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夏

팔공산 갓바위→동봉→염불암→동화사2007701

서로조아 2013. 4. 12. 13:24


 

 



안개속에 숨어계신 팔공산 신령님 뵈러 온종일 산속을

2007.07.01(일, 비)

갓바위주차장(08:30)→관암사(08:50~55)→갓바위-관봉(09:20~30)→약시암→용덕사(10:20)→관봉(10:40~45)→능선갈림길(11:05)→노적봉(11:15)→능성재정상(11:45~50)→헬기장→안부(11:55)→샘터(12:30)→신령재(13:00)→염불봉(14:00~30)→동봉(15:20~40)→스카이라인갈림길(16:00)→염불암(16:15~25)→내원암갈림길(16:50)→부도암→동화사(17:00~40)→통일기원약사여래불(17:45~17:50)→정류장(18:00)

 

 



허구헌날 찜질방이니 목욕 좋아하는 나지만 때로는 지겹다.
TV도 좋아하지 않으니 인근 와룡산에서 시간 보내다 10시 정도에 돌아와 11시에 후미진 곳을 찾아 잠에 빠졌다 새벽4시 기상해서 와룡산 갔다가 김밥으로 아침 해결하고 샤워장 들렀다 출근하는 것이 어느정도 익숙되어간다.

장기 체류한다면 독방 얻어 따끈한 밥도 좋겠지만 6개월동안의 단기간은 찜질방이 적합한 것 같다.

요즘의 찜질방은 가족들의 쉼터가 되기도 하고 떠도는 독신자들에겐 좋은 쉼터가 되었는지 자정이 넘어서면 150여명중 90%가 나홀로 자세로 여기저기다.

겉으로 보기엔 저마다 여유롭게 보이지만 이상하게도 내면을 보면 가족 없이 나홀로 떠도는 자들이 많은 것 같다.
워낙 자기중심적 이해타산이 강해서인지 중도 해체되는 가정이 많은 것 같고...

그 예전 우리 부모님 세대엔 자식들을 많이 키우면서도 힘든 농삿일과 시부모 모시면서 안밖으로 심신이 고단했지만 오늘처럼 저마다의 길로 가지는 않았다.
경제적 어려움이 극심했지만 정신적으로는 오늘날보다 훨씬 인갑답고 강인했던 것 같다.
오늘날의 부요함이 그 분들 수고덕분일텐데 얼마나 오래 갈런지....

대구에 있는 동안 주변 산신령님 찾아뵐 생각하니 찜질방에 머물지라도 즐거운 것 같다.
이곳에서 두번째 맞는 휴일인데 이른 아침부터 짙은 안개속에 비가 내린다.

비 온다고 온종일 찜질방에 머물 수 없으니 무조건 교통편이 편리한 팔공산을 찾아 간다.
혹시 산능선에서 살짝 벗어지는 비경을 만나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도 갖고....

하지만 대구에 계신 코스모스 산님과 부산에서 올라오시는 유순이 산님께서 함께 하기로 했으니 은근히 부담이 된다.
어제 저녁 유순이 산님께 비 오면 다음 기회로 미루자고 해 놓았지만 일단 약속시간에 맞추어 동대구로 나간다.

동대구에 도착되기까지도 빗줄기는 계속된다. 대합실에서 멧세지 확인하니 다음으로 미루어진 것 같다.
두분께 오늘 같은 날은 편히 쉬시는게 좋겠다 말씀드리고 바로 인근 육교 건너편 수퍼에서 불로 막걸리 한병 사넣고 갓바위행 버스(401번)에 오른다.

관암사 오르는 길은 우중에도 여전히 사람들이 오르고 상큼한 솔향기가 습한 바람결에 더더욱 진하게 느껴진다.
버스 앞자리에 앉으셨던 남자분을 따라 부지런히 오르다 커피도 얻어 마시고 삶의 이야기도 털어놓다 보니 관암사다.





