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春

소백산 구인사→국망봉→비로봉→희방사 2007526

서로조아 2013. 4. 10. 15:28

 




싱그럽고 부드러운 초원속 하늘길 따라

2007.05.26(토, 박무)

구인사(09:50~00)→천왕문(10:00)→적멸보궁(10:40)→계곡초입(11:10)→능선초입(13:00)→민봉(13:30~40)→신선봉(14:30~15:00)→마당치갈림길→상월봉(16:10~20)→국망봉(16:50~17:00)→초암사갈림길(17:20)→어의곡갈림길(18:40)→비로봉(19:00)→샘터→비로봉→주목관리소(19:40)

05.27(일, 박무)

기상(04:00)→비로봉(05:00~10)→주목관리소(05:30~06:30)→비로봉(7:00~30)→철쭉동네(08:30)→전망대(09:00)→제2연화봉(09:30~40)→연화봉(10:30~40)→희방사(12:00~13:00)→희방폭포(13:05~15)→버스정류장(13:40)→소백산온천(13:50~17:20)→풍기역(17:40~50)





포도청에서 풀려나 도서관에서 이런저런 것들로 시간 보내다보니 어느새 올해의 절반인 6월이 가까워진다.
6월이 되면 또 어디로 팔려갈 지 모르니 소백산품안에 안기고 싶다.
잃어버렸던 소백산 신령님 주신 선물도 다시 찾아 올겸....

단양시 지나 강변길 따라 거슬러 올라가는데 수해복구공사가 착공한지 얼마 않된 것 같다.
큰 비 내리면 해놓았던 것마져 유실될 수 있는데...

현장 조사→예산확보→공사설계발주→시공계약→착공...
일련의 규정과 업무관행 벗어나면 해가 되기 쉬운 공직의 특수성 때문이겠지만...

구인사 종점까지는 관람객 1인과 나뿐이다.





한적한 경내를 따라 오르다보니 소원성취 문귀가 새겨진 연등 철거가 한창이다.



건강, 취업, 진학, 진급...
저마다 신앙에 의지하며 열심히 땀 흘리는 모습은 분명 좋아 보이는데...

날씨가 좋아 산에 올랐건만 정상에 이를쯤 갑자기 먹구름 몰려오고 천둥 번개 치며 소낙비 앞을 가릴 때도 있으니...

교회건 어디건 대부분이 소원성취를 목적으로 하는 것 같은데 우리를 창조한 그 분도 우리의 생각처럼 그런 것을 복이라 할런지?
공수래공수거, 많이 가질수록 번민이 많고, 분수에 맞지않는 욕심은 오히려 화가 된다면서도 그들의 언행은 다른 것 같고.....

이런저런 생각으로 계단을 오르니 적멸보궁인데 구인사 창시자의 묘역인가 보다.
이곳은 외부인의 촬영이나 관람목적의 출입을 허용치 않는다며 관리인이 지키고 있다.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이곳에 안치된 그분도 그런 생각이실까?
사람 숭배하는 것이 아닐테고 그분의 정신을 기린다면 굳이 이렇게 까지 할 필요 있겠는가?
오히려 중생들이 깨우침을 받도록 알기 쉬운 표현으로 그 분의 인생철학을 접해 볼 수 있도록 함이 좋을 것 같은데....



시야가 트이는 곳에서 능선자락을 찾아보니 흐릿한 중에 염소농장만이 보인다.
두 개의 봉우리 넘으니 임도로 내려서는데 건너편 능선에 리본이 보인다.
능선길은 물 확보가 어려울 것 같아 지난번처럼 임도 따라 간다.

계곡으로 들어서니 너덜지대 여기저기서 시원한 물을 마구 쏟아낸다.



파란 너덜을 조심조심 오르다 세수도 하고 발도 식혀보는데 30초도 견디기 어렵다.

어느 정도 올랐는지 땅 밑에서 물소리 들리니 더 이상 물 만나기 어려울 것 같다.
얼굴 내민 곳에서 발 담그고 김밥으로..

마지막 샘터에서 물 확보후 조금 오르니 임도에서 곧바로 오르는 능선과 만나는 삼거리다.



소백산 주능선의 시작인지 좌우로 온갖 고원식물들로 가득한데 나무들은 이제서야 새잎이 벌어지고 있다.

갑자기 숲속에서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곳 주민들인데 이제부터 20여일동안 산나물 채취하신단다.
먹취, 떡취, 곰취, 참취 하시며 보여주시기도 하는데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

먹어보라는데 향은 있는 것 같지만 씁쓸하고 특별한 맛은 모르겠다.
이곳 주민들은 생것도 좋아하신다며 먹어본 분들은 이것만 찾는단다.
귀경길에 사갈 생각인데 조금 힘들더라도 사면 좋았을 것 같다.
하산 길에 보니 곰치 한 주먹만큼 이천원 하니.....

민봉에 오르니 국망봉에서 비로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반갑고 그 넘어로 연화봉까지도 보이는 듯 하다.
신선봉은 저 앞 봉우리만 넘어가면 만날 수 있을 것 같고.





