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夏

지리산 백무→세석→천왕봉→ 쌍계사 2009823

서로조아 2013. 4. 12. 13:58



지리산 신령님 이제 그만 시름 접어두고 달려오라 하시니

2009.08.23(일, 처서, 맑음)

함양(07:00)→백무(08:00)→1폭포(08:50~09:00)→가내소폭포(09:50~10:00)→오층폭포(10:40~50)→소폭포(11:30~11:50)→한신폭포(12:40~50)→세석산장(13:30~40)→촛대봉(14:00~10)→삼신봉(14:50)→연화봉(15:10~20)→장터목(15:30)→제석봉(15:50~16:00)→통천문(16:15~20)→천왕봉(16:30~50)→장터목(17:30)→촛대봉(18:40)→세석산장(19:00) 1박

2009.08.24(월, 맑음)

기상(04:00)→세석출발(05:50)→음양수(06:15~20)→전망대(06:30)→전망대(06:40)→석문(07:00)→전망대(07:10)→전망대(07:50)→전망대(08:20~30)→삼신봉(09:45~50)→삼신산정(10:20~30)→전망대(11:00)→쇠통바위(11:20~30)→전망대(12:20)→상불재(12:30~40)→점심(13:10~14:10)→폭포(14:20)→불일폭포(15:00~10)→쌍계사(16:00~10)→쌍계교(16:15~17:15)→하동(18:10~30)→서울남부터미날(22:50)

 


 


 


 



<지리산 전도 보기>



한줄기 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것들,
하지만 몸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한 내 팽개칠 수도 없는 것들,
싫든 좋든 그것들과 시름해야 하니....

여름인가 했는데 입추가 지나고 처서란다.
지리산 신령님 날씨도 좋으니 이제 그만 달려오라 신다.

끝없는 숙제들 보따리에 묶어 두고 나설 채비를 서두른다.
한신계곡으로 올라 세석에서 하룻밤 묵고 마음속에 오래전부터 예약된 남부능선 따라 쌍계사로 정하고 잠자리에 드는데 소풍갈 때처럼 자주 깨어난다.

동대구에 정오쯤 도착될 것 같다.
대구에 머무는동안 의지가 되었던 산친구들,
떠나올 때도 말없이 왔는지라 사정이 되면 점심이나 같이 하자고 연락드리고 고속버스로 예전처럼....

2년간 머물다보니 제2의 고향이 되어 버린 대구시
금호강과 앞산 그리고 시가지 모습이 반갑다.

동대구역으로 이동하니 먼저 알아보시고 손 흔들어 맞아 주시는 코스모스님과 북극성님
산을 섬기는 마음이 통하니 솔직히 형제처럼 아무런 부담이 없다.

모스님 개발해 놓으신 티파니도 좋았는데 반고개역 인근 갈치조림집도 최고다.
북극성님 대구막걸리 흰 대접에 가득 따라 주신다.

얼큰한 찌개에 막걸리 맛도 참 좋으니 마음속 깊이 간직한 산신령님 주신 선물들 몽땅 공개하며 모두가 산속으로 깊히 빠져 든다.

꿈에서 깨어나 사정이 되면 영알모임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고...

14개월간 좋은 휴식처가 되었던 라성찜질호텔 들렀다 창녕 우포늪 수생식물을 볼까했는데 아쉽게도 연꽃이 없단다.
함양에서 1박할 예정이라니 브리뜨니님 상림공원을 소개해 주신다.

가까이 계시는 산님들 만나보면 좋으련만 목소리만 들어보고....
서부정류장에서 함양행(15:15) 기다리는데 건장한 체격에 멋쨍이 산님 한분이 커다란 배낭 메고 역시 함양행을....

미남이신데 목소리도 우직한 경상도 말씨인지라 반가운 맘에 어쩌다 산을 가까이 하시게 되었는지 이것 저것 물어보니 대구에서 태어나 중학시절까지 성장한 곳이라며 말띠 생이란다.

갑장을 만난 반가움으로 마음문 열리니 대간은 물론 정맥 지맥까지...
후배들과 가팔환초 끝내고 달궁 모임에 가는 길이라며 코스모스님, mt주왕님, 동부능선님, 어린왕자님...
산에 푹 빠져버린 산님들과도 교분이 두텁다 하신다.

산행은 고행길인데 즐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솔직히 체력경쟁도 아닐 테고, 돈 버는 것도 아닌데...

번잡하고 재미없는 현실에서 이탈하고픈 생각에서 일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말이 없는 산신령님 보고 안기는 것만으로도 좋은 것인지....

