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冬

북한산 상장봉→영봉→백운봉→도선사20060107

서로조아 2013. 4. 12. 19:25





도봉산과 북한산의 정기 가득히 안고 올해도 보람된 한해가 되길


2006. 01.07(토, 맑음)

솔고개(10:20)→제1봉(11:00)→오리바위(11:10~30)→왕관바위→1전망대(12:20~30)→2전망대(12:45)→삼각봉(13:10~20)→육모정→코끼리바위(13:50)→영봉(14:00)→3전망대(14:20~15:00)→백운산장(15:20)→위문(15:30)→오리바위(15:50)→백운대(16:00~20)→백운산장(16:40)→도선사주차장(17:20)→버스정류장(17:40)→석식(~18:10)→백두산사우나(18:20~20:20)




공사준공 일정에 붙잡혀 1달만에 집에 왔지만 우리 아들녀석 군입대를 앞두고 코골이 수술을 내일 한다고 한다.
날씨도 좋고 오랫동안 산엘 못간지라 별일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 아들녀석에게 물어보니 그녀석 웃으며 걱정마시고 다녀 오시란다.

오랫동안 못가본 상장능선으로 해서 도봉산과 북한산 백운대까지 설경을 담아 볼 생각으로 디카 챙겨놓고 잠자리에 든다.
최근에 구입한 모자와 목밴드까지 챙겨 넣고 아들녀석이 좋아하는 얼룩무늬 고아자켙도 회수하여 전철로 향하는데 이상하게도 발걸음이 가볍다.

4호선을 타고 가면서 들머리를 궁리하다가 충무로에서 구파발로 향한다.
솔고개만 기역하고 북한산성행 버스에 오르니 전세 차량인 듯 온통 산님들로 가득하다.

북한산성입구와 효자리를 지나면서 헐렁해지더니만 정류장마다 한두사람씩 내리고 나니 몇분 않남았다.
고개를 오르면서 전통 한옥 건물이 보이고 드디어 솔고개 마을이다.

명태국인지 황태국인지 그놈 먹고 이듬해 와봤던 곳인데 예전의 길 그대로다.
이젠 영영 불러볼수 없게 된 어머님과 아버님... 부를수 있을 때가 좋은 것인데 하며 이런저런 생각으로 오르다보니 타이어 벙커 쉼터다.

이젠 딸녀석도 통신 소대장을 맡아 집에 머물지 않고 아들녀석도 두달후인 3월이면 입대하게 되었으니....
이제부턴 우리도 쓸쓸해 지려는 모양이다.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온다는 말이 있듯이 부모님 세대가 가고나니 내가 그 자리에 오르게 되고...

건너편으로 치솟은 숨은벽과 백운대는 강한 역광으로 마루금만 어슴프레 확인될 뿐이다.

급경사길을 오르는데 침낭이 들어있는 듯한 커다란 배낭을 매고 오르시는 산님이 보인다. 큰 맘 먹고 오르시는 분일 것 같아 접근해 가니 먼저 길을 비켜주신다.
오늘 어디서 주무실 계획이냐고 물어 보는데 낮익은 얼굴이다.

먼저 한국의 산하 김삿갓이라고 인사를 건네는데 그 분도 반갑게 화답하며 김현호라고 하신다. 그제서야 지난 여름 관악산 산행후 뒷풀이장에서 만났던 분이었지 하며 확연히 떠오른다.

동행하시는 분이 산장에 머물계획이 없을지라도 항상 저렇게 매고 다니신단다.
단련목적도 있겠지만 응급 구조대 역할도 할 수 있을테니 정말 산님중의 산님이시다.
영봉까지 가신다니 또 만나겠지 하는 생각에 동행하시는 분과 함께 좋은 산행 되시라는 인사만 남기고 앞장서 오른다.

드디어 제1봉이 우똑 솟았는데 여러 산님들이 위험한 사면에 몰려 있다.



저곳은 북쪽 사면인데다 급경사 바위면이고 중간에 가슴높이의 턱을 오를려면 매우 위험한 곳이다.
물론 로프도 없고...
우회길로 가다가 암릉으로 오를 것 같은 길로 가보니 양지쪽이고 비교적 안전한 편이다.

이곳도 도봉산이나 북한산과 같이 부드럽고 덩치 큰 바위들이 올려져 있고 흙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신기하게도 바위틈새엔 멋쟁이 적송이 자라고 있다.





드디어 내가 즐겨 찾았던 전망대
건너편으론 도봉산의 오봉과 여성봉 그 넘어로 사패산이 뚜렷하고 넘서쪽으론 인수봉, 백운대, 숨은벽이 역광속에 숨어 있지만 그래도 좋은 자리다.