계속되는 초원길을 두어번 오르락 내리락 하니 신선봉이다.



정상에 오르니 신비롭게도 신선들의 장기판이 지금까지도 정사각형 격자 무늬가 선명하다.



바위 뒤편 저 멀리 우뚝한 곳이 형제봉일 것 같으니 그너머로 마대산이 보이는 듯 하고, 태백산에서 건너온 백두대간이 마당치 거쳐 상월봉으로 향하는 모습도 반갑다.









바위면에 앉아 남은 김밥 먹고 어슬렁 어슬렁 산허리 돌아가니 바둑이와 함께 산나물 체취하시는 젊은 남자분이 보인다.
초암사쪽이 외가댁이라는데 이곳까지 바둑이가 함께 하고 있으니...





마당치 갈림길 지나 대간길로 상월봉에 올라서니 지금까지 들렀던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국망봉쪽 넓은 초원과 여기저기 무리지어 있는 철쭉들이 저녁시간이 되었는지 조용할 뿐이다.



상월봉은 송이 버섯같은 바위옆으로 또 다른 길이 동쪽으로 이어지는 듯하다.
국망봉까지 푸른 초원 한가운데를 지나니 반쯤 피어난 철쭉들이 가끔 뛰어나와 반겨주고 석양에 나플거리는 초원은 쉬었다 가라는데 초암사쪽 사면에 길게 늘어선 그림자가 이제 그만 발걸음을 재촉하라 하신다.







 







국망봉에 올라 지난온 길에 눈인사 드리니 잘 가고 또 오라하시고 저 멀리 비로봉은 늦기 전에 어서 오라 손짓하시니..









초암사 갈림길까지 듬성듬성 만나는 철쭉동네도 역시 개화준비에 여념이 없는데 그들을 감싸고 있는 바위들은 덩치도 특이하거니와 온통 육산인 이곳에 서 있는 것 자체가 신기할 뿐이다.









초암사 길림길 이정목을 겨냥하니 메모리 풀이라며 명령 접수를 거부한다. 아니 벌써 그만이라니?
256mb이고 찍는 사진 사이즈를 1600*1200으로 줄였고 전지도 여유분 가지고 왔는데....

능선길 가다 어두워진 그늘에 앉아 50여장을 선별 삭제한다.











어의곡 삼거리에 오르니 저멀리 거무스레한 대피소가 반겨주고 비로봉 끝까지 부드럽게 펼쳐진 푸른 풀밭은 석양빛에 나플거리니 마치 보리밭 같고....





















바람이 어찌나 센지 이동시마다 스틱이 휘어질 정도이니 이곳이 소백산을 대표하는가 보다.
비로봉은 그 누구도 없고 정상석만이 홀로 산객을 맞아 주신다.
비로사쪽 셈터에서 물 한 푸대 떠서 주목관리소로...



그곳엔 누군가 있을것 같았는데 역시 아무도 없고 세찬 바람소리만....
한쪽에 보금자리 만들고 앉으니 이내 어두워진다.

세찬 바람 피할 곳은 오직 이곳 뿐이니 얼마나 귀하고 고마운가.
내집 안방처럼 청결을 다짐하며 오늘 하룻밤 부탁하니 나홀로 맞는 밤이지만 그래도 좋다.

일찍 시작된 밤
잠자리 들기전 주변을 둘러보니 단양시와 어의곡리 외에는 불빛이 전혀 없다.
다행이도 상현달이 중천에 떠 있어 비로봉에서 어의곡 갈림길까지의 능선이 어렴풋이 보인다.

바람이 워낙 세게 불어 바람막이 옷까지 입었지만 추위가 느껴진다.
이내 들어와 디카 열어 일출과 비로봉 사면의 푸른 풀밭 그리고 앞으로 들러볼 정경들 생각하며 냉정한 맘으로 눌러대니 160여장을 찍을 수 있게 되었다.
전지도 새로운 것으로 교환해 놓고...

바람소리가 워낙 심하고 가끔 문짝도 들락거린다.
행여 늦은 시간에 찾아오시는 산님이 아닐까 기대해 보지만 더 이상 인기척이 없다.

비몽사몽간에 깨어나니 새벽 1시다.
볼일도 볼 겸 나가보니 세찬 바람은 여전한데 상현달은 어데로 갔는지...
머리위의 하늘엔 별들만이 가득하다.

초롱초롱 반짝거리는 크고 작은 별들, 큰 별은 어느 별일까?
좁쌀처럼 사이사이를 매꾸고 있는 희미한 별들은 또 어떤 것들일까?

밤하늘을 가득 체운 저 별들은 분명 스스로 빛을 발하는 별들일 것이다.
달처럼 빛을 받아 반사하는 별들도 많다 하는데....
저 별에서 보면 우리 지구도 그들에겐 달처럼 보일 것이다.

무한 공간에 어떻게 떠 있을 수 있을까?
그들 상호간에는 끌어당기는 힘이 존재한다는데...
덩치 큰 쪽으로 달라붙지 않고 제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분명 끌어당기는 힘을 상쇄시키는 제 3의 인력이 존재할 것이다.

