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夏

와룡산에서 죽곡까지 2007902

서로조아 2013. 4. 12. 13:32


 



와룡산에서 죽곡까지 금호강 따라

2007.09 02(일, 비)

초입(08:50)→와룡산정상(09:20)→2헬기장(09:30~50)→3헬기장(10:50)→개사육장(11:30)→용머리(13:00~10)→체육공원(14:00)→신당고개(14:30)→궁산(15:00)→윤호서당(16:00)→강창교(16:00~20)→모암봉(17:00~20)→강창교(18:30)





일주전만 해도 무척 뜨겁던 햇볕이 연일 계속되는 비로 많이 서늘해 졌다.
처서 지나고 백로가 1주 앞으로 다가오고 있으니 어느덧 가을의 문턱에 와 있나 보다.

어제도 온종일 그치지 아니하고 계속 내렸건만 오늘도 비가 내린다.
많은 비 내리면 모르는 곳 갈 수 없으니 대구 시가지를 걸어볼까 하다가 늦게 나선다.

차들의 왕래가 많은 시내보다는 동네 뒷동산(와룡산)이 좋겠다. 많은 비가 온다 해도 별 문제 없을 테니.....



와룡산 정상은 매일 아침 주민들로 북쩍이는데 오늘은 조용하다.

짙은 안개속이지만 새로운 길을 가본다는 설래임으로 길만 따라 가는데 시가지 모습이 잠깐 열렸다 닫힌다.





두 번째 헬기장에 이르니 빠르게 흘러가는 운무사이로 황토물 가득한 금호강과 염색과 섬유로 유명한 서대구 공단이 잠깐 보인다.



커피향 즐기며 기다려 보지만 또다시 가려진다.

저 앞 봉우리 넘어가면 금호 분기점이 보일 것 같다.
안부로 내렸다 수풀 헤치다 보니 바지가 금새 젖고 신발속도 물로... 풀잎에 맺힌 물방울 털면서 진행하지만 소용없다.
봉우리 일대가 아주 오래된 묘지인지 울퉁 불퉁 하다.

낮게 지나는 송전선이 위험한 것 같다. 오늘처럼 안개 짙은 날엔 더더욱...
하지만 나보다 키큰 나무 있으니 조금은 안심되지만 허리 굽히고 빠져 나오는데 억새와 산딸기 덩쿨은 끝없이 계속된다.

헬기장에서 신발속 물을 비우고 양말도 짜내고....



저기쯤 가면 금호 분기점이 내려다 보일거야 하는데도 가까이 들려야 할 차소리는 어쩐지 멀리서 들린다.
길을 잘못 들었나 뒤돌아 갈까 해도 잡풀 한가운데 같혀 어쩔 수 없다.

무조건 진행하는데 이정목이 반겨 주면서 서대구 나들목이 바로 우측 아래라고 한다.



예상대로 금호강줄기와 다리모습도 제법 선명하고 경부 중앙 구마 고속도로가 교차되는 금호 분기점이다.





북쪽으로 희미한 길이 보인다.
저 길로 가면 용머리로 다시 오를 수 있을 거야 하는데 이번엔 칡덩굴이....





소나무 사잇길로 내려가니 공원조성중인 매립장이다.
개사육장 지나는데 고삐 풀려 도망나간 개가 건너편 산자락에서 조금은 자유스런 모습으로 이곳을 바라보고 있다.

저 녀석 밤이 되면 돌아올 겁니다. 하는데
돌아오면 철망집에 같혀 있다가 조만간에 죽임을 당할테니 절대 돌아오지 마라고 전해 주고 싶다.

먹어야 하기 때문에 가만히 둬도 돌아오게 된다니....
저 녀석이나 우리나 마찬가지 신세인 것 같다.

뙈약볕 아래 이른 시간부터 늦게 까지 땀으로 세수하듯 하면서 온종일 일에만 매달리는 건설현장 근로자들 ...
일하지 말라 하면 좋겠지만 땀 흘리지 아니하면 먹을 권리도 없다 했으니 고통스러운 것 만큼 즐거움도 주는 것 같은데...

