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夏

합천 매화산→해인사→홍류계곡 2007715

서로조아 2013. 4. 12. 13:35


 

 

가야산 신령님 뵈러가던 중 신발 펑크로 얻은 비경

2007.07.15(일, 초복, 맑음)

서부정류장(06:40)→해인사(08:20~30)→왕관봉(09:20~40)→1028봉(11:10)→민가(11:40~50)→해인초교(12:00)→정류장(12:10~20)→박물관(12:30)→홍류계곡(13:10~)→길상암(13:50~14:20)→농산정(14:50~15:10)→홍류문(15:15)→공원관리사무소(16:20)→일광학당(16:30~40)→구원(16:40~55)


 







태풍이 지나간 아침 하늘을 보니 무척 쾌청하다.
어제 퇴근 무렵부터 가야산 산행기와 해인사행 버스를 알아보면서 마음은 이미 가야산에 가 있다.

여느 때처럼 찜질방 아래 김밥집에 들렀다 대구시 서부정류장으로 달려 해인사행 첫차(06:40)에 오르니 50~60대 분들이 많고 등산객은 나 혼자다.
오늘이 초복이지만 불자분들은 망자의 극락왕생을 기도하는 백중이란다.
하늘나라에 다시 태어나 시름없이 영원토록 살기 원함은 우리 모두의 바램인지 대부분의 종교가 동일한 것 같다.

구마고속도로 달리다 올림픽고속국도로 낙동강 건너 동고령 IC로 빠져 고령 거쳐 안림천과 가야천을 거슬러 오르니 골짜기 사이로 뾰죡뾰족한 산세가 신성이 가득하다.

박물관에서 많이 내리고 한 정거장 더 가니 종점이다.
수퍼에서 적당한 곡주가 없어 캔맥주 하나 사고 어디로 오를까 묻다가 매점 앞길로 오르면 매화산이란다.
좌측이 매화산이고 우측이 가야산이라면 능선으로 연결되었을 테니 하산시 해인사 둘러볼 생각으로 무조건 매화산으로 오른다.

계곡길로 들어서니 간간이 비치는 아침 햇살에 촉촉한 계곡은 솔향기로 가득한데 하산하시는 분에게 물어보니 남산제일봉 전망이 좋다한다.
능선 계단을 오르면서 비경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건너편으로 보이는 것이 가야산 같고 저만치 우뚝 솟은 암봉이 남산 제일봉 같다.



















▼저 앞으로 보이는 마을안에 가야 정류장이 있다



왕관같은 암봉에 오르니 건너편 가야산은 말할 것도 없고 지리산 천왕봉에서 덕유산으로 달려가는 백두대간 하늘금이 선명하다.
움푹 들어간 곳이 육십령, 남덕유 삿갓봉 무룡산 향적봉까지 길게 늘어선 덕유산 줄기가 한눈에 가름되니 보배를 만난듯 열심히 주어 담는다.
동쪽으로 팔공산과 비슬산도 구름위에 얼굴을 내밀고....





가야쪽 계곡엔 죽전 저수지, 거창군쪽으로 우뚝 솟은 비계산과 우두산, 길게 뻗어내린 산줄기 아래엔 가북 저수지,
계곡사이로 형성된 푸른 들녘과 점점이 보이는 농촌부락이 평화롭기만 하다.













청량사 가는 계단길은 철조망이 가득하니 최근에 출입금지 구역이 되었나 보다.
나날이 급증하는 산꾼들의 행렬이 힘들게 살아가는 이곳 주민들로서는 보기 싫었을 것이고 청량사도 득이 되지 못했나 보다.
급기야 휴식년제 설정을 요구하는 플랭카드를 내걸고 이렇게 막아 놓았나 보다.

산길을 거닐 때 우리들 편리함데로 길 만들지 말고 사찰에 방해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지역 특산물도 구매하면서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면 저러지는 않을 것인데...
때지어 왔다가 발자국만 남겨놓고 황급히 사라진다면 그 누가 좋아하겠는가?

예상대로 능선 따라 가야산 칠불봉까지 가면 좋겠다싶어 찾아보니 소로가 보인다.
가다 늦어지면 하산길이 있으리라는 생각에 무조건 달려가는데 능선길 내내 깊은 숲속인지라 방향감각이 둔해진다.







갈림길에서 하산길로 내렸다가 다시 주능선으로 붙어 오르락 내리락 하는데
주인님과 함께 한지 어언 10여년이 흘러 실빵꾸 난지도 벌써 오래인데 오늘도 칠불봉까지 가신다니요
이쯤에서 하산하시고 칠불봉은 다음에 가세요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더니만 덜거덩 거림이 심해진다.

