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春

북한산 영봉→백운봉→숨은벽→백운산장 2005611

서로조아 2013. 4. 10. 14:24




북한산 백운대와 인수봉은 변함없는데


2005.06.11(토, 맑음)

도선사 버스정류장(09:50)→꼬끼리 바위(11:15~25)→영봉(12:05~15)→백운대피소(13:30~14:00)→위문(14:10)→백운대(14:30~45)→호랑이굴(15:20)→숨은벽 정상(15:30~35)→인수계곡→숨은벽 대슬립(16:05)→전망대(16:30)→절터→인수능선→군부대→백운야영장(18:00~40)→백운산장→도선사(19:20)




그동안 디스크 이탈로 산을 못 간지가 100일이 넘었다.
최근에는 철봉 매달리기를 해서인지 걸음걸이가 그런대로 회복되었다.
새벽에 일어나 신탄진 인근 소나무 능선길을 걸어보니 산에 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주에는 부드러운 과천 청계산을 다녀왔는데 허리신경이 덜 회복되었는지 한쪽 다리 근육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가 있다.

아주 오랜만에 산속에 파뭍히고 싶어 공인중개사 시험동기생인 친구한테 전화하니 반갑다며 같이 가자한다.
수유역에서 만나 도선사 입구행 버스에 올라 북한산을 바라보니 3년만에 다시 찾은 셈이다.

그 사이 어머님과도 영원한 이별을 했으니 세월의 흐름이 왜 이다지도 빠른지......
지금 걷고 있는 이 길과 저 산만은 예전 모습 그대로 변함이 없건만.......



도선사 오르는 포장길가 시냇물을 보며 한적한 계곡으로 들어간다.엇그재 비가 와서 계곡의 숲은 상큼함과 싱그러움이 더욱 넘친다.

크고 특이한 바위를 보며 시원하고 한적한 길을 오르는데 친구는 5분마다 쉬어가기길 반복하며 땀까지 많이 흘린다. 가고픈 곳은 많은데 허는 수 없지 되는 데로 가는 수밖에...











드디어 꼬끼리 바위가 보이고 저 앞 영봉 넘어로 만경대와 백운대 인수봉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도봉산쪽을 보니 오봉에서부터 자운봉까지의 능선이 저 아래 상장봉 능선과 함께 갑자기 강원도 깊은 산중에 들어와 있는 착각이 들 정도다.







그야말로 환상적인 풍광에 넋을 잃고 한참을 바라만 본다.
사람도 어느 길에서 바라보는 상대가 주위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느냐에 따라 바라보는 이의 느낌이 달라지겠지

영봉 능선길에 오르니 바람이 더욱 시원하게 불어대는데 예전에 보지 못했던 시꺼먼 고사목들이 보인다. 자세히 보니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흔적이다.
안타깝다 능선길에서 힘들게 자란 멋찐 소나무들이 저런 모습으로 변해버렸으니....

정말 산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은 이해할 수 가 없다.
아직도 몰쌍식한 산꾼들의 흔적이 보이지만 예전보다 나아져가는 느낌이다.





영봉 바로 앞의 인수봉 암벽에는 개미처럼 여기저기 붙어 있고 만경대와 백운대가 더욱 선명하게 한눈에 들어온다.







주변에는 먼저가신 산님들의 묘비도 보이는데 이곳에서 운명하신 분이 대부분이지만 설악산에서 원정 훈련중에 가신 분들도 모셔져 있다.
풍광 좋고 언제나 동료 산님들로 외롭지 않은 이곳에서 그들의 활동모습을 바라보며 못다 이룬 꿈을 함께 이루고 계시는 것 같다.















백운산장도 예전모습 그대로인데 오가는 산님들로 온 종일 씨끌벅쩍하다.























위문을 지나 백운대로 오르는 길은 발판계단이 새로 설치되어 있고 주변의 성벽도 예전 모습으로 깔끔하게 복원되어 보기에 좋다.



오르내리는 암릉길은 언제나처럼 수많은 산님들로 붐비는데 우직한 경상도 말씨가 많이 들려온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물으니 울산이란다. 고향분을 만난 것처럼 반갑다.
영남 알프스도 참 좋지요 하면서 아는체하니 그분들도 반겨주시는데 울산까지 잘 내려가시라는 인사만을 나누고 지나친다.









