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夏

관악산 왕관바위 2005821

서로조아 2013. 4. 12. 12:11




관악산 왕관바위가 어느곳에 정말 있나

2005. 08. 21(일, 맑음)

사당역(10:30)→순돌이바위(10:50)→제1봉→거북바위(11:10)→샘터(11:50)→마당바위(12:00)→관악문 코끼리바위(12:50~13:10)→연주대(13:30~14:30)→동물바위(14:40)→가물치바위(14:50)→아빠 왕관바위(14:55)→비석바위(15:00)→불성사→팔봉중 제2봉(15:45)→아들 왕관바위(16:00)→낙타바위(16:10)→구멍바위(16:15)→서울대




집에서 걸어 갈 수 있는 관악산이지만 바위길에서 느껴지는 딱딱함이 싫어서인지 청계산을 찾아가는 것이 버릇처럼 되어 있다.

어제 아침은 잠깐 이슬비가 내리고 하늘엔 구름이 있길래 디카없이 많이 들어왔던 왕관바위를 찾아 볼 욕심으로 관악산을 갔고 오늘도 맑을 것이라 하여 또 어제 갔던 그 길로 집을 나선다.

남현동 오르는 길은 그동안 많이도 변해 있다.
진입로 바로 가까이 있던 오래된 아파트와 길가 점포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고 산뜻한 포장도로가 차도와 인도로 구분하여 시원하게 뚫여 있다. 예전의 연립주택들도 온통 재건축되어 몰라보게 변해 있다.

깨끗한 주거환경으로 바뀐 것은 좋으나 층고로 봐서 입주민들의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가게 수입은 갈수록 불안정해 지고 조기퇴직과 노령화로 수입보다 지출기간이 길어질 것이 뻔한 이치인데 이처럼 대책없는 지출을 늘려 놓아도 되는 것일까
아무리 대출이자가 낮다하더라고 언젠가는 갚아야 하는 것인데...


저축금리가 낮다보니 저축해 둔 것마저 몽땅 인출하고 미래의 소득까지도 앞당겨 받아내어 많은 분들이 주차장 있는 아파트로....
국민들이 이렇게 살도록 하면 우리 경제가 항구적으로 좋아지는 것인가? 무책임한 정치꾼들이 나라를 망치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계곡 언저리에 한국전쟁시 만들어진 바위굴을 지나 내려다 보니 역시 오늘도 새파란 하늘에 멀리까지 잘 보일 것 같다.




제1봉을 오르는 길목에 있는 동물바위는 산님들에 의해 갈수록 단장되어 가는 것 같다. 본래 모습만으로도 순진한 녀석인데 동그란 눈을 달아주고 주변 화장까지 해 주었으니 이러다간 여성으로 바뀌게 될런지도 모르겠다.



서로간에 눈인사만 건네고 국기가 휘날리는 제1봉을 향하여 가파른 바위길을 올라보니 그야말로 환상적인 날씨다.





하늘엔 흰구름이 두문두문 떠 있고 시원한 바람까지도 불어대는 것이 확실한 가을 날씨다. 건너편 봉우리에 있는 거북이가 그만 감탄하고 빨리 오라한다.



달려가 보니 역시 그 자리에 변함없는 모습으로 반겨준다. 그동안 잘 있었구나 나도 그래,
지난 연말 봤으니 8개월 만이로구나 오늘 날씨가 무척 좋아 관악산에 살고 있다는 동물들과 기묘한 바위들을 찾아 볼려고 큰 맘 먹고 왔지.











잠시 눈맞춤하고 다음에 또 보자며 섭섭해 하는데 많은 분들은 아무런 관심도 없는 듯이 스쳐지나간다.

여보세요 거북이님 뵙고 가야지요. 어디 있어요. 찾아 보세요 하니 곧바로 저기 있구나 한다. 한데 감정들이 경직되어 있는지 잠시 발걸음을 멈칫하더니만 어머 정말 거북이를 닮았네 하며 가던 길을 계속간다.

주능선길로 접어 들었는데 역시 수많은 산님들로 지체되기도 하고 한가할 틈이 없다. 잠시 비켜나와 샘터에 들러 시원한 물 한바가지 몽땅 마시고 한병 가득 채워 마당바위쪽 주능선으로 다시 오른다.



마당바위 지나 돌아가니 연주대 정상모습이 뚜렷하고 가파른 능선 좌우로는 짖푸른 계곡이 하나는 서울대 방향으로 다른 하나는 남태령방향으로 뻗어 내린다.







연주대 가는 중간지점의 관악문에는 코끼리 바위가 있었지
그 놈을 만나기 전에 관악문 지붕 바위에 올라 앉아 주변의 풍광을 열심히 디카에 담는다.









건너편 청계산에서 광교산으로 이어지는 능선도 선명하고 강화도 마니산도 한강끝으로 어렴풋이 보이는 듯 하다. 북한산과 도봉산은 물론이고 남한산성 검단산 예봉산 운길산 그옆으로 천마산에서 주금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마루금이 흰구름 아래 선명하게 다가온다.











햇볕을 가렸던 구름이 비가 되어 제거되고 나니 이처럼 푸른 창공이 티없이 맑다.
저 창공은 어제나 오늘이나 변함이 없건만 다만 구름이 그 사이에 형성되어 볼 수 없었을 뿐이다.

