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夏

북한산 대동문→노적봉→백운봉 2006711

서로조아 2013. 4. 12. 12:24




태풍 지나간후 새털 구름에 반해 북한산 인수봉으로


2006.07.11(화, 구름)

솔공원(09:40)→진달래능선 1전망대(10:00)→2전망대(10:40)→대동샘→대동문(11:10)→성곽전망대(11:20~30)→동장대→산성샘터→용암문(11:50)→노적봉(12:20~50)→위문(13:30)→백운봉(14:00~15:30)→백운산장→우이동 버스종점(17:00)





올해도 태풍으로 제방이 무너지고 힘없는 백성들의 분노는 여전하다.
저들의 청사는 필요 이상으로 넓고 호화스럽게 꾸미면서 정작 시급한 것들은 외면하고 있었으니...

수방공사는 골치만 아프고 그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니 모두가 청사건축, 신도시 건설 프로잭트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지만
그래도 해야 할 것은 하면서 출세를 바라야 하는데....

제 때에 공사 못해서 몇 배의 재산피해가 나도 천재지변이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임시방편 땜질 처방으로 바쁜 척하다 또다시 침묵 속으로 잠겨 버리고 .....

아침 하늘을 보니 새털 구름이 떠 있고 그 사이로 푸른 하늘도 보인다.
요즘 계속되는 궂은 날씨로 마음도 울쩍하고 답답한데 장모님께서 부쳐주신 감자가 오늘 도착한다고 하는데......

지난 일요일에도 못 갔으니 애라 모르겠다 산이나 가자며 집을 나선다.(08:30)
전철역으로 가면서 어딜 갈까 궁리하다 암봉이 몰려 있는 노적봉 부근 정경을 파노라마에 담아오고 싶다.





지난 봄에 올랐던 길로 진달래 능선에 오르니 예상대로 인수봉과 만경대 넘어로 흰 뭉개구름이 피어 오르고 가끔 푸른 창공도 보인다.



매번 보는 모습이지만 오늘의 인수봉과 만경대는 평소와 달리 세수하고 나온듯 청아한데 구름 그늘까지 스치고 지나니 더욱 아름답다.









헌데 저 아래 소귀천 계곡은 화마의 흉터로 오늘도 시름하고 있다. 사회로부터 억울하게 버림받아 자신도 모르게 정신 이상자가 되고....





자동차에서 버린 담뱃불 아니면 농민들의 실화라 하지만 최근엔 울분에 의한 방화도 가세하고 있으니 너무 안타깝다.







노적봉에 올라 정경사진 몇 장 찍는데 오늘은 바위가 미끄러워 위험하니 이제 그만 하고 백운봉에서 느긋하게 쉬었다 가라며 랜즈가 들어가 버린다.

하기사 그렇지 습기를 머금은 프르스름한 바위면은 밟는 즉시 미끄러 지고 여기저기 물이 흘러 내리고 있으니 욕심을 버리는 것이 좋겠다.















노적봉 부근에서 눈사진만 찍고 백운봉으로 이동한다.
백운봉 가는 사면 바위길은 정말 오랜만인데 아직도 그 예전과 달라진 부분이 없고 무척 위험하다.

자칫 미끄러지면 저 아래 계곡으로 추락할 수 밖에 없는 곳인지라 철제 핸드레일에 의지하면서 경사진 바위길을 조심조심 가는데 위문 쪽에서 오시는 백발의 60대 여성산님도 만난다.



혹자는 이런 스릴을 느끼기 위해 산을 찾는 것이라며 좋아할지 모르지만....

백운대에서 염초봉을 내려다 보니 몇일 전에 중년 여성분의 추락사가 있었고 금년 들어 벌써 몇분의 산님이 저 세상으로....
저 아래 여우굴 쪽을 바라보니 조금은 무서운 생각이 든다. 저 계곡으로 추락하신 분들이 많았을 텐데 그것도 모르고...

숨은벽 쪽에서 식사할 생각으로 호랑이굴 쪽으로 내려가 보니 로프가 없어졌다.
잘됐다. 나 역시도 로프가 매달려 있다면 그쪽으로 갔을 터이니....

로프가 매달려 있던 나무는 대부분의 뿌리를 바위사면에 드러낸 채 간신히 연명하고 있다.

산꾼들에게 한번 알려지면 곧바로 계속되는 짖밟힘으로 나무가 죽게 되고 별 준비없이 아무나 덤벼들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

나만 편하게 목적 달성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는 산꾼이지 산님이 아니다.
그렇면서도 산을 사랑한다고 떠들어 대니 산사랑이라는 의미도 저마다 다양하고....

바로 앞를 보니 금방 굴러 떨러질 것 같은 큰 바위가 누워 쉴만큼 제법 넓고 평편하다.
내가 올라간다고 굴러 가지는 않겠지 하는 믿음으로 훌쩍 뛰어 올라 나홀로 시원한 곡주부터....

바로 앞 인수봉은 오늘도 개미처럼 몇 분들이 붙어 있다.
줄에 매달려 올랐다 내려오면 무척 좋은가 본데 나는 전혀 부럽지 않다.

인간사 모든 것의 기회는 젊은 시절에만 주어지는가 보다.
야심을 가지라 긍정적으로 도전하라는 말들도 어디까지나 젊었을 때만 통하는 말이지 아무 때나 성립되는 것은 아닌가 보다.

이젠 몸도 양에서 음으로 변화되어 가니 돌 다리도 두둘기며 건너는 조심스러움과 마음을 비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따뜻한 바위에 누워 있는데 갑자기 헬기소리가 다가온다.
지나가는 것이겠지 했는데 머물러 있다. 일어나 보니 흰색 헬기가 숨은벽 대스랩 옆으로 근접하고 있다.
오늘같이 미끄러운 날 추락한 모양이다.

구조대원이 내린 후 헬기는 저 아래 로 내려갔다가 5분후 다시 접근해 온다. 줄로 달아 올려 일산 방향으로 날아가고....

암릉 릿지도 좋지만 부질없는 욕심에 스스로를 구속시키는 것은 곤란하다.
자연도 우리들의 그같은 도전을 싫어할 것인데.....



저와 함께 하여 주신 산님 산행시도 지피지기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리라 봅니다.
위험한 곳 다니고 백두대간 종주해야 진정한 산님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요즘은 습기도 많고 안무로 길잃기 쉬운 계절이지요. 항상 안전하게 좋은 추억 많이 쌓아 가시길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