따스한 양지쪽에 기대어 앉아 사과 먹으며 눈앞에 펼쳐지는 좌우 정경을 바라보고 있는데 조금전 몰려 있던 산꾼들이 들이 닥친다.
줄지어 미끄러운 암릉을 내려 가느라 다른 곳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구경 좀 하고 가시지요라며 말을 걸어 보지만 모두들 얼어 있는 바위면을 내려다 보며 바짝 긴장된 모습들이다.

다 내려가려면 최소한 20분 이상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애라 잘됐다 헌데 옆에 오리 한마리가 바위를 오르고 있지 않은가? 그 놈도 담아내고 오봉을 배경으로 기념사진도 얻고...




완만한 능선길로 오르락 내리락하다가 오봉쪽으로 뻗은 지능선을 따라 가보니 오봉과 자운봉이 손에 잡힐 듯 더욱 선명하다.
바로 건너갈 수도 있으면 좋으련만... 중간에 38선처럼 넘어갈 수 없다니....













여기저기 소나무 숲속 양지쪽엔 먹거리를 펼처놓고 둘러앉은 산님들이 부럽지만 역광이 들기전에 인수봉을 담아야 할 것 같다.
바로 앞에 우뚝 솟은 침봉을 기어 오른다. 그 예전에 다녀본 곳이라 무작정 올라 보는데 위험이 느껴진다.









정상에 올라 상장능선 전체와 손에 닿을 듯한 건너편의 우이능선을 디카에 담고 육모정 안부로 내려선다.
이제부턴 영봉에서 내려오시는 산님들과 자주 마주친다. 코끼리 바위를 지나 영봉쪽을 바라보니 햇님은 벌써 만경대 위를 넘어 가고 있다.



햇님과 경주하듯이 부지런히 영봉에 올랐건만 인수봉은 이미 역광으로 숨어 들었다.





배도 고프지만 최소한 한 장이라도 담아볼 생각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간신히 빛나는 인수봉을 담고 영봉도 담은후 양지쪽 명당을 찾아 나홀로 얌얌하는데 헬기소리가 가깝게 접근해 온다.
백운대 정상부근에서 5분이상 머물더니만 다시 멀어져 간다. 무슨 일이 있을까? 이곳은 여기저기 먼저가신 산님의 추모비석이 많은데....



또다시 헬기소리가 접근해 오는데 이번에도 오래 머물고 있다.
재빨리 주어 담고 능선으로 올라가 보니 백운대 정상위에 헬기가 머물러 있다. 오늘같이 춥고 미끄러운 날에 무슨 사고라도 났는지...
곧바로 일산쪽으로 날아가 버린다.



도선사로 하산할까하다가 시간상으로도 가능할 것 같고 년초에 모처럼 왔으니 백운대 정상도 인사드리고 싶다.
백운산장은 산그늘에 가리워졌고 산님들도 보이지 않는다. 오늘 추워서인지 평소와 달리 매우 한산한 편이다.









위문을 지나 정상 오르는 길도 역시 무척 미끄럽다.
아이젠도 없이 왔기에 줄에 의지하여 조심조심 올라보는데 상장능선에서 만났던 오리녀석이 벌써 따라와서 노적봉을 바라보며 휴식하고 있지 않은가?








그놈을 얼른 담아내고 조심조심 정상까지 올라보니 오늘도 변함없이 푸른 창공위로 휘날리는 태극기가 반갑게 맞아준다.
그 예전 선현분들이 이곳에 올라 국가의 안녕을 기원하던 곳인데 올해도 우리나라와 우리국민이 잘 되었으면 한다.










예로부터 감정이 풍부하여 좋은 점도 있지만 냉철함이 약해 문제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급한 성격으로 결과에만 치중하는 것도 그렇고 개인은 지혜로운 것 같지만 모여 있는 곳은 이상하게도 그렇지 않은 것 같고...

감성을 자극하여 동기만 부여되면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것도 우리들인 것 같은데 뒤틀리면 난리다.
장점뒤엔 반드시 단점이 함께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는 법이라니 어쩔 수 없는가 보다.

나 자신도 이 달이 가면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거리를 방황할지라도 몸과 마음을 잘 관리할 수 있고 때를 따라 조국산하의 품안에 안길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족하게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오후시간에 남들 간다고 평소 가보지 않던 길로 가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으니 내 형편에 맞게 나에게 익숙한 길로만 가는 것이 좋겠다.

아래로 보이는 원효능선과 숨은벽을 담아 보는데 어쩐지 작게 보인다.









어린 자식들 데리고 다닐 때가 힘들지라도 즐겁고 좋은 것처럼
다시 예전으로 되돌아 가고 싶지만 이미 어두워졌으니 앞만 보고 조심조심....
우리들의 삶도 이렇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