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夏

관악산에 올라 우리 동네를 2008817

서로조아 2013. 4. 12. 13:44



2008.08.17(일, 흐림)

 

 




15년이상 경과된 다가구나 연립주택이 전체 가구수의 30% 이상되는 지역은 재건축할 수 있다고 법이 완화(2005년)되자 마자 우리 동네를 노리던 정비업체는 4m 도로변 주택 소유자 등 오래된 주택 소유자를 포섭하여 재건축 추진위원이 되어 달라고 했고

그런 부탁을 받은 주민은 그렇지 않아도 오랫동안 살아왔고 주변에선 재건축으로 큰 부자되었다는데 그같은 꿈을 실현해 주겠다 하니 더 이상 살펴볼 필요성도 느끼지 않고 앞장섰고 결국 조합설립(2006.11)에 이르게 했다.

이들은 또한 총회 의사결정방식이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이기에 총회시마다 주도적 역활을 해서 초고속으로 통과시켰고 조합설립 1년만에 관리처분까지 끝냈다.

진즉부터 사업성에 문제(총 부지면적:12,000평, 총소유자:360명, 임대포함 총735가구)가 있어 서신으로 물어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던 정비업체와 조합관계자들
그들이 확정해 놓은 관리처분계획을 자세히 살펴보니 비용은 최소화시켰고 수입은 최대로 만들어 비례율 130%가 될 것이라 했다.

그당시 현실을 감안해서 산출해 보니 90%도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었는데 지금은 경제여건 악화로 더욱 나빠질 것은 뻔하지 않겠는가.

종전자산 감정도 시가와 동떨어지게 낮은데도 주민들간에 비슷한 것 같으니 문제의식을 갖지 못한다.
새 아파트는 조합원 분양가와 일반분양가 모두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높게 책정되었다.

세세히 따져 보지도 않고 따져볼 능력도 없는 주민들
열심히 문제점을 지적해 주어도 무슨 소리인지 알지 못한다.

이젠 대다수 조합원이 이주갔고 정비업체는 멸실신고하자마자 살 수 없을 정도로 부셔버렸다.
동네 분위기가 영 엉망이고
나 역시도 이젠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으로 이사해야 할 판이다.

이사갈만한 집도 알아 보지만 현제 살고 있는 집만큼 마음에 드는 집은 없다.
이같은 꿈은 실현될 수 없는 것 아닌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니...

평생을 살 것처럼 신축해서 정원을 가꾸며 살아 온 집인데 내 뜻과 상관없이 저들에게 넘겨 주어야 한다니....
보상비를 아무리 많이 준다해도 마음이 허락하지 않는다.

답답하고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렇게도 재건축이 시급하게 요청될 정도로 노후된 것도 아닌데.....

솔직히 우리동네는 10~15년 경과된 다가구 연립이 대다수다.
90년대 초반부터 단독주택이 다가구나 연립으로 신축되면서 주차장이 부족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주차장 부족때문에 재건축해야 한다는 것인지?

그럼에도 대다수 주민은 재건축만 되면 큰 부자될 것이라는 말을 믿고 싶어한다.
실제로 재건축 된다는 말로 토지가격이 오른 것도 사실이지만.....

평생을 살길 원하는 나같은 자는 지가 상승이 오히려 나쁘다.
재산세만 올라갈 뿐이고 임대수입은 비례하지 않기 때문이다.

재건축은 언젠가는 해야할 과제이겠지만 현 사업계획으로는 사업성이 전혀 아니기 때문에 타당성이 없다.
안타깝게도 대화가 통하는 주민이 없다.

대부분 고령자인데다 저마다 소유한 것들이 다양해서 아무리 중요한 말을 전해 주어도 말하는 자를 의심부터 한다.
답답하고 짜증스럽지만 이젠 시간이 해결할 뿐이다.

주민들이 무분별하게 벌여놓은 사업으로 인해 강제로 부과된 숙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를 고민해야 했고
살고 있는 세입자마저도 이사가겠다 하니 산행갈 만한 여유가 없었다.

모처럼 3일간 쉬는 날이고 대충 마음도 정리되었으니 오늘은 이른 시간에 과일 챙겨 가까운 관악산으로 달려간다.

산에 올라서도 줄곧 마음은 우리 동네에 머물러 있다.
이곳을 떠나게 되면 어디로 가야 할까

집사람도 그렇고 자식들도 다른 곳으로는 가지 말자 하니....
확실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도시 주거환경개선을 위한 재건축 가만히 내면을 들여다 보면 문제가 심각하다.

1. 단독주택은 재건축하면 세대수가 대폭 줄어 든다.

세입자 포함해서 현제 1,100세대가 거주하지만 재건축 이후엔 총 735세대만 살 수 있다.
약300세대는 타지로 밀려날 수 밖에 없다.
아파트 재건축은 세대수가 늘지만 단독주택 재건축시는 놀랍게도 줄어든다.

도심내 주택공급량 확대를 위해서 재건축을 활성화해야 한다지만 결과는 전혀 다르지 않는가?

도시주거환경 개선에만 역점을 둘 것이 아니라 종전 주거했던 세대수 정도는 재건축 이후에도 생활근거지에서 주거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

2. 부동산가격 거품을 더욱 조장시킨다.

중대형 평형으로 고급화시키고 세대수를 줄여 희소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주택정책일까?
더욱이 가격 거품으로 포장한 것이니 언젠가는 큰 낭패를 강제하는 것 아닌가?

재건축개발이익 환수까지 강제되면서 사업성 확보가 어렵게 되자 분양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하니 부동산 가격 거품을 더욱 조장시키는 결과만을 초래하지 않는가?

3. 무지한 주민들 속여 사업추진이 용이해 졌다.

노무현 정권 출범초기 정치인들이 구도시 서민들을 돕겠다는 취지로 재건축 법을 완화시키고 결의방식도 신속히 할 수 있도록 개정했다.
하지만 종전의 유사법령을 통합개정하는 작업에 주택정책 전문가들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정치꾼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던 시공사가 주도적 역활을 하여 시공사 위주로 만들어졌다.

결국 당초 입법 취지와 다르게 어떻게든 한 건 해서 사업이익만 챙기면 그만인 저들의 속성에 안성맞춤으로 개정되었다.

주거환경을 좋게 해준다는 재건축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건물주도 세입자도 아닌 오로지 건설사. 정비업체에게 일감 대주기 위한 정책 아닌가?

준공 2년차된 것도 재건축에 참여해야 한다면 말이 되나
일정기간 전부터 신축허가를 금지시켰어야지...

자원낭비와 부동산 가격 거품을 조장시키는 재건축
이것도 경제살리기의 한 수단이 될 수 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