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쇄로부터 풀려나니 자유로운 것 같은데 그것도 잠시잠깐, 보이지 않는 족쇄에 묶여 가시적인 성과 없이 한달 두달 마구 흘러만 간다. 지난 1년 동안 동네분은 모두 흩어지고, 떠나간 자리는 폐허로 변했으니.... 성급한 주민이 원망스럽지만 이젠 속수무책으로 세월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평생 살 것처럼 신축해서 정원 가꾸며 23년간 심신의 안식처가 되었던 둥지를 그만 양보하고 다른 곳으로 옮기라니... 아파트 지으면 재산가치가 크게 올라갈 것이라지만 사업성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른 체 정비업체의 부풀려진 기대치만 믿고 덮어놓고 참여할 수는 없지 않은가? 신축 빌라와 상가건물이 많은지라 아파트 재건축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업성이 열약한 실정임에도 주민들은 재건축시장의 과열분위기에 도취되어 깊이 따져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문제점을 알려 주려고 해도 대부분 부재중이거나 문전에 세워놓고 눈치만 살핀다. 감정가의 50% 을 무이자로 먼저 내준다니 세입자 처리에도 문제 없을 것 같고, 아파트 재건축처럼 좋아질텐데 하는지.... 1심에서 조합무효 판결되자 들뜬 분위기가 주춤하더니만 정비업체 도우미가 찾아가 재건축 열망을 행동으로 보여주시면 2심에서는 무조건 승리한다니 정말 그럴 수 있는 거야? 지금까지도 속전속결로 잘 해 왔으니 저희들 요구에 변함없는 성원으로 따라만 주신다면 책임지고 반드시 좋은 집에서 살 수 있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등기권리증 제출하시면 이주비 드릴 테니 서둘러 주십시오. 그래야만이 2심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80% 이상의 주민이 재건축하겠다며 철거시켜 놓으면 법원에서도 어쩔 수 없겠지... 게다가 상위급 건설사가 책임지고 무상 지원해 준다는데.... 법원의 판결을 무시한체 거액 받아 들고 뿔뿔이 떠나갔고, 정비업체는 되돌아 올까봐 유리창과 전등, 보일러와 방바닥부터 몽땅 뜯어내고 뒤이어 중장비로 뭉개버렸다. 온 동네가 철거폐기물로 가득해졌는데 2심에서도 조합설립무효란다. 주민 각자의 재산이 재건축에 참여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알려주고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총괄공사비만으로 동의받은 것은 주민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며 법률적 효력을 부인 했다. 사기꾼들의 전략이 법원만큼은 통과할 수는 없었는지 큰 다행이다. 솔직히 단독주택은 재건축하면 아파트와 달리 세대수가 줄어 주인과 함께 살던 세입자들은 더 이상 살 곳이 없어지고, 건물주인은 거품가격으로 아파트를 매수하는 격이니 모두에게 좋은 것이 아니다. 엉성한 사업계획으로 출발했으니 진행과정에서 늘어날 수 밖에 없고, 입주시점에 가면 추가부담금이 엄청 높아질 것은 뻔하지 않겠는가? 결국 새집에 살면 무얼하나? 빚없이 살아야지... ※총 사업면적:12,100평, 총 건설가구수:735(임대107가구 포함)
무언가 법원이 착각한 것 같다며 대법원 상고로 조합원을 안심시켜 놓고 세월만 기다리고 있으니.... 대법에서도 무효라면 시공사는 이주비 1,300억원에 대한 이자 대납을 거부할 것이고, 정비업체는 최선을 다했다며 법원을 탓하며 책임을 둘러댈 것이고..... 원리금 회수압박에 시달리다 신탁재산 빚에 넘어갈 런지, 아니면 주민 스스로 해결책을 모색하여 신탁재산 되찾아 새롭게 시작하게 될지.... 아무래도 현재대로 몇 년간 방치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세입자 떠나간 자리 새롭게 하고, 살피다 보니 특별한 것 없을지라도 마음이 붙잡혀 있다. 