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夏

팔공산 파계사→서봉→동봉→수태골2007805

서로조아 2013. 4. 12. 13:26


 

 



팔공산 서편에 계신 신령님 찾아 운무속을 온종일

2007.08.05(일, 비)

파계사종점(08:50)→파계사(09:40~50)→대비암(10:00)→성전암(10:20~30)→갈림길(10:50)→파계재(11:20)→헬기장(12:20~12:50)→파계봉(13:00)→서봉(16:00~50)→마애여래좌상(17:00~17:20)→마애여래입상(17:40~50)→동봉(18:00~10)→스카이라인안부(19:00)→수태골(20:00)→버스승강장(20:20)





장마 끝이라지만 어제에 이어 오늘도 하늘은 온통 짙은 구름인데 호우주의보 속에 가는 비가 내린다.
늦게까지 자고 싶지만 어찌 찜질방에서 하루를 소진할 수 있단 말인가?
담봇짐 챙겨 팔공산 파계사를 찾아 발걸음 가는데로 거닐고 싶다.

칠성시장 들러 복숭아와 불로막걸리 사 넣고 101-1번 버스에 오르니
동대구역 거쳐 대구공항 인근을 지나는데 널찍한 도로 주변엔 신도시가 조성되는지 광고판이 눈길을 끌고....
어딜가나 신축아파트와 좋은 차로 넘치니 상당히 여유 있어 보인다.

건설경기 활성화해야 한다는 건설업체 요구대로 개발열기 불어 넣고 술사들이 가세하니 은행돈 빼내어 결혼 앞둔 자식 명의로 분양에 참여하고...
대출금은 해결하겠지 했지만 정작 취업이 어렵다보니 자식도 큰 문제지만 본인의 노후도 더욱 불안해 지는 것 아닐런지...

젊은이들이 마땅한 일자리 없이 떠돈다면 장래는 뻔하지 않겠는가?
근본적인 처방은 외면한 체 쉬운 방법으로 난관을 모면하려 한다면 그로인한 폐해는 두고두고 무거운 짐이 될텐테....

오늘날 이렇게라도 부를 누리는 것은 모두가 부모님 세대에 뿌리고 힘써 가꾸어 놓은 것들의 과실이 아닐까?
과실나무는 서서히 고목이 되어가는데 새로 심고 가꾸기보다는 삶의 질 운운하며 당장의 욕구충족을 더 중시하니...

파계사 내부 둘러보니 대체적인 구조가 동화사와 닮은 꼴인데 단청으로 고왔을 이곳도 오랜 풍한서습에 이젠 기왓장마져도 힘들게 느껴지는 듯하다.



세면트길 따라 올라가니 최근에 신축된 듯한 아담한 대비암을 지나는데 천도제가 진행중인 것 같다.



무작정 길 따라 급경사 돌계단 올라보니 성전암인데 지붕전체가 천막으로 씌워져 있고 신도이름 새겨진 기왓장도 쌓여 있으니 이곳도...



판초위 걸치고 물방울 맺힌 숲속을 20여분 오르니 재법 뚜렷해진 능선길과 만난다.
온통 짙은 안개로 방향감각을 잃어버리기 쉬운 날이라 은근히 걱정도 되지만 외길로서 뚜렷한 편이다.



부드러운 육산인데도 묘하게 생긴 바위들도 가끔 만나고.
안부로 떨어지니 파계재 이정표가 잘 왔다며 파계사와 석굴암 그리고 서봉 길을 안내해 준다.



등로따라 낮익은 야생화가 계속되는데 노란 꽃 피운 바위 채송화가 신기하다.
그 녀석들 어떻게 아무것도 없는 바위표면에서 살아갈 수 있는지?







오르락 내리락 어디쯤 왔는지 모르지만 헬기장이다.
오늘같은 날은 전운이 스치기 쉬우니 일단 핸드폰 꺼놓고...

나홀로 곡주 몇 잔 마시고 김밥 먹다보니 갑자기 거대한 봉우리가 하늘위로 반짝 보였다가 숨어 버린다.
제법 높아 보이는데 어디쯤일까?

