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春

간월/신불 배내골에 봄이 오는 소리 2003.0309

서로조아 2013. 4. 10. 14:09







배내골에 봄이 오는 소리에 취해

2003.03.09(일요일, 맑음)

배내골(09:40)→파래소폭포(10:50)→청소년수련원→간월재(12:40)→신불산(13:20~14:20)→에베로릿지입구(15:10)→신불사(17:30)→통도온천장(18:00)


가는 겨울을 아쉬워하며 새롭게 시작하는 봄의 향연이 시냇물소리에 어울려 온계곡이 생동감이 넘쳐 흐른다.
계곡길을 오르는 등산로 주변에는 간혹 물주머니를 찬 골로수 나무가 애초롭게 보이기도 하고....

하지만 나뭇가지마다 물이 올라 밝은 색깔을 띠고 잎눈들도 부풀어 1주내로 연두색 곱고 부드러운 새싹을 터트릴 것만 같다. 벌써 봄의 전령이라는 매화꽃은 두매 산골마을 여기저기를 분홍꽃으로 물들인다.

계곡을 흐르는 물을 잡아 보려고 군데군데 둥근 소를 만들어 놓았지만 맑고 맑은 청아한 물은 신천지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초목들에게 생명수를 공급하겠다며 마구 아래로 내달린다.

바위돌은 기나긴 세월에 그만 모난 부분은 하나도 없고 둥글둥글 고운 나머지 저 마다 고유한 색상과 무늬를 뽐내며 자신을 스치고 흐르는 물을 전송한다.

이런 모습에 반해 등산로 흙길을 벗어나 시냇물 따라 오른다.
여기저기 누워 있는 바위돌을 징검다리 삼아 이리 껑충 저리 펄쩍 뛰어 넘으며 나도 몰래 환호성을 지르며 오르다 보니 우리 마음은 어느덧 그 예전의 동심으로 돌아갔다.

역시 세월따라 육체는 변할지라도 마음만은 그대로인 것을.....

천혜의 아름다운 선녀탕이 계곡을 따라 계속 위로 이어져 그냥 스치기가 아쉽다.
잠깐잠깐 쉬면서 둥근 소와 맑은 물을 내려다보니 하나도 힘이 안든다. 

2시간 정도 오르니 드디어 거대한 파래소 폭포가 힘찬 물줄기를 내리 쏫고 있다.
긴긴 세월 떨어지는 폭포수 아래는 매우 넓고 깊은 소가 만들어 졌으니 이 모든 것이 자연의 신비로움이요
감히 인간의 재주로 흉내낼 수 없는 아름다움의 극치가 아닌가라는 생각에 젖어 본다.

산정상이 가까워지니 하얀 눈이 발목까지 빠진다.
하지만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내며 맞아 주어 좋고 게다가 아무도 걷지 아니한 눈길에 나만의 발자취로 예쁜 도장을 여기저기 찍어 가면서 오르니 재미있기도 하고 잠시후엔 내 말자국도 눈과 함께 녹아 없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니 가는 겨울이 아쉽기도 하다.

어느덧 내 인생길에서 또 하나의 겨울이 지나가는구나
봄, 여름, 가을, 겨울 인생의 수래바퀴와 함께 그 옛날처럼......

정상에 오르니 가지가지마다 온통 흰색의 향연이 펼쳐저 그야말로 별천지다.
여기저기 등산객들의 즐거운 탄성으로 떠들썩하다.

가지마다 녹다가 얼어 붙은 얼음덩이는 햇볕에 굴절되어 금강석처럼 반짝이고 평소 볼품없이 땅에 기는 작은 나뭇가지도 오늘만은 온갖 보석을 뒤집어 쓰고 함께 즐거워 한다.





















수정처럼 맑고 투명한 자태가 아름답게 보이는지라 가까이서 자세히 살펴보니 개별적으로는 별것도 아닌데. 왜 우리 모두는 이토록 즐거워 하는지...