우리네 삶에서도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살다보면 본의 아니게 구름이 형성되어 삶이 어둠침침해지고 재미없어질 때가 있는 것 같다.

인생의 구름은 나의 잘못된 욕심과 오만함이 만들어 내는 것 같다. 하지만 뉘우치는 눈물을 한없이 흘리고 나면 구름이 걷히듯이 짓눌린 마음에도 반드시 화창한 햇볕이 들것 같다. 가끔씩 자신을 돌아보며 눈물을 흘려주는 것도 심신의 건강에 좋을 듯 하다.

많이 기다렸다는 듯이 코끼리바위가 반가워 하는데 빨리 다가오지 않고 그렇게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느냐고 섭섭해 한다.
예쁜 모습 담아내며 삐친 마음을 위로하고 있는데 이번에도 역시 수많은 분들이 아무런 눈길도 주지 않고 어딜 그렇게 바쁘게 가는지....





여기까지 올라오셨는데 코끼리 인사도 안받고 가시면 어떻게 해요. 바로 저앞에서 코를 내리고 인사하고 있잔아요.
바로 앞을 스치면서도 별 느낌이 없는지 아니면 빨리 알아보지 못해서인지 이번에도 별로 깊은 관심을 갖지 않는 듯하다.

산행시에도 산행하는 자의 마음자세에 따라 뵈는 것이 다른 가 보다.

정상을 앞둔 암봉엔 수많은 분들이 쉬어가는데 바로 그곳 바위틈새에 뿌리를 내리고 그늘을 제공하고 있는 소나무 한구루가 있다. 헌데 예전보다 가지가 많이 줄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톱으로 낮게 드리운 가지들을 잘라낸 흔적이 여러곳에 있다. 밑에 앉아 쉴때 거느적거린다고 돌아가며 몽땅....

흙한 줌 없는 이곳에서 세찬 바람과 추위를 이겨내며 이맘큼 자라기까진 수많은 고초를 이겨냈을텐데 우리들은 그저 별 생각없이 마구 잘라내고.... 이젠 윗부분만 남고 곁가지 대부분이 사라진 모습이 매우 쓸쓸해 보인다.

작은 소리로 누가 이렇게 잘라냈어 하며 불만을 토해내는데 바로 밑에서 쉬고 계신 한분도 요즘 사람들 자기만 편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걱정된다며 이런식으로 몇 년만 지속되면 또 다시 배고픈 시절이 올 것이라고....

그래요 우리 조상들은 오로지 미래의 보다 풍요로운 삶을 위해 이른 새벽부터 밤늦도록 허구헌날.....오늘날처럼 등산이나 여행은 꿈도 못꾸고 과일나무 심고 가꾸는데만 열중했길래 오늘의 우리가 그 열매로 풍족한 삶을 누리는데 보다 우수한 수종을 개발하고 심는데는 무관심한 채 조상의 빛난 얼을 이어받을 생각도 않고 정의를 부르짖으며 귀한 시간을 탕진하고 있다고 ...

그래도 지금까지는 먹을 만한 열매가 열리지만 조만간에 고목이 될텐데 그때 가선 말씨름 할 여유도 없어질 것이고 곧바로 굶어 줄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자식들 세대를 걱정한다. 자식에게 재산 물려주려는 우리들의 생각부터가 잘 못 됐다며 섭섭한 표정이 영역한 가운데 잠시 열띤 산상토론이 벌어진다.

이상과 현실은 인간사가 시작된 이후로 같을 수가 없었고 모두가 바라는 이상향으로 변화되어 가려면 시간이 걸리는 문제이고 현실이 뒷받침 되지 않는 한 어디까지나 이상으로만 있을 뿐일텐데....

이상을 부르짖으면 좋게 받아 드리고 그를 따라 가고픈 충동을 갖는 것 부터가 이상과 현실을 제대로 구분 못하는 것 아닐까.









곧바로 정상 넘어 암릉을 타고 동물바위을 지나 팔봉 들머리로 향한다.
가는 길엔 기이한 바위들이 연이어 나타난다. 가물치 바위와 비석바위를 지나 드디어 팔봉이 가깝다. 전체적인 모습을 담고 싶어 불성사쪽 능선으로 향한다.





















계곡 아래 조용한 사찰 샘터에서 세수하고 곧바로 왕관바위가 기다리고 있을 팔봉능선을 찾아간다.













드디어 예쁜 모습의 왕관바위가 짓푸른 숲속에서 얼굴을 내밀며 어제 왔는데 오늘 또 왠 일이냐고 한다. 어제는 일차로 눈사진만 찍고 오늘은 디카에 담아 길이 남겨 두려고 왔어

















곧바로 옅은 석양빛으로 붉그스레 단장한 그 유명한 왕관의 모습을 보여준다.
여러 위치에서 특이한 모습을 열심히 담고 언젠가 또 만나자며 작별인사를 나누려 하는데 삼성산을 넘어오던 빛은 이내 숨어버리고...

참으로 묘한 자연의 현상이다. 서울을 호위하듯 여러 산들이 있지만 이곳 관악산은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과도 다르고 가까이 있는 청계산과도 판이하게 다르다. 게다가 다른 산에서 볼수 없는 낮익은 동물상도 있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형상의 기묘한 바위들이 능선마다 배치되어 있으니 이 어찌된 일인가? 바위가 많은 북한산과 도봉산에서는 이런 모습의 형상을 찾아볼 수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