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만 그려왔던 팔공산 신령님 뵙고 나니
2007.06.16(토,맑음)
백안삼거리(06:50)→주차장(07:50)→관암사→갓바위-관봉(08:45~08:55)→능선삼거리(09:10)→선본재→인봉(09:40~50)→능성재→헬기장→샘터→신령재(11:00)→염불봉→동봉(15:00)→스카이라인→정류장(17:00)

대구 온지 10일째 모처럼 시간적 여유가 생겼으니 팔공산 신령님 뵙고 와야겠다.
찜질방에서 평소같이 4시에 기상 바로 아래 김밥집에 들렀다가 동화사행 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가니 마침 다가온다.(06:00) 확트인 시내를 달려가는데 어디가 어딘지 전혀 모르겠다. 금호강 건너 대구 비행장 지나 잘 정비된 도로 따라 산속으로 들어간다.
터널 지나니 저멀리 팔공산 중계기지와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어디로 오를까 생각하다가 갓바위로 오르는 것이 좋겠다싶어 물어보니 갈아타야 한단다.
동화사 들어가기 전 삼거리에서 내리니 한적하고 상쾌한지라 아무런 생각없이 걸어간다. 개인사찰과 역학 연구소, 우리와 인연맺은 모든 분들 부자 되세요, 달마상 전시장, 납골당 안내문... 이곳만의 특이한 분위기가 감지되는데 갓바위행 401번 시내버스는 15분 간격으로 오르내린다.
버스 종점 지나 상큼한 솔향기 가득한 계곡길로 오르니 관음사인데 중앙에 불당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샘터에서 물 확보후 돌계단을 이리저리 오르니 약사여래불 염불소리가 가까워 지더니만 많은 분들이 머리를 땅에 대고 연신 절을 올리는데 사진으로 뵈었던 갓 쓰신 거대한 불상이 자비로운 시선으로 내려다 보시며
그대는 무슨 고민이 있기에 숨을 몰아쉬며 이곳까지 힘들게 올라 왔는고? 하시니 그 누구도 엎드려 열심으로 취업, 승진, 진학, 사업번창... 온종일 전하고플 것이다.
오늘은 모두들 약사여래불을 외치니 병중에 있는 자의 건강회복을 기원하는 것 같다. 어떤 분은 돈 버는 행운을 바라는지 갓바위 아래쪽 바위면에 100원짜리 동전을 정성껏 붙여 놓기도 하고... 불공 드리는데 쓰이는 물건 파는 집을 돌아 내려가니 그곳 암자에서도 많은 불자들이 연신 약사여래불을 외치며...
모노레일 넘어 주능선으로 오르니 웅장한 바위들이 드문드문 솟구쳐 있는데 워낙 불심이 세차게 미쳐서인지 바위밑마다 거무스레 하다.
커다란 바위로 접근하니 60대 남자분이 촛불 켜고 기도하시길래 조용히 옆으로 올라 바위면을 돌아가니 절벽위 비좁은 곳에서도 할머니 한분이 역시 촛불 켜고 열심으로 기도중이신데 가끔 약사여래불 하시는 소리도 들린다. 접근도 쉽지 않은 이곳까지 찾아오신 고령의 할머님은 무슨 연유일까? 혹시 자제분 중에 아프신 분이 계실까?
전면을 살피니 골프장 넘어로 동봉까지 구비치는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현 위치가 주능선을 이탈한 것 같다. 다시 뒤돌아 바위에 오르니 천상 욕탕이 엊그제 내린 빗물로 찰랑대고...
저 멀리 휘돌아 구비치는 능선은 잠시 하강하다가 수많은 암봉들을 일으키며 치솟고 좌우로는 비단결 같은 산자락이 이끌려 오르는 듯 하니 골골마다 불심이 대단한 것 같다.
헬기장 지나 안부로 떨어지니 샘터 안내판(계곡쪽으로 70m)이 보인다. 대롱 타고 떨어지는 시원한 샘물 한 바가지 몽땅 마시니 정신이 새로워지고...
부드러운 숲속길을 이리저리 오르니 시야가 확 트이면서 우측으로 작은 공룡같은 거대한 암봉군이 보인다. 쉬어도 갈겸 김밥 한줄 먹고...
신령재 지나 봉우리에 오르니 멀리 보였던 주능선상의 암봉들이 본격적으로 반겨주니 청송 얼음막걸리 한잔 하고 남은 김밥을 몽땅... 암봉마다 인사드리다가 그늘진 바위에 누워 오수도 즐기고....
기이한 바위들이 계속 이어지는데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넓은 암반 끝에 곧 미끄러질 듯한 사각박스형 바위덩이가 가까스로 바위면에 붙어 있는데 그 아래로 동화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바위들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이어가니 염불봉이라 하는데 커다란 바위에 또 다른 바위가 올라가 있다. 염불봉 평평한 바위면에 앉아 지금까지 올라왔던 능선을 내려다보고 가까워진 동봉을 올려다 보니 천상으로 이끌려 가는지... 앞 봉우리 넘으면 또 다른 봉우리가 더 높은 곳으로 올려 주시고...
동쪽 청송방향으로는 천문대로 유명한 보현산이 뚜렷하고 서쪽으로는 대구시 전경이 한눈에 들어 오는데 그 뒤로 앞산과 진달래로 유명한 비슬산도 흰구름 아래 잘 보인다.
비경에 취해 정신이 몽롱할 쯤 동봉(1193m)를 배경으로 사진 찍는 분들로 웅성대고 바로 전면에 중계탑과 둥근 레이다 기지가 가깝다. 우측이 비로봉이라는데 역시 그 예전엔 대단했을 것 같다.
계단길로 내려 염불암 가는 길로 가다가 스카이라인으로... 케이블카 탑승장 부근 야외식탁에 앉아 보니 곡주에 취해 주능선 감상하며 밤늦도록 연인끼리 속삭이기 좋은 곳 같다.
준비없이 달려온 나그네를 팔공산 신령님께선 포근히 감싸주시고 좋은 선물까지도 가득 주셨는데 사진 한 장 못 남긴 것이 못내 아쉽다.
남쪽 끝자락 관봉에서부터 기암들을 솟구치다 한동안 잠잠했다가 신령재 지나 기암들을 솟구치는 모습이 마치 천상을 향하는 용 같고 .. 그래서 예전부터 이곳에 불심이 가득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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