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夏

부산항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구덕산에 올라 시약산으로 2003.0831

서로조아 2013. 4. 12. 12:01



 


부산항이 한눈에 들어오는 시약산

2003. 08. 31(일) 흐림

냉정역(10:30)→동서대학(11:00)→복천샘터→엄광산(12:10)→꽃마을(12:40)→시약산(13:30~15:30)→승학산(17:00~30)→하단역(18:30)



무작정 가방을 꾸려 놓고 창문을 열어보니 약한 비가 내리고 있다.
어딜 갈까 하는데 유일한 방친구(TV)가 정선 깊은 산골에 할아버지가 쟁기를 끌고 할머니가 이랴 하는 다정한 삶을 보고 가라고 한다.

오후에 겐다면 환상적인 경치를 구경할 수도 있을 거야.
백양산 남쪽 건너편 최남단에 또 하나의 산이 있었지.
차 타고 가다보면 비도 그치겠지, 서둘러 울산 터미널로 내달린다(08:30)

냉정역에 도착하니 10:30분 동서대학 진입로 초입 냉정샘에서 세수를 하고 가파른 언덕길을 20여분 오르니 동서대학 켐퍼스다. 체육관을 지나 얼마간 차도를 따라가면서 들머리를 찾아보니 산으로 오르는 나무계단길이 보인다.

조금 오르니 복천이라는 샘터가 반갑게 맞아준다.
시원한 물 한바가지 듬뿍 마시고 한 병 채워 고운 흙내음 맡으며 산속으로...

건너편 백양산은 안개속에 약하게 보였다가 다시 가리워 지고 간간이 안개가 겉히면서 내려다보이는 동서간 고속도로는 언제나 그렇하듯이 오가는 차량들로 분주한 모습이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철마들도 줄줄이 콘테이너를 달고 여유공간 하나없는 협곡사이를 신기할 정도로 빠져나간다. 안개로 덮고 있는 동안은 한가롭게 보였는데.......


완만한 산길을 돌아가니 삼운샘터, 안내 지도판을 보니 이곳이 엄광산이다.

신령님을 뵈러 정상으로 부지런히 오르니 바위봉우리가 있고 내리막이 시작되기에 정상인 줄 알고 바위에 앉아 사과 한개 깍아 먹으며 휴식한 후 꽃마을로 이어진다는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간다.

나중에 알고 보니 중계소로 이어지는 포장도로 끝부분이 정상(594m)인데 안개속에 가리워 못 본 것이다. 나중에 인사해야지...

지그재그 소나무숲 길은 상큼한 솔향기가 그득하다.
간혹 주차된 차량들이 있어 기분이 상했는데 벌초하러 오신 분들 같다.

후손들이 함께 모여 풀을 깍고 무너진 곳을 보수하느라 땀흘리는 모습은 보기에도 좋다.
하지만 매년 이 맘때만 되면 내마음은 편치 않다. 지난번에 아버님과 형님묘만 찾았을 뿐이니......

한 분밖에 안계시는 사촌 형님이 같이 가자고 하면 마음이 무겁다.
속으로는 풀베는 일이 뭐 중요하다고, 어차피 겨울이 되면 다 사그라지고 말텐데 하면서.
아마 그곳에 대한 추억이 없으니 더욱 그러한가 보다.

오래전 부터 한데 모으자 하지만 잘못 건드리면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데.
굳이 우리의 뜻을 이룬다 해도 후대까지 묘만 있는 옛고향 땅을 찾으라고 강요할 수 있겠는가,

가까이 모셔 온다면 그분들의 삶터와 상관 없어 죄가 될 것 같고, 이래저래 문제의 연속일뿐이다.
허는 수 없지 않은가 모두가 시간속으로 잠들어 갈 뿐인데,
찾는이 없다한들 어쩌랴 그래도 그분들에겐 고향땅이 아닌가 편히 계시게 놔버려두는 수밖에....

골프연습장을 지나 동네 길로 접어드니 여기 저기 먹거리 촌이다.
시락국이라는 낮설은 메뉴가 많아 나중에 물어 보니 말린 무잎을 넣은 된장국이란다
가격도 3000원으로 저렴한데 맛좋고 풍성하여 인기 최고란다. 어쩐지 분비더라 했는데

어머님이 늘상 끌여 주시던 된장 씨레기국, 밥말아 먹으면 한그릇이 어디로 가버렸는지 무척 아쉬워 했지. 먹다가 굵은 멸치라도 나오면 고기라고 좋아했고.....,
다음 번에는 꼭 한번 먹어봐야지.........

마을버스 정류장을 지나 구덕산(시약산) 중계소로 이어지는 포장도로를 따라 40여분...
승학산과 구덕산으로 갈리는 안부지점에서 부산 남천 앞 바다가 안개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시약산 정상을 보니 그늘이 없고 기상관측소, 선박과 비행기에 등대 역활을 하는 시설물만 우뚝 솟아 있고 그 외에는 눈을 끌만한 것들이 아니 보인다.