구름층이 엷어 지면서 북쪽 산세가 잠깐 보이는데 군위군 부계면 같다.
오르락 내리락 안개속에 어렴풋한 바위들을 여러개 지나는데 이곳부터가 정경이 좋을 것 같다.





살짝 벗어지면서 흰색 케이블카 건물이 보이고 전면 위로 또다른 높은 봉우리가 보였다 사라진다.
지그재그로 엇갈린 바위능선 보니 마치 톱날같기도 하고....
지나온 길도 안개속에 파뭍히고 진행할 방향도 전혀 보이지 않는지라 정신이 몽롱한데 갑자기 나타난 입간판이 서봉이란다.











반가운 마음에 동봉과 중계기지가 보일것 같아 한참을 기다려 보는데 끝없이 스치는 짙은 운무로 그들의 위치조차도 모르겠다.

도대체 이런 운무는 어디서 생성되는 것일까?
저 아래일까 아니면 먼 곳에서부터 계속 날아오는 것일까? 마치 연기처럼 끝없이 계속 날아든다.

살짝 구름층이 엷어 졌는지 멀리 금호강 줄기가 어렴풋이 보이고 팔월 한낮의 뜨거운 기운도 감지된다.
분명 안개구름 위로는 변함없이 따가운 햇볕이 내리 쬐이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안개를 만드는 냉기는 어디로부터 공급되는 것일까?
시베리아 찬바람이 내려왔다면 북쪽에서 남쪽으로 불어야 하는데 오늘은 남에서 북을 향하고 있으니...

한참 기다렸다 동봉을 찾아가는데 갑자기 전면이 열리면서 동봉에서부터 중계기지 주변 일대가 순식간에 완전히 열린다.

















하늘엔 흰 뭉개구름 지나고 파란 하늘도 보인다.
그렇지 오늘 같은 날에도 저 높은 곳은 저렇게 파란 하늘뿐이지....

둥근 레이다기지와 거대한 수직바위 밑으로 조그마한 암자도 보인다.
역시 팔공산은 신성이 깃든 곳마다 불심으로 가득하다.
골골마다 암자없는 곳이 없을 정도이고 동봉의 약사여래입상과 좌상, 염불암 그리고 관봉의 갓바위....







저렇게 높은 곳 자연석에 부조를 새기는 동안 금 가지 않을까 떨어져 나가지 않을까 얼마나 마음 조렸을까?
정말 대단한 정성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작품이다.

미래의 완성된 모습을 꿈꾸며 목표를 향하여 날이면 날마다 작업에 앞서 엎드려 절하고 조금씩 조금씩 아주 조금씩...
하지만 불상 어디에도 누가 만들었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사찰을 세운 스님은 오래도록 전해지건만...

그 예전부터 재주를 감탄하면서도 정작 그들을 드러내 주는 데는 인색했나 보다.
오늘날도 재주 있는 자는 열약한 근무 환경에 노출되어 수고하는 것 보면 물리적인 재주보다는 정신노동자가 더 높힘을 받으니....
우리들 삶이 공평하다지만 공평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동봉에 올라 운무 걷히기를 기다려 보지만 사방이 어두어져 가고 저 아래 수도사 부근만 옅은 햇쌀이 남아 있다.





석양빛 감도는 염불봉 만나볼까 해서 스카이라인으로 하산하는데 석양빛은 여전히 운무속에 숨어 있는지....





저멀리 우뚝한 파계봉에서부터 동봉 관봉에 이르기까지 팔공산 신령님께 다시한번 눈인사 드리고







안부로 떨어져 발걸음 재촉하는데 작은 물소리가 팔공산 신령님의 선물이라 하길래 받아보니 역시 하루의 피로가 사라지고 심신이 새로워 진다.

수태골 주차장 주변을 살펴 보는데 버스정류장은 한참을 가야 한단다.
가로등 없는 산중 도로는 가끔 오가는 불빛으로 앞을 분간할 수 없지만 고개넘어 가니 호텔과 온천 앞을 지나 버스(1번)종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