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夏

관악산 2009808

서로조아 2013. 4. 12. 13:53



관악산 신령님 여름도 막바지인데 세월만 보낸다며

2009. 08.08(토, 맑음+구름)

무궁화동산(12:00)→헬기장(12:40)→거북바위(12:50)→전망대(13:10~40)→샘터(13:50)→헬기장(14:20)→관악문(14:40~50)→정상(15:10~20)→기상관측소(15:30)→중계기지(16:00)→폭포(16:50)→표준원(17:10)→청사역(17:30)


어영부영 완전히 논다고 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돈 버는 것도 없으면서 뭐가 그리도 묶어 두는지...
일에서 풀려난지 6개월동안 무엇하며 지냈는지 뾰족하게 내세울만한 것도 없고...

내 스스로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별 볼일 없는 것들 모두 내 팽게 치고 산속으로 숨어들면 좋으련만...

50대 중반 넘어 이젠 쉬어도 되겠지 했는데 자식들 문제가 수면위로 불거지는 것 같아 내심 걱정이다.
그 놈들 사정없이 쫒아낼 수 있어야 하는데 아내가 반대하니...

어떤이는 결혼시키면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긴다며 캥거루 가족일지라도 그 때가 행복할 때라 하는데...

딸내미 결혼 신경쓰라하면 억매이는 것 싫다며 시쿤둥 하고 집사람은 뭐 그리 빨리 보낼려고 하느냐며 장단을 맞추니 캥거루 가족이 남의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고...

집사람도 툭하면 공격형으로 돌변해 미울 때도 있지만 그러다가도 불쌍한 생각이 들어 이런 저런 것들을 거들어 주기기도 하는데 한 끼 준비에서 뒷정리하는데도 메뉴에 따라 2시간 정도 소비되는 것 같다.

하루 3끼를 매번 새롭게 준비해서 먹는다면 6시간 소비되는 격이니 하루 3끼분을 단번에 준비해서 먹으려 하는데 밥만큼은 끼니때 마다 하고 반찬은 냉장고를 들락거리게 하면 1시간정도 소비되는 것 같다.

이렇게 할지라도 순수 식사하는 것으로 3시간 정도가 소비된다.
몸에 찾아드는 녹도 털어내야 하니 매일같이 2시간은 소진되고..
가끔 집안청소와 세탁까지...
별것 아닌 것으로 하루해가 훌쩍 달아나 버린다.

금년 여름도 막바지인데 9월이면 어디로 팔려 갈지도 모른다.
그러기 전에 설악산, 지리산 품에서 하룻밤 자고 와야 할 텐데 태풍소식이 들려온다.

관악산 거북이가 괜히 집안에서 시간 죽이지 말고 자신에게로 달려 오란다.

냉큼 먹거리 챙겨 암릉에 올라보니 언제나처럼 오늘도 거북이가 목 내밀고 반겨주면서 폭풍우로 캄캄한 날도 있지만 간간히 맑은 하늘도 볼 수 있는 법이니 상심하지 말고 느긋하게 살아가란다.

겉보기로는 서울시내 전체가 조용한 듯한데 들어가 보면 온갖 것들로 씨끌벅쩍할 것이다.
시기, 질투, 세력다툼으로 번민하는 자도 있고, 병중에 속수무책으로 기다리는 자도 있고, 이별의 슬픔으로 우는 자도 있을 것이고...

울고 웃는 가운데 희노애락 인생사는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내 맘대로 산길 거닐 수 있으니 오늘 이 순간 나는 참 행복하다 할만 하지 않은가.
시야가 트이는 그늘에 앉아 시원한 곡주로 나를 위로한다.

