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春

연록색 북한산 비경을 찾아서 2011505

서로조아 2013. 4. 10. 16:22





하늘시계에 맡겨 두고 연록색 북한산 신령님 품안으로 

2011.05.05(목, 맑음)

녹번역(09:20)→탕춘대능선→향로봉→비봉→사모바위→문수봉(12:30~13:30)→대남문→대성문→보국문 →대동문→동장대→용암문→백운산장→우이동(18:20)




연록색 잎새는 또 한해의 생명활동을 이끌기 위해 하루가 다르게 열심이다.
춘하추동 엄정한 규율을 거스리지 않고 모든 생명체들이 자신에게 정한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때를 기다리며 순종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간다면 저마다의 합당한 과실을 맺히게 할런지?
주변보다 성장이 더디면 그늘에 묻힐 때도 있을 것이고, 오래 지속되면 쇄잔해 질 때도 있으리라.
태풍으로 찟길 때도 있고 넘어지는 나무에 짓눌릴 때도 있을 수 있겠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자연.

우리들 삶도 내 의지대로 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할 것이니 태어나 성장하는 환경부터가 그렇고
살아가는 시대가 그렇고.... 좋은 것이 있으면 반드시 나쁜 것도 뒤따르고...

성장환경이 자신과 조화를 이룬다면 순조롭게 과실을 맺을 것이고
조화를 이룰 수 없는 조건이라면 아무리 좋은 씨앗일지라도 과실 맺기가 어려울 것이다.

출항하는 배는 자신의 의지대로 항로를 선택해서 열심으로 항해할지라도
갑작스런 풍파속에 휘말려 죽을 고생을 감내해야 할 때도 있을 것이고,
적은 노력으로도 순항을 거듭하여 목표지점에 손쉽게 도달할 때도 있을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무조건적인 출항이 강요되는 우리들의 삶
언제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르는 상태에서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세계인류가 자연과 더불어 어떤 역사를 이어갈 것인지...
한때 흥했던 것도 급속히 사라져 가고 가치관도 나날이 변해가는 것 같다.

어떤 이는 마누라만 바꾸지 말고 모든 것을 바꿔야 생존할 수 있다는데....
나날이 변화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자신의 의식구조와 가치관을 바꿔가야 한다지만...

부모 봉양, 결혼과 출산에 구애받지 않고 오로지 내 인생의 낙을 위해...
내일은 내일이고 오늘 하루를 내 인생의 낙을 찾는데만 급급한다면?

우리들의 가치관은 예전에 머물러 있는지
대부분 수입이 끊긴 상태임에도 자식들의 취업과 결혼문제까지 고민하는데...

좋은 환경에서 부족함 없이 성장한 자식들은 계속해서 풍족하게 살아가려 하지만,
사회진출 초반부터 원하는 일자리 얻지못해 심적 고통이 말이 아닌 것 같다.
자식에게 자신의 노후를 의존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우리들은 아직도 여전히....

이렇듯 살아가는 시대별로 하나를 얻는 즐거움이 있었다면 반드시 하나를 잃어버려야 하는 고통이 뒤따르는 것 같다.
나에게 맡겨진 숙제도 언젠쯤 끝날지 모르는데.....

지금 당장 손에 잡히는 것 없으니 자연의 시계에 맡겨 두고
도시락과 곡주 한병 챙겨 연녹색으로 변해가는 북한산 신령님 품으로 달려간다.



향로봉까지 이어지는 유순한 탕춘대능선 우측 아래가 평창동과 구기동이다.







문수봉, 보현봉, 형제봉에서 흘러 내리는 물이 북악산과 인왕산 자락 따라 길게 흐르니 그 옛날 심산유곡이었으리라.










궁궐 북쪽 창의문(자하문) 빠저 나오면 곧바로 맑은 계곡에 소와 너럭바위 만날 수 있고 홍지문 안에 있어 세인들의 이목을 피해 세력가들이 물놀이도 하고 모임장소로도 좋았을 것이다.



인조반정 때 광해군의 폐위를 의논하고 칼을 갈아 날을 세웠다는 세검정이 바로 저아래 계곡에 있지 않은가.



산줄기마다 대단한 기세로 솟구친 암봉들 살피며 향로봉에 올라서니 저 멀리 백운대, 노적봉, 만경대의 우람함이 한눈에 들어오고 능선 주변엔 비봉, 사모바위, 기암들도 여기 저기...























 











통천문 지나니 우뚝한 문수봉과 보현봉, 나월봉과 나한봉, 증취봉.. 하늘도성 바로 앞이다.


















문수봉을 향하여 거대한 암벽에 오르니 멋쟁이 두껍이 바위가 구기동 계곡에서 올라와 따뜻한 햇볕에 몸을 말리는지...바로 옆에 작은 두껍이도...














수십억만년 전 이곳 주위가 흙으로 채워져서 그 때 올라간 것이라는데 그래도 그렇지...
경사진 벼랑 언저리에 몇개의 돌단을 쌓고 그 위에 올라앉은 모습이 안정적인데 선명한 줄무늬와 엉덩이까지 볼수록 신기할 뿐이다.

문수봉에서 보현봉 거쳐 백운대로 휘돌아 가는 능선은 하늘 위에 분지를 만들고 이곳에 모여진 물들이 모두 북한산성입구 쪽으로 흘러내린다.























산 아래 속세와 단절된 천혜의 요새임에 틀림없는데 이제 막 봄맞이 하는 느낌이다.
저 아래와는 2주 정도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주능선 북쪽 하늘높이 솟구친 백운대, 만경대, 인수봉, 노적봉은 하늘 도성의 옥황상재라 할만 하다.









신비롭고 경이로운 바위봉 주어 담는 즐거움에 취하다 보니 나도 신선이 된 듯....

땅거미 속에서 뽀얀 얼굴 내미는 바위들도 하나같이 보통 바위가 아니다.

















바위틈새 진달래는 흙 한줌 없이 긴 가뭄 불덩이를 어떻게 견디어 내고 꽃까지 피웠을까?
진달래와 소나무만큼은 그 같은 생존능력과 지혜를 갖고 있는지....

미끈하게 뻗어 올린 거대한 인수봉, 저런 바위가 어떻게 탄생할 수 있었단 말인가?
노적봉,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가 거대한 단일 바위이면서 근거리에 위치하지만 저마다 독특한 모습이다.

생성 때부터 봉마다 표현코자 하는 의도가 달랐는지....
조물주는 이 세상에 동일한 것을 만들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었는지.....
우리들 눈에 비슷해 보일지라도 동일한 것은 하나도 없다.

























소나무 아래서 남은 곡주 모두 마시고 솔잎에 누워 30여분 자고나니 오늘 하루도 그만 안녕...

 





우이동 자락은 연분홍 철쭉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산이 가까이 있어 산길 거닐 수 있는 이 순간이야말로 내 인생의 최고의 행복이리라.
자연과 함께 자연처럼 살아갈 수만 있다면 좋으련만....
내가 계획하고 노력한다 해도 결과를 좌우하는 것은 내가 아닌데....

어제나 오늘이나 변함없는 모습으로 반겨주는 북한산
자주 오지는 않지만 한번 찾으면 온종일 비경에 매료되는 산

산이 가까이 있어 산길 거닐 수 있는 이 순간이야말로 내 인생의 최고의 행복이리라.
자연과 함께 자연처럼 살아갈 수만 있다면 좋으련만....
내가 계획하고 노력한다 해도 결과를 좌우하는 것은 내가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