외지를 떠돌 때는 특정 숙제로 묶여 있다가도 테두리만 빠져 나오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좋았는데..... 모처럼 가족과 함께 아침식사 끝내니 08:30이다. 지난주도 못 갔는데 하며 관악산 신령님 바라보니 청명한 모습으로 촉촉한 산하에서 오늘만은 푹 쉬라하신다. 이내 과일 챙겨 역으로 달려가면서 청계산으로 갈까하다 가본지도 오래되었으니 늦은 시간이지만 도봉산으로 향한다. 도봉역에 내리는데 온통 산꾼들로 만원이다. 산꾼들 증가세는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수많은 산객이 쉴 틈 없이 밟고 지나니 비오면 물길로 변해 뿌리가 드러나고, 변강쇠 산꾼들 불도저처럼 샛길 만들기 좋아하니.... 아직도 30%의 산꾼은 쓰레기 관리가 부실하고, 세를 과시하며 자신들 편의에 따라 아무렇게나 행동하고.... 오만함과 정복욕으로 산에 오르는 자들 나무뿌리가 드러나도 나만 편하면 그만이고, 산을 체력훈련장이요 놀이터로 생각하는지.... 다락능선에서 계곡물소리에 이끌려 가다보니 냉골 샘터다. 여기 저기 폭포수가 요란하다. 시원한 냉골약수 마시고 계곡따라 자운봉을 찾아간다. 예전에 보지 못했던 구멍바위도 만나고 은석암도 가까워진 것 같다. 숲속에서 살짝 하늘 열리더니만 예쁜 암봉들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보면 볼수록 신비롭고 아름답다.
어쩌다 저런 암봉이 이곳에만 집중되었는지..... 생김새도 늘씬하고 설악산 암봉과도 다른 느낌이다. 단단해 보이면서도 만개직전의 목련처럼 통통한 곡선미가 무척 아름답다.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 올록볼록 연이어 솟구쳤고 천리길 낭떠러지 암벽엔 소나무 깃들어 살고 있으니 얼마나 신비로운가 분명 저 소나무만은 다른 곳의 소나무와 다르게 삶의 능력과 지혜를 체득했을 것이다. 척박한 곳에서 물 없이도 살아가는 소나무인지라 그보다 좋은 환경 만들어 주면 쉽게 살아갈 것 같은데 분재된 소나무 물 주지 아니하면 죽는다 한다. 포대능선으로 향하면서 달리 보이는 암봉들 감상하는데 익숙한 말씨가 들려오고 대구 산악회 리본이 고향 분처럼 반갑다. 3~4개 산악회가 약속이나 한 듯 모두 대구에서 오셨다. 코스모스님, 북극성님... 혹시 계실까 둘러보기도 하고 물어보지만 벌써 졸업하셨는지....
대구 주변에도 좋은 산이 많은데 멀리 이곳까지 왜 오셨는지요? 가까이 살면 모르다가 떠나봐야 그리워지는지.... 나 역시도 멀리 떠나온 그곳 산하에 마음이 머물러 있다. 도봉산과 북한산은 화려하면서도 날 센 검 같아 순간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고, 수락산과 불암산, 한강 이남의 관악산 저마다 독특한지라 산 주림이 없을 것 같은데도 멀리 계신 신령님 보고파 하는 심정은 모두가 마찬가지인 것 같다. 포대능선에 올라서니 사패산으로 뻗어 내린 산줄기가 반갑고 그 아래 망월사도.... 이게 몇 년 만인가? 외곽순환도로 공사중에 왔으니 어언 3년만이나 보다. 세월이 빠르다 하지만 솔직히 특별히 하는 것 없어도 무척 빠른 것 같다. 5시에 기상, 동산에 올라 2시간 정도 녹 털어내고, 아침 먹고 이런 저런 것으로 어영부영하면 점심 달라며 때를 알려주고, 숙제 풀기 위해 고민하다보면 하루가 저물어 간다. 자연의 시계는 마냥 달려만 가고 배꼽시계도 쉬지 않고 명령을 내린다. 꿀벌처럼 열심히 나돌아 다녀야 하는데... 이젠 먹이감이 아닐지라도 싱그러운 산길 거닐며 병마와 사기꾼의 추격을 따돌리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지방에서 오신 분들은 비록 시간지체가 많을지라도 Y계곡 통과하고 싶은지 줄지어 기다리시고 자운봉 만장봉 신선봉 주봉... 저멀리 북한산 백운봉 인수봉 만경대로 오르내리는 산세가 마치 금강산 품안에 안겨 있는 듯하다. 어쩜 저렇게도 아름다운 암봉들이 겹겹이 쌓였는지.... 곧 굴러 떨어질 것 같으면서도 오랜 세월 그 자리 지키고 있으니....