저 멀리 높은 가지산과 고헌산 봉우리 부분만이 햇볕에 더욱 흰색을 발하고 산 아래 봄기운이 감도는 푸른 지역과 구별되어 마치 만년설로 유명한 스위스의 한 고산지역을 보는 환상에 젖어 든다.

간월재에서 신불산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등산로는 눈썰매 타며 내려오는 분들의 즐거운 비명으로 평소에 볼 수 없었던 풍경이 벌어지고.....
그들 사이를 피해 이리 저리 미끄러운 길을 30분 가량 오르니 얼음꽃은 더욱 더 만발한데 어느덧 2시다.





온통 바닥이 눈으로 덥혀 앉을 자리가 마땅치 않다.
양지쪽 바윗돌 위로 가서 눈을 걷어 내고 주저 앉아 도시락을 꺼내어 얌얌하면서 곡주도 한잔 주~욱....

신불산 정상 가까이 완만한 능선길을 가는데 멋진 노송밑에서 서너분이 모여 앉아 식사하며 즐거워 하신다. 그 중 한분이 마냥 즐거워 하시는 모습으로 우리를 처다보신다.

우리의 눈과 마추 치니 그분이 대뜸 "한잔 하고 싶은기요 들어 오이소” 이말에 부산에서 오셨다는 한 중년분(조금 전에 설경을 배경으로 사진 찍어 주어 그때부터 우리와 동행하신 분)은 우리의 눈치를 살피다 그만 그리로 들어 가신다.

우리는 모른척 가는 길을 계속 가다 경상도의 우직한 말씨가 매우 인상 깊어 여러번 흉내내어 보니 웃음이 절로 난다. 한잔 하고 싶은기요 어서 들어 오이소 라는 말에 인생 사는 맛이 난다.

영취산(통도사 뒷산, 해발 약1100m)쪽을 향하여 비탈길을 조심 조심 내려온다.
한 30분 걸으니 금강 폭포 길로 접어 드는 가파른 소로 입구가 보인다.

눈이 샇여 있는 소로를 따라 선배분의 발자국이 보여 그런대로 안심이다.
오늘은 자일을 타는 바위길은 피하여 우회하는 길을 택하기로 마음 먹고 매우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내딛는다. 미끄러지면 경사진 사면을 따라 한정없이 스키를 탈 판이니.... 

지난 태풍에 꺾어 넘어진 참나무 가지를 주어 지팡이로 삼으며 어느정도 내려오니 눈은 사라지고 발아래로 신불사와 삼성 SDI 공장 정문으로 이어지는 소로가 보인다.

이젠 어서 빨리 통도 온천에 가는 일밖에 그런데 발등이 아파 계속 걸을 수가 없다.
시간은 어느덧 5시30분이니 지나가는 차라도 도움을 받았으면 하는데 기회는 오지 않고 허는 수 없이 발걸음을 재촉할 수밖에.....한 30분 걸어 가니 온천장 건물이 반갑다.

입구 식당에서 소머리 국밥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곧바로 온천장의 따스한 욕탕으로 퐁당하니 온몸의 피로가 사르르 눈 녹듯이 풀어진다.
여러 형태의 탕을 돌아본 후 밖의 노천탕에서 신선한 외기를 들이 마시니 기분이 매우 상쾌하다

따스한 물에 온몸을 잠그고 머리를 뒤로 젖혀 하늘을 바라보니 조각달이 중천에서 노란 빛을 발하고 별들도 함께 어두운 밤 하늘을 수놓는다.

오늘 하루동안 걸어온 15km정도의 산길을 뒤돌아보니 이 조그만 발걸음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 말이 새롭다.

산은 매우 무서운 존재이지만 때로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으로 상처받은 우리 인간의 몸과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 치료해 주시니 창조주 하나님의 오묘하심에 감사를 드릴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