속세의 삶에서 상처받고 시무룩해진 마음 정처없이 떠돌지라도 산길 거닐기만 하면 맘이 살아나고....
외로운 마음으로 찾으면 더욱 좋은 것으로 위로해 주시는 산하,

고행할수록 더욱 깊어지는 산행,
참으로 묘한 것 같다.
이 세상 끝날까지 산길 거니는 것이 우리들의 유일한 소망이리라

함양 인근에 상림공원 물어가니 1000년전 최치원 선비가 태수로 계실 때 괘관산 백운산 영취산에서 흘러내리는 냇물이 농경지로 넘치지 못하도록 수방림을 조성한 것이 현제까지 이르고 있다는데 주변에 연꽃밭이 광활하다.


 


 


 


 


 



산책로도 좋고 가까이 좋은 산들이 많으니 노후를 이런 곳에서 취미생활하면서 보내면 참 좋겠다.

찜질호텔도 산골도시임에도 수준급이다.



이른 아침인지라 24시 김밥집에서 때우고 점심용으로 주먹밥 한개를 부탁했는데....
사전에 3000원짜리로 만들어 달라고 하면 좋았을 것 같다.

백무행 버스는 인월 마천 들러 가는데 무척 한산하다.

시원한 계곡바람에 들려오는 물소리, 상큼한 숲향기 맡으며 이리저리...
계곡 아래 내려다보니 맑은 물이 마구 내려간다.


 


 


 



산은 물 공장임에 틀림없는지 언제나 아래쪽으로만 내보낸다.
낮은 곳에 거하는 생명체들을 위해선지...

무색 무취의 물은 무색 무취의 공기와 함께 모든 생명체가 잠시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지 않은가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도 대부분 물로 구성되어 있고 물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어떤 생명체도 고사하지 않는가

이처럼 귀한 물이 저장되었다 하류로 공급되면서 들판을 키워주고 그들 또한 산소를 만들어 내니 가만히 보면 무척 신비로운 것 같다.


 


 



공기중에 산소가 지나치게 많아도 살 수 없고 너무 적어도 살 수 없다.
공장가동이 늘어나 산소 소비량이 대폭 늘어났음에도 늘 일정량(21%)이 유지되도록 자연이 그런 기능을 하고 있으니....

결국 지구 전체는 철저하게 계산된 자동제어 공장이나 다름없는가 보다.


 


 


 



사람의 지나친 욕심으로 자동제어 환경이 교란된다면 어찌 될까

산은 생명활동의 기본인 물과 산소를 생산해 내고 모든 생명체에게 차별없이 공짜로 제공하고 있으니 자연 속에 내제된 신성의 어떠함이 느껴지는 듯하다.

암반따라 흘러내리는 물은 곳곳에 소와 폭포 만들어 아름답기도 하지만 공기중의 산소를 만나 더욱 좋은 물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수많은 계곡중에 어쩌다 이곳에만 이렇게 아름다운 폭포들이 존재하게 되었는지도 궁굼하다.

여러 개의 산줄기와 계곡을 뻗어 내린 지리산
계곡마다 산줄기마다 독특한 모습인데 우리들 눈에는 아름다움의 차이가 있어 보이니 어찌된 일일까
아름다움의 기준이 내 속에 있는 것 같고 ...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다 해서 가치가 없는 것도 아닐 것이다.
수천 수만년 동안 흘러 내리면서 만들어진 폭포들 마치 사전에 계획해서 만들어진 것처럼 오밀조밀 너무나 아름답다.


 


 



가내소 폭포의 짓푸른 물결 일렁이고 그 위로 은구슬 마구 쏟아지니 서늘한데 이무기 솟구쳐 나올 것 같은 무서움도 느껴진다.


 


 


 



살짝 기념사진 남기고 조용히...
상류쪽을 살펴보니 넓은 암반에 골이 파여 있고 물이 만들어 놓은 작품이 이처럼 아름답다니...


 



위로도 계속되는 크고 작은 소와 폭포들...
서로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꿈속 거닐듯 정신이 몽롱한데 오층폭포가 시원한 물줄기 바라보며 쉬었다 가란다.


 


 


 



계단처럼 쏟아져 내리다 넓은 소에 모였다가 또다시 골따라 은구슬 뿜어대니....
암반에 눕자마자 지리산 신령님 들려 주시는 자장가로 그만 꿈속을..


 


 


 


 


 


 


 



오늘내로 천왕봉 신령님까지 인사드리고 싶다하니 이제 그만....