관암사 거북이가 뿜어주는 시원한 생수 마시고 한병 체워 돌계단을 부지런히 오른다.
이른 시간인데도 벌써 하산하시는 신도분도 계신다.
함께 오르는 분도 이곳에 올라 절하고 약사암에서 우거지 된장 시레기국에 밥한그릇 먹는 맛으로 자주 오신단다.

그 옛날 어머님 끓여 주시던 시레기국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정말 아련한 추억속에 잊을 수 없는 좋은 먹거리임에 틀림없나 보다. 김밥으로 아침 해결했지만 시레국이 먹고 싶다.

갓바위 정상은 짙은 안개와 비바람으로 바로 앞도 보이지 않는데 많은 분들이 비를 맞으며 머리를 땅에 데고 열심히 소원을 빌고 계신다.
참으로 대단한 정성이다.





관봉 자연석에 만들어진 거대한 불상은 오늘도 안개비속에 근엄하면서도 자상한 모습으로 저 아래서 열심히 소원을 비는 불자들을 내려다 보고 계신다.

한쪽에 조그마한 불이 켜진 곳을 들려다보니 그 옛날 등잔같은 곳에 작은 전구에 불이 켜져 있고 소원을 비는 자의 이름이 세겨져 있다.
아마 위에 계신 불상께서 불켜고 소원을 비는 자의 간구를 기역해서 소원이 이루어지게 해달라는 뜻인가 보다.
엄청난 수의 등잔불이 집합되어 있는데 저마다 그곳에 머물수 있는 시간이 시주금액에 따라 할당된 것 같다.

절을 끝낸 그 분과 함께 약사암으로 내려가서 된장국에 밥 한그릇 먹고 나오면서 보니 장독대가 대단하다.
가을엔 식탁 주변으로 메주가 주렁주렁 하단다.

다시 그분은 업무차 관암사 방향으로 하산하신다기에 용덕사 부근에서 곡주 한잔 나누어 마시고 그분은 관암사로 난 갓바위쪽으로 다시 오른다
급경사 오름길엔 이름모를 야생화가 반겨주는데 거대한 바위밑으로 굴도 있고 오를수록 바위모습들이 대단하다.





갓바위 지나 지난번 갔던 길로 주능선상의 천상 욕탕에도 들러보는데 비바람이 세게 분다.
사방이 온통 안개속이라 자칫 방향감각을 잊어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되지만 갈림길마다 이정목이 있어 괜찮은 것 같다.











계단을 내렸다가 올라 이리저리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니 은혜사로 갈라지는 능성재 정상인데 표지목 바로 옆에선 6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분이 빗물에 밥 말아 홀로 식사중이시다.
모처럼 만나는 분이라 무척 반갑다.


인사 나누다 보니 그 분은 동봉에서 이곳까지 오셨다 다시 동봉으로 가신다는데 동봉까지 2시간이라니 정말 대단하신 체력이다.
천천히 오시라 인사드리고 안부로 떨어지니 능성재다.
샘터가 이쯤일까해서 찾아보지만 아니보인다.





다시 올라 한봉우리 넘으니 그제서야 샘터다.









유순한 숲길을 이리저리 올랐다 내려가니 동화사로 갈리는 신령재다.
예상대로 짙은 안개속에 흐릿하게 바위 모습들이 보인다.



여전히 비바람이 불어대는 짙은 안개속이라 우회길로 발걸음을 재촉하다 나도몰래 암릉길로 올라섰는지
전면에 둥근 바위덩이가 보이고 그 아래로 미끄러질듯한 사각바위가 염불봉이라며 반겨준다.





▼ 저 아래로 염불암이 스치는 안개사이로 살짝 보였다 다시 감추어 지고...



이쯤에서 식사자리를 찾아보는데 집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울린다.
오늘밤이 장인어른 기일인지라 그렇지 않아도 전화할려고 했는데....