하지만 정상 팔각정에 가보니 구덕 경기장과 구덕터널, 경남고, 용두산 부산타워, 영도대교, 해양대, 부산항만부두, 흰 물결을 가르며 내달리는 여객선, 바다위에서 입항 대기중인 큰배들이 한폭의 그림처럼 가깝게 다가온다.

 


마도로스 사랑를 노래하며 많은 사연을 남긴 부산항을 내려다보며 생 동동주 한잔 들이키니
아~아 잘 있거라 부산 항구야 미스 김도 잘 있어요. 미쓰 리도 안녕..... 하면서 아련한 마도로스의 사랑 노래가 절로 나온다.


세분의 누님 같으신 분에게도 한잔 드리고 함께 식사한 후 커피도 얻어 마시니 사람 사는 맛이 난다. 새로 오시는 분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이내 무전기를 꺼내 정자 밖으로 나간다.

바위에 앉아 CQ 여기는 부산 시약산 정상 HL1TQR 외쳐대니 여러분들이 화답해주신다.
양산에 계시다는 분은 강원도 치약산 신호인지 깜짝 놀라시기도 하고.......

전망좋은 바위에는 한 노인이 심각한 표정으로 용두산을 가리키며
용의 목이 잘려(도로) 부산시가 힘을 쓸 수 없다고 한탄하시기에 귀기울여 들어본다

풀속에 몰래 가리워진 옆의 묘를 지적하며 이곳이 명당같이 보이지만
사람 모양을 한 신성한 바위가 가까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쓰면 좋지 않다고 하신다.

나도 워낙 호기심이 많은지라 그럴듯한 이야기가 매우 흥미롭다.
이상한 일이다. 산을 다니다 보면 주변에 높은 산이 없어도 샘이 풍부한 곳이 있는가 하면 어떤 곳은 나올만한 데도 매마른 곳이 있다.

용의 머리 몸통 꼬리로 나누어 수량과 수질이 달라진다고 하니 그럴듯하지 않은가?
토질도 바위산 사질토 진흙 깨진돌.... 산모양도 물론 가지각색...
신비로운 자연의 현상을 어찌 사람의 지혜로 다 규명할 수 있으리요

풍수지리학이 과학문명의 그늘에서 소수의 몇몇 분들 사이에서만 전해지면서 자연공학을 전공한 나자신도 모르고 무시당한 체 계승.발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다.
그렇다면 더 이상 효력을 기대할 수 없는 껍데기 학문에 불과한 것인가?

산능선 소위 명당이라는 곳에 힘들게 자리잡은 묘가 지금은 간신히 형태만 남아 있는데....
조상의 덕을 보고 있다면 저렇게 방치하지 않았을 텐데... 지세의 효력발생 유효기간이 지났나?

큰부자가 삼대 가지 않는다지, 달처럼 찼다가 기울기를 반복하는 음양의 순환일까?
성실하게 노력한다 해도 모두가 뜻대로 된다고 볼 수 없고 게을러도 잘 되는 자도 있고....,

큰부자는 하늘이 준다지, 부지런히 수고하지만 근근히 어렵게 사는 자도 있음이 분명함을 보면 우리네 삶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저마다의 하늘이 정한 사주팔자대로 살아갈 뿐인가?

날씨 좋을 때 다시 한번 오기로 하고 승학산을 향하여 발걸음을 재촉한다.
첫 번째 헬기장에 도착하니 낮익은 시설물 밑에서 CQ 내시는 HAM 동호인을 만났다.


반갑다는 인사와 함께 커피 한잔 하며 무선취미활동에 대하여 이야기 나눈후 건네주시는 CARD 속의 DS5 PRH를 기역하며 가던 길을 재촉한다.

승학산 정상(493m) 바로 밑까지 이어지는 능선길은 온통 갈대와 억세밭인데 소나기의 여주인공처럼 나보다 키 큰 갈밭 속을 홀로 달려간다.
석양빛에 붉게 물드는 낙동강 하구 갯벌를 배경으로 나부끼는 이곳의 흰색 물결을 상상하면서....

 


입추와 처서를 지나 추석이 1주 남았으니 이같은 가을 정경을 노래하며 한해를 보내는 아쉬움에 눈물짓게 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승학산 정상 주변은 온통 제비가 이리저리 날라 다닌다.
봄 제비는 확실이 아는데 오랫동안 보지 못해 물어보니 가을 제비란다.
하면 여름 제비는 없는 것인가? 어디갔다 돌아온 것이며 지금은 어디에 집을 짖고 살까?.....

다대포쪽으로 쭉 뻗은 시가지, 석양빛을 등지고 을숙도 갯벌 위로 낮게 착륙 시도하는 여객기, 낙동강 하구 수문을 눈사진과 디카에 남겼으니 지금까지의 산행기역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영원히 남겠지..

※ 이우원 산님이 정성드려 담아내신 사진을 실례를 무습쓰고 이곳에 올렸습니다. 한국의 산하 2004.09.29일짜 이우원 산님의 산행기를 보시면 더욱 좋은 정보가 가득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