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夏

가야산 신령님 다시 뵈오니 2007722

서로조아 2013. 4. 12. 13:36



 



가야산 신령님 다시 뵈오니 운무와 함께 반겨 주시고

2007.07.22(일, 맑음)

백운리법수사지(08:00)→상아덤(09:40~11:00)→암릉전망대(11:20~12:20)→칠불봉(12:30~14:00)→전망대(14:10~40)→상왕봉(14:50~15:20)→전망대(15:30~16:30)→칠불봉(16:40~16:50)→백운주차장(18:40~19:10)





아들녀석 상병 휴가 나온다니 다음 주로 상경을 미루고 지난번 중도 하산한 가야산 신령님 뵈러 가야겠다.
어제서야 신발도 좋은 것으로 사고 스틱도 사놓았다.

브리뜨니 산님 다행이도 쉬신다하여 가야산 칠불봉 제안하니 흔쾌히 받아 주신다.
모스산님은 충북알프스로 벌써 확정되어 있으시고..

찜질방에 가봤자 할일 없으니 늦게까지 PC 앞에 있는데 모스산님으로부터 메시지가 온다.
시원한 생맥주라도 한잔 하고 싶었는지라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니 따끈한 오곡밥과 시레기국을, 예쁜 토마토까지....
친형제라 할지라도 이렇게 못하는데.... 감사하게 받았지만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산하 모임 시작초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마치 신앙모임 같기도 하고...
산하 사랑하는 마음은 하나이건만 표현방식이 저마다 다를 수 있으니 우리 또한 어린아이 성장하듯 그러 하리라

산길 거닐다 훼손된 것 보면 가슴 아파하고, 조국강산의 아름다움에 감사하며 길이 지켜야겠다는 각오는 한결같은데
불도저 산악회가 늘 지켜보고 있을테니 이젠 숨겨두어야 할지....
님들의 산행기로 옛 추억 떠올리며 산행감동에 동참할 수 있어 좋은데....

우리 모두 산에 들 땐 자연이 훼손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텐데 40~50명이 몰려 다닐 땐 아무래도 그런 마음씨가 약해지는 것 같다.
야간 산행은 더욱 그렇하고...

모처럼의 푸짐한 먹거리 찜질방에 모셔 놓고 꿈나라로...

어제까지만 해도 짙은 구름에 비가 오락가락 했는데 새벽 하늘은 서서히 구름이 걷히기 시작한다.
일찍 떠나자 했건만 늦은 시간까지 근무하셨을 것 같아 천천히 오시라 하는데 브리뜨니 산님 이미 예정시간에 맞추어 오시는 중이다.

고령터널 지나 계곡 사이 푸른 들녘 거슬러 올라가니 저만치 흰구름 속에 가야산 신령님 모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길옆에 아주 오래된 작은 석탑이 법수사지라는데 그 예전엔 대단한 규모의 사찰이 있었다 한다.









촉촉한 숲향기 가득한 계곡따라 이리저리... 시원한 물로 세수도 하고....



1시간 30분 정도 산림욕 즐기다보니 능선 안부다.
브리뜨니님께서 배낭을 여시더니만 수박, 흙콩 참깨로 만든 음료, 홍삼다린 음료... 사진장비도 무거울 텐데..
모두가 꿀맛인지라 활력이 솟구친다.

서장대(상아덤) 암봉에 올라서니 녹색바다 위로 칠불봉 암릉이 일시에 내려다 보시고
발아래로는 만물상 능선과 또 다른 암릉이 팔 벌리고 반겨주시니 지난번 뵈었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같은 산인데 이렇게 보는 자의 위치에 따라 달리보이기 마련인데
우리들은 흔히 부분적인 시각을 고집하며 전체를 평가해 버리는 실수를 범하기 쉬운 것 같다.

북서쪽은 대덕산으로부터 백두대간 정기가 흘러 내리고 남쪽 또한 날까로운 매화산이 협곡 입구를 지키고 있으니 팔만대장경을 지키기 위한 것임이 분명하다.
영토확장 싸움에서 상대지역 점령하면 그곳 사람이 섬기는 신당 또한 불 태우고 훼파시키는 법이니 모든 나라가 동일한 것 같다.