처제와 함께 분대장이 된 아들녀석 면회중이란다.

그녀석 목소리도 들어보고 김밥으로 에너지를 충전하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안개비가 걷히기를 기다려 보지만
빠르게 이동하는 안개비 사이로 순식간에 열렸다 닫히는지라 랜즈가 비에 노출될까봐 정경 담기가 무척 어렵다.

▼ 맨말 같은데... 누구의 발일까?






잠깐 열리는 하늘을 보니 안개 비구름 위로 또다른 흰구름이 보이는데 모습이 변하지 않는 것으로 봐서 저 높은 곳의 흰구름은 이동하지 않는 것 같다.

염불봉을 내려서 본격적으로 동봉을 향한다.
정상에서 남은 곡주 마져 비우며 기다려 보는데 역시 큰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 계곡아래쪽에 동화사 역시 빠르게 이동하는 운무사이로 잠깐 보였다 감추어 지고






바로 건너편 중계기지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계단길로 내려 스카이라인 갈림길에서 염불암길로 간다.





염불암도 불당 신축중인데 올려다보니 거대한 자연석에 엄청난 모습의 불상이 두면에 세겨져 있다.
바로 위로는 염불봉의 거대한 바위가 내려다 보고 있으니 스님들의 기도처로 좋은 것 같다.









늘씬한 소나무숲 사잇길로 계곡따라 내려오면서 보니 동화사의 부속 암자들이 계곡마다 자리하는 것 같다.







동화사에 이르니 역시 큰 집답게 규모부터가 대단하다.
표충사와 같이 누각처럼 생긴 건물로 들어서서 계단을 오르니 전면에 대단한 규모의 대웅전이 보이고 좌우엔 승가대학 간판이 보인다.









사찰 대문내부에는 특이한 형상의 목상들이 보인다.
부처님 계시는 나라의 동서남북을 지켜주는 천왕이라는데 아래쪽 설명문을 살펴보지만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
아마 대웅전을 향하는 자들로부터 악귀를 몰아 내려는 것 같은데...





절에서 일하시는 스님에게 버스 정류장 묻다가 궁굼한 것들도 물어 본다.
그 분의 말씀이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라 하시며 사람이 이승에서 죄를 범하면 내세엔 그 댓가를 치룬다 하신다.

남의 눈을 속이면 내세엔 봉사로 태어나고 남의 귀를 어둡게 하면 내세엔 귀머거리로 태어난다 하시고
축생도 전생에 죄가 많은 사람들이라 하신다.

절에 가죽북을 만들어 놓은 것도 축생들의 천도를 비는 의미가 있고
쇠북은 지중에 같혀있는 자들을 천도하기 위한 것이라는데....

절 외벽에 그려진 그림들의 의미도 설명하시는데 평소 궁굼하게 생각했던 것들인지라 나의 질문은 끝이 없는 것 같다.
언제 다시 오게 되면 차근차근 알려 주실 것을 부탁드리고 그 분께서 일러주신 통일기원 약사여래대불을 찾아간다.





노대통령시절에 만들어진 것이라는데 규모면에서 역시 엄청나다.
이렇게 좋은 환경에 수천억원의 공사비를 투입하여 통일을 기원하는 대불을 만들었지만
약사여래대불은 그런 것보다는 서로간에 참된 마음으로 노력하며 때가 찰 때까지 묵묵히 기다리는 것이 좋다 하시는 것 같고...

잠시 소강상태이던 하늘에서 또다시 시원한 빗줄기를 쏟아내니 계곡은 더욱더 물소리로 가득하고....
계곡따라 발걸음 재촉하니 버스 정류장이다.

모스산님께서 잊지 않으시고 동대구에 들르라 하시는데
등산화는 꿀렁대고 온몸이 말이 아니니 역시 다음 기회로 미루고 나의 보금자리인 찜질방으로 내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