 


 


 


 


 


 



수량도 줄었고 폭포도 끝나갈 것 같은데 작은 폭포가 1년전에도 이곳에서 먹고 가지 않았느냐며 반겨주니 발 담그고 김밥 2개를...


 


 



계곡이 갈리면서 물소리는 작아지다 완전히 숨어버리고 급경사 오름길인데 커다란 암반 타고 물줄기 흘러내린다.



곁에서 쉬고 계시는 산님들 피해 담다보니 쉬었다 가라며 소주 한잔 가득히...
사양하는 척 하다 그만 받아 마시니 마음문 열려 산꾼들의 솔직한 대화가 계속된다.

군산 한마음 산악회라시며 백무로 내려가는 길이란다.
이 분 중에도 멋쨍이 분이 계시기에 물어보니 말띠 생이란다.
요즘 한창 산으로 몰려들 때가 되었는지...

이제부턴 몸과 마음의 건강이 중요하다며 이구동성으로....
산행기로 전해 드리겠다며 그 분들 기념사진 남기고...
급경사 너덜지대 오르는데 소주 에너지가 힘이 되었는지 잘도 오른다.



아주 오래된 주목 한그루가 다 올라왔다 하는데 이내 세석산장이 반겨준다.


 


 



오늘 밤 묵을 곳이니 배낭 두고
촛대봉 오르는데 계절을 알리는 독특한 야생화들이 연이어 환호하고,


 



햇님도 천왕봉 신령님께 인사드리고 돌아올 때까지 비춰주시겠다며 걱정 말고 다녀오란다.

촛대봉에 올라 남부능선, 노고단, 반야봉에 눈인사 드리고, 올라온 한신계곡 살펴보니 여느 계곡과 다를 바 없이 짓푸른 숲으로 가득하다.


 


 


 


 


 


 


 


 


 


 



연화봉 하늘길엔 구절초가 방긋 방긋 한창이고,
동자꽃 모싯대를 이어서 투구꽃이 피어날 태세다.


 


 


 


 


 


 


 


 


 


 



장터목 산장에서 시원한 물 마시고 제석봉 오르니 천왕봉이 눈앞에 선명하다.


 



통천문 지나 칠선계곡, 중봉, 공룡같은 암릉과 소나무들에 눈인사드리니 천왕봉이다.


 


 


 


 


 


 


 


 



한국인의 기상 이곳에서 시작되다.


 


 


 


 


 


 



백두대간 남단을 지키고 있는 천왕봉
광활한 지역에 길게 뻗어 내린 산줄기와 깊은 계곡들로 가득한 지리산


 


 


 



맑은 물과 공기를 우리들에게 한없이 뿜어 주시는 지리산의 드넓은 품처럼 우리들 마음씨도 폭넓게 용납하면서 하늘이 정해준 저마다의 길을 걸어가면 좋겠다.

천왕봉 신령님
이곳에 오르는 자의 상당수가 체력 경쟁같은 부질없는 욕심으로 가득하고,
우쭐대길 좋아하며 좀처럼 마음이 가난하지 아니하다며 안타까워하신다.

경쟁도 좋지만 지나치면 침봉만 늘어나고 계곡은 더욱 깊어지는 법이니 상당수가 머물만한 여유공간이 없어진다 하신다.

작은 비에도 금새 넘쳐 나면서 계곡엔 피해가 많고 가만히 보면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지리산처럼 풍만함이 있어야 모두가 생존할 수 있을 텐데...

어찌된 일인지 빛과 그림자처럼 따라 붙는 것이 있으니...
좋은 것이 있으면 반드시 나쁜 것도 함께 하는 것 같다.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어야 할텐데 한쪽으로만 치우치려 하니...

건너편 치밭목 산장 그 뒤로 산청으로 뻗어 내린 달뜨기 능선 함양 거창에 계실 신령님들께 눈인사 드리고 나니 광양 백운산과 남해의 금산도 구름 속에서 반겨 주시며 잘 내려가라신다.

장터목에 이르니 아침부터 지금까지 천냥짜리 김밥 4개만으로 이렇게 오래도록 걷게 하시면 곤란하지 않느냐며 명령수행을 거부하려는 것 같다.

물배 채우고 연화봉 넘어가다 비상수단을 발동시켜 쵸코랱 사탕도 얻어먹고,
삼신봉 아래 쉬고 계시는 산님(부자인 줄 알고 부러워하니 장인어른과 함께 오셨다 한다) 기념 사진 찍어 드리고 건빵도 얻어먹으니 촛대봉을 거뜬히....

