공원역(10:15)→약수터(11:00)→소매봉(11:30~45)→헬기장→청계사갈림길(12:10)→대공원 전망대(12:40)→전망대(12:50~13:10)→이수봉→국사봉(13:50~14:00)→토끼쉼터(14:40~15:10)→청계사(15:20~30)→과천청사역(17:00)






봄기운이 감돌기 시작하면서 여기저기서 불러대는데 집안 숙제는 한없이 늘어만 간다.
이래서 무소유가 좋은가 보다. 솔직히 의식주만 해결된다면.....

지난번 고형비료 때문에 사고 싶었던 것들을 구경만 하고 왔길래
일년 내내 향이 좋다는 자스민, 치자 그리고 분갈이용 화분을 사서 등에 지고 손에 들고 집에 와서 화분갈이 하는데 전화가 울린다.

하얀손 주식회사 사장직에 다시 보임되고 보니 허구헌날 온종일 핸드폰이 조용하기만 한데 어쩌다 울리는 것은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모르는 분의 전화는 처음부터 무뚝뚝하게 받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가는 것 같다.
어쩌다 걸려들면 산중에 살고 있는 김삿갓이라는 핑계로 간신히 피하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우직한 경상도 말씨로 한국의 산하 창원51 이시라며 내일 산행계획을 물어 오신다.
내일 아침에 가서야 확실히 판단할수 있을 것 같다며 곧바로 승낙을 못했다.
전화를 끝내고 나니 미안한 생각이 든다. 처음 전화 주신 분인데 쾌히 화답하지 못했으니....

경상도분들은 군대식으로 짤막하다.
그 자리에서 결론짓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인데 날씨가 어쩌구 저쩌구 뜸을 들였으니 속으로 역시 서울깍쟁이는 말로만 화려하지 하시며 섭섭해 하셨을 것 같다.

솔직히 산행은 가장 후순위로 하고 있기에 당일 아침 사정에 따라 9시전후에서 결정된다.
뒤늦은 시간에 함께 가자고 하면 그분 서둘게 하거나 아니면 기분만 이상하게 만들 수 있기에 대부분 나홀로 산행이다.

어제 저녁 군에간 딸이 왔고 이달에 입대할 아들녀석도 후배 신입생 환영모임 가서 이틀밤을 보내고 왔다.
겨울이 지나기까지 딸이 좋아하는 생선회를 못 사준 것 같다.
아침 일찍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나가는데 눈 날리고 상당히 추운편이다.

딸내미와 집사람은 맛있다 하는데 아들녀석과 나는 처음에만 맛있는 것 같고 별로 모르겠다.
육고기를 좋아하는 체질인가 보다.

급한 숙제를 어느정도 했다는 생각으로 밖을 보니 햇쌀이 퍼지기 시작한다.
눈도 내렸고 날씨도 좋아졌으니 전화주신 그 님과 함께 어디론가 가보고 싶다.

그분은 이제 막 일어나셨다며 짤막하게 산행했으면 하신다.
그렇다면 북한산 도봉산은 어려울 것 같고 잘 됐다 가까운 청계산을 제의하니 쾌히 받아주신다.

대공원역에서 만나자 하고 주섬주섬 챙겨 나가다 곡주 한병 산다. 그분 좋아하실지 모르지만...

저를 대충 알고 계신다며 개찰구를 나오시자마자 손을 들어 환호하신다.
헌데 40대 후반쯤으로 상상했던 창원51님은 예상외로 나보다 2년 연배이시고
듬직한 체구에 폼을 보니 이분이시말로 권삿갓이심에 틀림이 없는데...





털래털래 내가 즐겨 찾는 길로 가면서 영남지방에 계시는 산하가족들 안부도 전해 듣고....

소나무 능선길따라 한시간 오르니 소매봉이다.
양지쪽에서 커피 한잔하며 주변 산세를 설명해 드리니 좋아하신다. 진정 좋으신지는 몰라도....




청계산은 육산인지라 특별한 볼거리는 없는 편이다.
하지만 푸근함은 어느 산 못지않고 집에서 가까워 자주 찾는 곳이다. 지난 주에도 왔고...

권삿갓님과 함께 능선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니 정상부근의 전망대다.



기념사진 찍고 숨겨둔 정자에 들러 맞은편 국사봉과 그 넘어로 아련히 보이는 광교산과 백운산을 바라보며 잠시 휴식하는데 갈빗대같기도 하고 눈썹처럼 보이는 정경들이 깊은 산 못지 않다.



이수봉 거쳐 국사봉에 이르니 소나무속에서 박새들이 들락거리며 사람에게 접근하길 좋아하는 것 같다.
건빵 하나 깨어 손바닥에 올려놓고 불러보니 이놈들 왔다 갔다 입질하며 눈치만 살피고.....







옆에 분도 따라서 불러대니 박새들 어떤 분에게 먼저 갈까 망설이고 내밀고 있는 손은 벌서는 것같다 하고.... 그만 바위 위에 올려 놓고 다시 되돌아 청계사방향 사색코스 들머리를 찾아간다.





급경사 능선길로 내려 숨겨두고 좋아하는 그 길로 접어든다.
예전에 작업용으로 만든 모양인데 산허리를 돌아가며 구불구불 한적하고 거닐기 좋다.

낙엽쌓인 길위에 드러누워 한없이 이동하는 흰구름 보며 맞은편 국사봉 능선 바라보는 것도 참 좋다.



벌써 두시가 넘었다.
오늘도 따뜻한 양지쪽 낙엽위에 앉아 님과 함께 시원한 곡주부터.....

그 분은 땀 많은 태음인체질이신지라 산에서는 곡주가 최고라 하시며 좋아하신다.
다행이다. 혹시 소주만 드신다면 어쩌지 했는데...

아드님과의 저녁약속이 있다시기에 곧바로 일어나 청계사 들러 다시 능선길로 하산을 서두른다.





오늘 미끄러운 길임에도 잘 걸으실 뿐 아니라 급경사지에서도 호흡소리가 보통 분이 아니시다.
역시 영남 알프스의 정기를 듬뿍 받으시며 여러 산들을 찾아 인사드렸기 때문인가 보다.

처음 뵈올 때는 산보다 낚씨를 좋아하실 것 같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