서로간에 끌고 당기는 인력으로 제 자리를 지키며 정해진 행로를 따라 운행하는 별들의 세계는 그 누가 그렇게 하도록 지었을까?

인력이 없다면 돌고 있는 지구에 붙어 있을 것이 하나도 없겠지
저것들 사이에 존재하는 법칙이 깨지는 날이면 어찌될까?

태양를 중심으로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명왕성과 함께 돌고 있는 우리 지구
태양계 밖에도 또 다른 별들의 계가 존재한다지

그렇다면 별은 자동차 부품같고 그들이 모여져 돌아가는 우주는 자동차 같구나

우주 공간에 산재해 있는 수많은 별중에 유독 지구만이 생명체들이 존재하는 것일까?
가까운 이웃 별들인 목성 금성 화성엔 생명체들이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

생명체 없는 저들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지구 하나를 무한 공간에 붙들어 두기 위함일까?

밤하늘을 가득 메웠던 별들은 새벽하늘 저 끝에도 여전히 있겠지.

어제 저녁 구름속으로 숨어버린 햇님은 밤새 이동하여 또다시 떳던 곳에서 빛을 비추며 올라오니
밤새 깊은 잠에 빠졌던 생명체들도 여기저기 새소리와 함께 깨어나기 시작한다.

햇님이 숨지 않았다면 단잠을 자지 못할 것이니 밤이 있다는 것도 얼마나 고마운 것인가?
모두가 철저한 계산하에 만들어졌고 계약기간 종료시까지 정해놓은 규약대로 돌고 있는가 보다.

비로봉 능선이 선명해지길래 서둘러 올라보니 짙은 가스층이 동쪽 하늘을 가리고 국망봉 능선도 천문대 쪽도 흐릿하다.
혹독한 바람은 수그러들었는데 일출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산님들이 비로사쪽에서 올라오니 떠들썩해진다.
기다린다고 안개가 겉힐 것 같지 않다.







대피소로 향하며 올라오시는 산님과 인사 나누다보니 안면이 있는 분이다.
그 분도 금방 알아보시고 반가워하신다.
지난해 신성봉에서 만났던 분이다. 이처럼 뜻하지 않게 다시 만나니 무척 반갑다.













제2연화봉 가는 길목의 철쭉동네도 역시 30%정도가 꽃을 피워 지나는 산님들의 눈인사에 반갑다며 화답한다.





















제2연화봉에 올라서니 천문대와 중계소가 저 앞일텐데 여전히 안개속에 흐릿하다.







연화봉과 천문대 주변은 곧 축제가 있는가 보다. 이곳도 이제막 꽃봉우리를 부분적으로 열고 있을 뿐인데..









연화봉에서 지나온 능선에 눈 인사드리고 희방사로 본격 하산을 서두른다.



계속되는 계단길은 끝없이 올라오는 산객들로 희방사 내려설 때까지 초만원이다.
상 받으러 올라가는 것처럼 숨을 몰아쉬며 열심히 오른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멀리서 오실 정도로 여유를 즐기는 삶일까?

갈수록 마음은 초조.불안해 지고 전념할 만한 일거리도 마땅치 않고,
건강 돌보지 않고 모았던 재산 병원신세로 탕진하는 경우도 봤고,
모든 것 투자하여 키워놓은 자식이지만 많이 달라진 현실,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건강관리 해야겠다는 각오인지....
그분들의 바램은 분명 철쭉만이 아닐 것이다.





희방사 계곡에서 발 담그고 쉬다가 내려가니 물소리 요란한 희방폭포다.
냉풍기처럼 갑자기 서늘함도 느껴진다.

























영주행 차 시간(14:20)도 있으니 부지런히 내려가니 버스가 막 도착(13:40)하여 돌아 나온다.

소백산 온천장에 내려 냉온탕 들락거리니 근육 피로가 사르르 풀리고 물까지 매끈



물속에 담그고 걸어온 길을 생각해 보니 부드럽고 유순한 능선길,
산행길 내내 동행했던 고산식물의 싱그러움,
한창 개화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잠깐씩 예쁜 얼굴 내밀고 스쳐 지나는 객을 반겨 주던 철쭉
홀로 어둠에 빠진 산객 머리위로 가득 찾아오신 초롱초롱 별님들은 무언가 들려주시려고 밤새 깜빡이시고....
역시 소백산 신령님 주시는 선물은 수수해 보일지라도 참 좋은 것 같다.

산하가족 여러분 그동안도 안녕하시죠.

구인사 경내는 정숙을 요하는 곳이라 산악회 출입은 지양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산나물 채취행위도 금해야 합니다.
이곳 지역민은 생계상 제한적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철쭉과 초원이 훼손되지 않도록 나하나쯤이야 하시지 말고 우리 모두 주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산사랑이 내 편리함대로 지름길 내고 산하를 즐겨 짓밟고 다니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겠지요,

산하를 내몸처럼 사랑하며 좋은 추억 많이 쌓아가시길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