쉴세 없이 줄어만 가는 삶의 시간을 네 마음껏 자유롭게 살아라 해도 도망나간 개처럼 밤이 깊어지면 불안 초조해 스스로 멍에를 찾아 가게 되는 것 아닐까?

육신은 먹어야 하고 밤이면 자야 하니...
결국 현실을 살아가는 한 멍에로부터 자유롭게 될 수 없는가 보다.
지나침이 없는 멍에는 삶을 지탱해 주는 것이니 보약이라 할만 한 것 같고....

가스 채집장 부근에 이르니 커다란 고라니가 풀숲에서 껑충 껑충....
저 녀석 어떻게 이곳까지 왔을까?
북쪽은 금호강이 둘러 처져 있고 남쪽은 대구 시가지인데....

금호강 건너편 북쪽에서 다리 넘어온 모양인데 혹시 암수가 함께 내려 왔는지?
아니면 다리 인근을 홀로 서성대다 차량소리에 놀라 자신도 모르게 건너 왔는지...
이제까지 토끼똥 같은 것도 봤으니 식구가 있는 것 같기고 하고....

예전의 쓰레기 매립장이라 어수선하다.
용머리로 오르는 길이 있을 것 같아 찾아보는데 돌망테 축대만 계속될 뿐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공사로 없어진 모양이다.



대충 감으로 올라붙어 숲속을 진행해 보는데 잡목이 우거져 불가능하다.
포기하고 포장도로 따라 내려 가는데 확실한 길이 보인다.

무조건 따라가니 잘 정비된 묘지가 이어지고... 결국 마지막 묘지에서 끝이 난다.

이쯤에서 숲속을 헤치고 오를까 하여 진입할 만한 곳을 찾아보니 다행이도 발자국이 보인다.
이젠 됐다는 생각으로 급경사지를 헤치고 오르니 철교 지나는 기차소리가 5분 간격으로 들리고 KTX는 10분 간격으로 올라가는 것 같다.



경부고속도로 역시 많은 차들로 조용할 틈이 없으니 국가 경제의 대 동맥이라 할만 하다.
하늘과 바다에서도 쉴새없이 물자와 사람이 이동하니.... 저 같은 이동이 막힌다면 어찌 될까?

용머리에 올라서니 좁은 봉우리 한가운데 묘1기가 있는데 아파트로 변모한 푸른 들판속의 서재마을과 낙동강으로 황토물을 열심히 흘려 보내는 금호강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서울 부산을 분주히 오르내리는 철마도 볼 수 있어 참 좋다.





어떤 욕심쟁이 후손이 자신들의 부귀영화를 오래도록 누리게 해달라고 이곳까지 모셔 왔으니...
정경 좋은 명당에 경쟁적으로 매장하려 한다면 국토가 어찌 되겠는가?
풍수지리학도 좋지만 너무 지나치게 확대 응용하는 것 아닌지..

계명대 뒷산으로 이어질 만한 능선으로 달려가니 성서공단과 낙동강이 보이기 시작한다.
섬유산업 위축되면서 새로운 시장 진입을 위해 조성된 성서공단, 대부분 중소기업형인데 버티다 못해 가동 중단한 곳도 많아 큰 걱정이란다.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닌데 모두들 만성이 되었는지....
공무원시험때 각지방에서 모여드는 수많은 청년들 보면서 현대판 과거시험 보는 듯 하다 하고....

오늘날 자가용에 번듯한 아파트에 살고 있으니 만성이 될만도 할 것이다.
진실로 우리가 예전보다 잘 살고 있는 것일까?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대체로 충족하며 살고 있으니 잘 산다고 볼 수도 있는데 왜 걱정해야 하는가?

지난날과 비교해 보면 저축율이 극히 떨어지고 가게 부채가 급증하지 않았는가?
결과적으로 빚내어 흥청망청 지내는 것은 아닌지....

갚을 능력이 확고하다면야 문제없겠지만... 연금 가입되었으니 저축할 필요 없다는 것인지...