정상에는 독일남자 두분이 바위에 주저앉아 지도를 살피고 있길래 궁굼한 것 있느냐고 물으니 도심이 어느 방향이며 여기서 보이느냐고 한다. 가까운 노원구쪽 아파트만 보이고 수락산도 간신히 형체만 알아볼 뿐이니 대충 방향으로 설명해 준다.

사업목적으로 한국에 잠깐 들렀다며 모래 귀국한다고 하는데 일반 복장으로 이곳까지 올라 와 수도 서울의 시가지 모습을 살피려는 그들이 인상 깊다.





이제부터 숨은벽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걱정이다. 지난 기역을 되살려 찾아 내려가는데 수직에 가까운 급경사 바위틈 길을 만난다. 내가 먼저 시도하는데 영 불안하다 조금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서 방법을 모색해 보지만 답이 안 떠오른다.

등산백이 장애가 되는 듯하여 벗어놓고 다시 시도해 보려는데 위에서 한 아줌마가 다른 길을 알려 주신다.그쪽으로 가보니 예전에 없던 로프가 힘들게 살아가는 급경사지 나무에 매달려 있고 많이 다닌 흔적으로 뿌리가 들어나고 사면의 암반이 대부분 노출되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 참으로 용기가 대단한 것 같다. 자신의 목적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야말로 사력을 다해 도전하는 근성이 이곳에서도 느껴진다.

전쟁 잿더미에서 오늘날의 발전상를 이루어 놓기까지 사실 우리들 대부분은 오로지 앞만 보고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주위에서 어찌보던 상관치 않고....

하지만 이제부턴 주변도 살펴가며 모든이로부터 칭송 받는 민족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만 통과하고 나면 저 나무는 죽어도 나와 상관할 바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텐데

우리 후손까지 함께 공유해야 하는 자연이니 훼손하지 않고 지나던가 아니면 적절한 방법이 나오기까지 현재의 욕심을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한무리의 산악회원들이 올라오는데 여성분들도 계신다. 참으로 대단하고 용기가 넘치는 것은 좋은데 이토록 위험한 구간을 다닐 줄 알아야 훌륭한 산꾼이라 인정받을 수 있는지?

이쪽도 급경사 암벽지대로 자칫 실수하면 그대로 미끌려 떨어질 수밖에 없어 곧바로 중태 아니면 사망일 것이다.

어떤 50대 중반되시는 분은 바위틈을 잡고 잘 올라오신다.
위에서 호기심으로 바라보지만 역시 매우 위험하다. 위로 올라올수록 바위틈은 없어지고 약간의 흙모래까지 있어 매우 위험 하다. 로프를 그쪽으로 이동시켜주며 잡으라고 하니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며 응하신다.

그분들 지나고 조심스럽게 로프에 의존하며 내려가는데 올라오시는 전문 산꾼 한분이 호랑이굴로 이동하려면 급경사 암릉을 조심스럽게 내려가야 한단다. 앉아서 내려가려하니 뒤로 돌아서 바위 면을 짚으면서 내려가라 하신다.







가끔 뒤를 보며 방향을 잡아가는데 뒤가 제대로 보이지 않고 급경사지라 여전히 불안하다.
이런 곳은 반드시 릿지 전용 신발을 신어야 하는데 내 등산화는 워킹과 릿지 중간쯤 되는 신발이다.

간신히 내려왔는데 위에 있는 친구가 걱정이다. 그 친구도 불안한 가운데 다행이도 성공했다. 이젠 호랑이굴만 통과하면 된다.

옆으로 누워 등산백을 이동시켜 가며 비좁은 바위틈을 간신히 빠져 나가. 조심스럽게 안부로 내려 숨은벽 정상에 올라 그제서야 안도의 숨을 쉰다.