그러고 보니 지리산 설악산 오대산 덕유산 가지산 팔공산 많이도 다녔고 진즉부터 알았지만 차일피일 미루며 묵살했으니 할말이 없구나
하지만 산중인데 어쩌 겠는가? 맨발로 다니는 사람도 있는데....

갈 수 있는데 까지 가보자 해 놓고 급경사 오름길을 달래가면서 오르는데 한쪽으로 미끌리면서 바닥이 한꺼번에 옆으로 튕기쳐 나가고 걷기가 무척 불편해 진다.

다시 제자리에 돌려 놓고 걸어보는데 또 튕기쳐 나가고...
고무판을 강제로 떼어내려 하니 주인님 이마저도 없으면 하산이 더욱 어려워지니 불편해도 잠시 붙혀 놓으세요 한다.
튕기쳐 나간 상태로 내려가 보는데 어찌나 미끄러운지... 바닥을 살펴보니 매끈한 프라스틱 판이다.

너덜대는 고무판을 게다처럼 끌며 조심조심 하산하는데 민가 몇 채가 보이고 아이들 소리가 들린다.
잡초로 길이 없어진 곳을 조심조심 내려가니 식수 취수장이고 민가 뒤뜰로 이어진다.









샘터에서 세수도 하고 생수도 실컷 마신다. 꽃밭엔 엄청 큰 꽃을 달고 있는 다알리아도 있고 전면에 가야산이 내려다 보인다.
이런 곳에서 모든 시름 잊고 살면 참 좋겠다









마을길을 내려오는데 토종닭들이 이렇게 깊은 산골마을에 왠일로 왔다가 절뚝거리며 가느냐고 새벽도 아닌데 꼬끼오 하면서 야단들이다.
그 녀석들도 무척 궁굼했나 보다. 다음에 또 만나자 하니 조용해지는데 그 녀석들 집을 보니 역시 최상이다.



민박집 아래로 제법 큰 2층짜리 건물과 운동장이 보인다.
수련원인가 했는데 해인초교다. 길옆엔 소방차도 보이고...





정류장에 막 내려오니 모스 산님께서 산삼 많이 드시고 힘내시라는 멧세지가 온다.
산행중 펑크 나서 정류장에 와 있다하니 우째 그런 일이 하시며 어리둥절해 하시고....

막차 시간(19:40) 확인후 해인사 원경이라도 뵐까하여 박물관 지나는데 팔만대장경 복사본이 보관된 모양이다.
박물관 입장료가 2000원이라니 그만 되돌아 나온다. 불교 정신을 일반인들에게 알리려고 건립한 것 같은데 입장료를 왜 받는지?

종교시설물은 어딜 가나 신축붐이고 가는 곳마다 시주함으로 열심히 모으는 것 같은데 2000원이 껌값 정도로 느껴지는지 ...
갓바위 안내판 보니 시주함에 모인 돈은 포교활동 등에 쓰인다 했는데 누구를 상대로 포교활동 하는지 이제껏 홍보책자 받아본 적도 없고...

길가엔 다래가 송글송글 하고 한국형 바나나도 보인다.





다리에서 흘러내리는 계곡물 보다가 이런 상태로 더이상은 관람객 시선도 있으니 곤란한 것 같다.
그만 물따라 한적한 곳으로 내려 시원한 물가에 앉아 발담구고 김밥을...





너덜대는 신발을 벗어 매달고 맨발로 내려갈까 하는데 바위면이 미끄럽고 큰 바위들이라 위험한 것 같다.

도로따라 가면서 살펴보니 보통 계곡이 아닌 것 같다.
깊이 파인 바위면 따라 일으키는 하얀 포말과 그 아래 검푸른 소는 밑이 보이지 아니하니 무섭기까지 하다.








계곡에 뒹구는 커다란 바위면에는 한자 이름들이 새겨져 있고 정자도 보이니 그 옛날부터 팔자 좋은 선비들이 많이 찾은 모양인데
이름만이라도 만대까지 남기고 싶었나 보다.













































































홍유문 빠져 나와 늘씬한 적송숲길 거닐다보니 일광학당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계곡 바로 옆에 교육관이 있는데 숙식해 가며 명리학과 지학을 배울 수 있는 것 같다.
선생님께 이것저것 알아보고 싶은데 그 분도 외출하시려는지 바쁘신 것 같다.
이렇게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심오한 학문을 전파하는 그 분이 부럽다.

명리학은 소위 사주팔자를 분석하여 저마다의 기질과 적성을 자연중에 존재하는 특성에 대비시켜 예견해보는 것 같은데 나 역시도 배워보고 싶다.







구원마을 정류장에서 버스 기다리시는 분과 이런저런 이야기하다 보니 대구행 버스가 다가온다.
백운동 갈림길 지나 가야 정류장에 이르니 장날인지 저마다 보따리 드신 시골 어르신들이 몰려 오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