세계경제가 완전 개방되어 소비자를 예전처럼 속일 수 없고 경쟁력이 없으면 문 닫는 것은 시간문제 아닐까?
중국이 빠른 속도로 뒤 쫏고 일본이 억누르는 상황에서 빼앗기지 않고 잡혀 먹히지 않으려면 고민해야 할 것들이 많을텐데....

조만간에 닥칠 어려움을 사실대로 인정하지 않고 문제의 심각성을 은폐시킨 체 소비만 부추겨 어찌 하려는지?
소비가 늘어야 경제 살아난다고 장래 소득까지 앞당겨 소비시키는 데만 열중하고 있으니...







저 산에 오르면 또다른 정경이 펼쳐질 것 같다.
도로 건너 소나무 숲속을 오르다 보니 지나왔던 용머리와 와룡산 줄기가 건너편으로 선명하고 서재마을도 새로운 모습으로 아름답다.







잡풀 헤치고 나오니 궁굼했던 낙동강과 금호강의 합류지점 그리고 내가 참여하고 있는 공장건물도 한눈에 들어온다.







어딜 가나 지역 경제 살린다며 귀한 농지 매립해서 아파트만 지어대고...
도시내의 멀쩡한 단독주택도 헐고 아파트만 지어 대는데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인지...







대출해 준다니 젊은 신혼부부들 부모에게 매달리고....
직장 없어도 자식 결혼시키려면 아파트 하나는 해 주어야 한다니?
우리들이 자식들에게 못된 병을 심어 주었는지도 모른다.

하나밖에 없는 자식 번듯한 삶을 살게 해야 한다며 자신의 살과 뼈를 깍아 뒷바라지에 모든 것 바치는데....
독립심과 인내심 키울 필요 없다는 것인지...

그 옛날 유생이 모였을 서당은 거미줄과 잡풀로 뒤덥히고 진입로마져 잃어버린 듯한데 대문 곁에서 반겨주는 안내판이 무언가 할 말이 많은 듯 하다.







강창교 건너편 산에 오르면 왜관에서 흘러 내리는 낙동강물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상으로도 될 것 같고 일찍 찜질방 들어가 봤자 할 일 없으니...





아파트로 밀려나는 들판을 가로질러 마을에서 곡주, 식혜, 과일음료 사서 소나무 숲길로 30여분 오르니 팔각 정자가 정경 좋은 이곳에서 푹 쉬고 가란다.









건너편 궁산과 성서공단,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든 삼각주, 앞산에서 청룡산 지나 비슬산까지도 흰구름 속에 가물대니 그야말로 아름답다.





건빵과 곡주로 느긋한 시간 보내고....
낙동강 줄기가 보일만한 능선으로 내려가니 강변 들판이 안타깝게도 물바다를 이루고....





산자락 돌아 정자로 순환하는 산책로 따라가니 감이 주렁주렁...



합류지점으로 내려가 보니 정수장인데 역시 철대문이 막고 뒤돌아 가란다.
정자쪽으로 진행하다보니 리본이 하산하려면 이쪽으로 내려 가세요 한다.

날머리가 정수장쪽으로 있어 강창교 쪽을 찾아보니 잡풀로 우거진 수로가 보인다.
논으로 내려 금호강변으로 이어질 듯한 농로 따라 가니 황토물이 가득하다.



뒤돌아 마을길로 나오는데 이대로 전철 타기에는 곤란한 것 같다.
전철역 3개 정도이니 시내구경도 할겸 걸어가는데 온종일 물속에 갇힌 발이 물 좀 빼면서 천천히 가잔다.



계명대 지나 평소 개발해 둔 음식점에서 점심겸 저녁을 남은 곡주와 함께....

궁금증이 어느 정도 풀렸는데 앞으로도 알아볼 곳이 너무도 많다.
남은 3개월 동안 다녀 보면 마음속의 숙제가 풀릴런지...

반백이 넘기까지 한 맺힌 사연이 많았는지 아니면 따분한 객지 생활에 대한 뭄부림인지 온종일 비속을 거닐어도 싫지 않았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