후손 만대로 이어지며 함께 해야 할 도봉산, 토양유실을 막으려는 노력이 시작된 것 같은데 문제있는 것은 우리들도 의견 제시해서 동참해야 할 것이다.
정권마다 장래에 대한 책임감보다는 일으키기 쉬운 거품으로 위기를 덮다보니 국가채무는 엄청 높아졌고.....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하여 생쥐들은 사각지대에서 혈세를 빼먹고, 곳간 지키는 고양이는 생쥐보다 좋은 생선에만 시선이 머물고 있는지... 멀쩡한 보도블럭 뜯어내고 도로경계석 화강석으로 바꾸는 것도 일자리 창출인지? 나라의 융성도 진정한 땀 흘림 없이 잔 꽤로 이룰 수 없는 것 아닐까? 또다시 경제태풍 휘몰아칠 땐 어찌 하려는지..... 경제가 어렵다할지라도 도봉산만큼은 많은 산꾼으로 활기에 넘쳐난다. 오봉 위에도 올라가는 용감한 분도 계시고.... 그만큼 우리들 생활이 여유롭고 윤택해 진 것 같은데 솔직히 그러할까? 예전엔 청계천 종로 을지로 중심상가는 사람들로 붐볐지만 지금은 놀랄정도로 무척 한산해 졌다. 직접 돌아다니며 가격과 품질 확인하던 방식에서 이젠 집에서도 품질검증된 것을 최저가격으로 받아볼 수 있으니 많은 점포가 사라졌고. 사람 대신해주는 것들도 많이 생겨났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세월은 지속적으로 변화시켜 사람의 손길을 적게 만들고, 소수의 두뇌집단이 다수를 지배할 수 있도록 되었으니 부의 편중도 불가피한 현상같다. 노후까지 산에 다닐 수 있으려면 건강과 경제 어느 한가지라도 발목잡히지 말아야 하는데... 젊은 시절부터 손 놓고 쉬게 된다면 어찌될까? 오봉 위에 언혀진 바위들 누가 올려 놓았을까? 봉마다 하나씩 아슬아슬하게... 수직 낭떠러지 쳐다만 봐도 아찔한데 얹혀진 돌은 물에 떠서 올라갔는지... 날라 올라갔는지... 볼수록 신비롭기만 하구나. 어찌 이곳에만 이런 모습의 바위들이 존재한단 말인가? 오봉샘터에서 솟구치는 시원한 생수 고맙게 마시고 우이능선으로 올라 뒤돌아보니 오봉과 자운봉은 석양이 깃들기 시작하는데 시원한 바람이 신발 벗고 바위에 앉아 곡주 마시고 누웠다 가란다.
자고 있는데 어디로 올라왔는지 거북이가 이제 그만 하산을 서둘러라 하시니... ▼능선으로 올라온 거북이 석양그늘에 가리워 지는 우이암은 마치 조각물처럼 미끈하다.
계곡으로 내려 성불사 지나 물 따라 협곡에 이르니 시원한 물소리로 요란하다. 내려갈수록 또 다른 폭포가 계속되고 마치 백무계곡처럼....
발 담그고 보니 시원하면서도 참으로 신기하다. 어디에 있다가 이처럼 줄기차게 내려오는지? 계곡길이도 짧은 편이고, 능선 주변은 온통 바위지대인데..... 토양과 나무에 그렇게 많은 물을 저장시킬 수 있단 말인가? 스폰지처럼 흡수저장시켰다면 저절로 유출되기도 어려울 것이고, 일시에 쏟아지지 아니하고 시간을 두고 서서히...오로지 자연만이 가능한 일인가 보다. 온통 신비로 가득한 산하 나의 생명도 그에게 의존해 있고,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들도 깨우쳐 주시고, 지친 심신을 쉬게도 해주시니 그야말로 엄마 품속같지 않은가 이같은 자연이 어찌 우리의 정복 대상이란 말인가? 솔직히 인간들의 오만함 아닐까? 자연의 신비로움과 교훈을 경히 여기고, 불도저처럼 마구 짓밟고 다닌다면 어찌 진정한 산꾼이라 하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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