백운골에서 올라오는 운무는 암봉들 사이에서 재주 부리다가 하늘높이 사라져 버리고
푸른 하늘 이고 있는 칠불봉 역시 스쳐 지나는 운해로 하늘기운 가득할 테니 팔만대장경 음미하며 수행하기도 참 좋은 것 같다.

운무 속에 숨어버린 비경이 잠깐씩 얼굴을 내밀다 숨어버리는지라 모스님 준비해 주신 토마토 먹으며 응시하고 있는데 우리를 지켜보고 계시던 칠불봉이 그만 쉬고 어서 올라 오라 하신다.

더 이상의 욕심을 버리고 산죽 헤치며 부드러운 능선 올라가는데 호박돌 밭이 나타난다.
그 옛날 이곳 능선에 성벽이 있었나 보다.

숲을 빠져나오니 갑자기 거대한 암릉이 전면을 가로막고 운무속에 숨어 있었던 암봉들도 일시에 빼어난 자태를 드러내니 오를수록 더욱 환상적이다.






계단을 오르며 유심히 살펴보니 바위모습도 특이하거니와 바위틈새마다 마치 분재같은 구불구불한 적송들이 무척 아름답다.























흙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이런 바위지대서 저렇게 살아가는 소나무 정말 소나무만이 가능한 일이니
살아가는 방식과 능력도 저마다 타고난 기질에 따라 다른가 보다.







가파른 계단에 올라서니 바로 옆이 칠불봉(1433m)이고 거대한 암봉들이 연이어 있는데 하나같이 특이한 모습이다.











칠불봉에서 백운리로 뻗어 내린 암릉을 경계로 백운리쪽은 운무로 가득하고
성주군 가천면 쪽은 말끔하니 왜관에서 흘러내리는 낙동강물도 들판 끝으로 반짝인다.

















암봉을 넘어가려는 운무는 하늘로 치솟으며 시시각각 비경을 만들어 내는지라 열심히 담아내며 무슨 비경이 벌어질지 몰라 한참을 응시하고...

시간도 벌겸 이곳에 밥상 차리니 찹쌀오곡밥, 시레기된장국, 2인분 쌀밥, 멸치볶음, 고추반찬, 계란말이...
하늘위의 진수성찬으로 에너지가 솟구친다.

운무로 춤추는 비경을 뒤로 하고 상왕봉(우두봉) 찾아가다 보니 해인사 하산길에 우뚝 솟은 암봉과 바로 앞의 상왕봉이 운무속을 들락거리고
금마타리라 등 온갖 야생화가 여기저기서 반겨주는데 상왕봉 주변은 온통 야생화 밭이다.













상왕봉에 올라보니 제법 큰 천상 욕탕이 있고 바위면이 넓고 평편해서 쉬기 좋은데 바위 끝은 수천길 낭떠러지다.
술과 비경에 취해 특히나 안개 짙은 날 무심코 다니다 미끄러지면 무척 위험할 것 같은데 아무 것도 없다.





해인사 하산길은 숲길인지라 조금이라도 비경과 함께 하고파 암릉을 두리번거리는데
심각한 모습으로 하늘만 바라보는 사진작가 보니 잠시 후 일몰이 벌어질려나 보다.









하늘 가득 구름이고 가끔 운무가 오락가락하지만
저러다가 붉은 하늘로 변하면서 구름사이로 일몰을 뵈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기다려 보는데 그분 내려가신다니 우리도 낙싯대 거두어 ...

많은 사람으로 떠들썩했던 칠불봉은 까마귀 날고 한적한데 저 아래 암릉으로 검은 염소 두 마리가 다정하게 올라온다.
저 녀석들에게도 저녁시간이 되었나 보다.





칠불봉에 다시한번 인사드리고









하산길에 계곡 물소리 들려오니 가야산 신령님 내어 주시는 물속으로 남몰래 퐁당....

가야산 정기가 폭포처럼 온몸에 쏟아지니 심신이 새로워 지고 다시 힘이 솟구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