부와 명예도 좋지만 그것에 발목 잡히는 경우도 많을 텐데 현제의 나는 자랑할 만한 부와 명예는 없어도 아무런 심적 부담이 없으니 진정 자유롭지 않은가

관악문 지키는 지도바위와 아기 코끼리 처음 만난이후로 10여년이 흘렀지만 예전 모습 그대로다.
아마 몇 천년 전과 동일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 앞을 스치는 우리들은 하나둘 떠나갈지라도 이 녀석들 만큼은 이 세상 끝날까지 변함없이 지키고 있으리라.

바위 전망대에 오르니 우산처럼 예쁜 소나무가 정겹다.
바위 봉우리에 뿌리박고 살아가는 작은 소나무 아주 오래전에는 작은 것에 불과했을 텐데 수많은 세월이 흘렀는지 많은 가지를 펼쳐 오가는 산꾼들에게 쉬었다 가란다.

정상 너머 서니 안테나 철탑이 우뚝한데 갑자기 하늘시장이 열렸는지...
기계소리도 나고 여기저기 사람들로 떠들썩하다.

무슨 내용인지 모르지만 연주암 독경소리도 한목 거드는 것 같고...

둥근 돔으로 향하는 계단길이 열려 있길래 올라가보니 기상청 홍보관이라며 일기예보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기상관측장비를 통해 설명해 준다.

산에 갈 땐 먼저 날씨부터 확인하는데 비올 것이라 해 놓고 그 때가 임박하면 지난 예보는 까마득히 잊었는지 아무런 해명도 없이 말을 쉽게 바꾸니 우리 기상청 믿음이 가질 않는다.

홍보관 운영자에게 할 말은 아니지만 기상정보를 어디서 어떻게 입수하는지?
입수된 정보의 정확성은 어느정도인지?
입수된 정보분석하는 프로그램은 과연 정확하다 할 수 있는지?

동물도 날씨변화에 예민하게 대처한다는데 수많은 비용들인 장비의 해석이 그 녀석들 느낌만도 못하다면?
지나치게 장비에만 의존하는 것도 문제일 것이고...,

기상청 메인화면도 최대관심사항인 일기정보가 일차적으로 떠야 하는데 예보단추를 눌러야만 나오는 것은 개선되어야 하지 않겠냐며 기상청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갈 길을 재촉한다.

방송 중계기지 돌아 평소 가보지 아니한 계곡 길로 내려간다.
한적한 계곡물에서 알탕이라도 할 수 있을까 했는데 폭포를 만나기까지 계곡물은 땅속으로만 흐르는지....

폭포 부근엔 아이들 소리도 나지만 수량이 영 시원치 않다.

나무가 그런대로 있는 편인데도 관악산은 이토록 물을 담아두지 못하는지?
바로 인근의 우면산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고 작은 산이지만 여기저기 샘터가 많다.

육산이라고 모두 물이 잘 나오는 것도 아니고 바위산이라 해서 물이 없는 것도 아니다.
가지산 쌀바위는 능선 바위지대인데도 샘터가 있고,
지리산 촛대봉 세석산장 방향 사면도 물이 없을 것 같은데도 습지라 할 정도로 물이 많이 나온다.

골고루 내리는 비를 오래도록 담아두는 산이 있는가 하면 몽땅 흘려 내보내는 산도 있으니 참 신비롭다.

사람도 외모와 달리 오래도록 재물이 고갈되지 않는 자도 있고,
부유하게 보이지만 있는 재물도 탕진해서 매마른 자도 있으니....
산처럼 우리들 인생도 그러한 것인지

산하가족 여러분 그동안도 안녕하시죠
말복도 지났으니 2주후면 처서가 될테니 가을기운도 찾아들겠지요

여름은 인생의 연수에 비유하면 40~50대라 할만하지요.
최대 황금기인지라 무럭무럭 열매도 키우고....

지나고 보면 그 때가 가장 좋았다 할 것인데
여름도 지나가고 가을이 올 것이라니 어쩐지 아쉬움이 남는 것 같지요.
더위를 미워하지 마시고 마음껏 즐겨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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