오늘 모처럼 친구에게 호랑이굴 보여주겠다고 계획했는데 다음번에는 오지 않는 것이 좋겠다. 자칫 실수라도 하면 큰일이지 않은가

바로 옆 인수봉은 하강하시는 산님들의 모습이 여기저기다.
이들 중엔 중년 여성분도 계시고.... 대단하시다고 하니 연세 드신 분들도 많이 하고 있다며 언제라도 배우면 곧바로 할 수 있다 한다.
하지만 나는 욕망이 안 생긴다. 그저 이렇게 편안히 걸으며 자연을 감상하는 것이 나는 좋다.









인수계곡을 내려 다시 숨은벽 쪽으로 붙으니 그 유명한 대스립이 보인다.

암릉으로 올라 보니 역시 정상에서 보는 것과 또 다른 환상적인 모습에 발걸음이 멈쳐지고... 전망대까지 내려가며 여러 번 처다 보며 눈사진 찍고 디카에도 열심히 담아본다.











우이동으로 하산할 생각으로 육모정 가는 길을 찾아 인수계곡으로 내려가는데 깨진 기왓장과 축대 일부가 보인다. 그 예전 절터인 모양이다.

인근 바위샘터에서 시원한 물 한잔 마시려고 떠보니 컵 속에 올챙이새끼 같은 것이 꼬리를 흔들어대며 이 물은 자기네들도 먹는 좋은 물이라며 놀라지 마시고 마음껏 들고 가라 한다.

아마 부화된지 얼마 안되는 도룡뇽 새끼인가 보다. 주변엔 길다란 반투명의 알집도 보이고

계곡길을 내려오는데 길이 희미해진다. 육모정까지 찾아 내려갈 계획인데 일몰이 가까운지라 자칫 길을 잃으면 빠져나오기 힘들 것 같다.다시 발길을 되돌려 확실한 길을 찾아가는데 만나는 사람도 없다.

계획을 수정하여 백운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으로 계속 가는데 어느 정도 가니 인수봉이 보이기 시작한다. 친구는 육모정을 잘 안다며 그쪽 방향으로 가잔다.

그 길도 제법 확실한지라 내려가는데 부부 한 쌍이 올라오신다. 육모정에서 올라와 숨은벽을 지나 밤골로 가신단다. 그 분이 올라온 길을 역으로 내려가는데 갑자기 길이 희미해진다. 곁길로 빠지는 길을 못 본 것 같은데....

되돌아 올라갈 수도 없고 이 길도 길같이 보여 계속 내려간다. 한참을 내려가니 계곡가까이에서 반가운 사람소리가 난다. 육모정 길을 물어보는데 그 분들 밤골로 가신단다.

여기까지 내려왔으니 육모정 가는 길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계곡물에 세수하고 다시 조금 내려가니 철책이 가로 막혀 있다. 오른쪽 방향으로 또 확실한 길이 나 있길래 이 길로 가면 육모정 방향으로 넘어가는 길이 나오겠지 하며 계속 가는데 예상과 달리 계곡에서 윗 방향으로만 올라간다.

은근히 걱정도 되지만 그래도 확실한 길로 가는 것이 좋겠다싶어 계속 진행하는데 건너편으로 다시 영봉이 보이고 인수봉근처까지 올라온 것 같다.

헌데 이곳에도 철책이 가로막혀 있다. 큰일이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지 백운 산장쪽으로 가야만 한다. 간신히 개구멍을 찾아 통과하고 보니 야영장이다.

조금 있으니 커다란 등산가방을 매고 한 두분씩 몰려드는데 이곳에서 밤을 세우고 내일 인수봉에 오르실 분들이다. 대단한 열정이다. 자신이 하고픈 것을 할 때는 불편한 것도 힘든 것도 좋아하는 가 보다.

북한산 아무리 보아도 역시 대단한 산이다. 높은 산중에서 볼 수 있는 산죽도 볼 수 있고 계곡이나 암릉이나 느껴지는 맛이 깊은 산중과 다를 바가 없다. 얕보고 함부러 덤비면 매우 위험하다.

항상 자연 앞에 겸손하게 대비하는 자만이 자연도 편안하게 감싸 주실 것이다.
상대를 인정치 않고 나만의 욕심만 채우려 한다면 이것이 곧 화의 근원이 아닐까?

모처럼 산행 길에 나서 북한산의 아름다움에 온종일 취하다보니 오늘 너무 욕심 많이 부렸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