저 아래 세석산장엔 불이 켜졌는데 아직까지도 석양빛은 반야봉 하늘위에 머물러 계신다.



산님들의 저녁이 한창이다.
한쪽 공간에 자리 잡고 쌀 불이면서 물 끓여 라면 2개를 후다닥....
이어서 아침밥까지 한 번에 지어서 절반 정도 먹고....

헤드랜턴 빠뜨리고 온지라 나 홀로 어둠속에서...
식사 동지를 구해볼까 했는데 모두들 끼리끼리....

근사한 산장호텔에서 담뇨 한장 덮고 여러 산님들과 함께 꿈속으로 대충 자고 나니 자정이다.
다시 잠에 빠져 깨어나니 새벽2시다.

별도 보고 물도 떠올 겸 샘터로 내려가니 밤중에도 변함없이..
이렇게 높은 지역에서 한없이 물이 나오다니....
주변에 큰 나무가 없고 흙과 바위들뿐인데 ....
도대체 어디에 물을 저장시켰다 흘려보내는 것일까?

철쭉과 풀속에 많은 물을 저장시켰단 말인가
아무리 궁리해 봐도 이 세상 지식으로는 한계가 있는가 보다.

지리산 전체는 고요속에 깊은 잠에 빠져 있는데 하늘 가득 반짝거리는 보석들만은 무언가 할 일이 많은지 초롱초롱....


▲좌측은 광양시, 우측은 여수시



▲크고 작은 무수히 많은 별들로 가득했드랬는데 디카로는 한계가 있는지...
우주 공간은 진공상태라 늘 칠흙같이 어두울 것이고 오로지 별들만이 캄캄한 우주공간에 끊임없이 빛을 쏘아 주고 있을 것이다.

▼우주공간에는 약1000억개의 아래와 같은 은하계가 있다고 하는데



▼지구는 공기층이 있어 파랗게 보이며 태양을 중심으로 8개의 위성과 함께 시계바늘처럼 돌고 있다지...
이같은 위성은 빛을 스스로 발하지 아니하고 태양빛을 받아 반사한다고 하는데
별들은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발한다지...

별중에는 태양보다 큰 것도 있다는데 너무 멀어서 작게 보인다지...



이 세상 모든 것에 존재목적이 있다는데 분명 별들도 그러할 것이다.
장난으로 만들어 광활한 우주공간을 지키라고 하지는 아니했을 것이다.

산길에서 만나는 바위들도 가만히 보면 나름대로 존재가치가 있지 않을까
만일 바위들 같은 암석이 없다면 육산이라는 지리산이 오늘처럼 존재할 수 있을까

긴 장마로 수분을 많이 함유하게 되면 자중을 견디지 못하고 죽처럼 무너져 내렸을 것인데 흙속의 암석들이 형체를 붙잡고 있었으리라
모래성에 큰 비 내리면 형체를 유지할 수 없지 않은가

산이 산으로 존재하며 물을 저장하고 끊임없이 흘려 내려 보내기 위해선 암석들이 분명 필요했을 것이다.
우리들 눈에는 쓸데없이 보일지라도...

우주 공간에 떠있는 무수히 많은 별들에게도 분명 존재가치가 있으리라,
비록 우리들 눈에는 맥없이 떠있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모든 것에 합당한 뜻이 있어 존재한다고 보면 사람의 존재에도 분명 뜻이 있으리라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관장하기 위함일까?
사람이 없어도 그것들은 존재할 것이다.
오히려 사람은 그들의 존재를 훼손시키는 경향이 많다.

무엇 때문에 사람이 존재할까?
동물들 상호간에는 먹이사슬로 존재가치가 있겠지만 사람만은 다행이도 먹이사슬과는 관계가 없다.

사람에게만 존재한다는 그 무엇이 있다면 영혼육 3가지 중에서 영적 존재가 아닐까
영적 존재는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 것일까
하늘의 명령을 알아듣고 하늘과 대화하기 위함일까?

별들에게 이런 저런 궁굼한 것으로 끝없이 이어지니 싸한 밤공기가 별님들도 같은 피조물이니 이제 그만 내일을 위해...

새벽 4시인데 산님들이 하나둘 떠날 채비를 하신다.
이곳에서 아침 먹고 출발해야 하니 나도 짐 챙겨 조용히....

취사장에 전등불 켜고 라면 끓여 남은 밥으로 에너지 충전시키고 커피까지...

샘터의 시원한 물 실껏 마시고 한병 담아 남부능선으로 이어지는 숲속 길 따라간다.
전면이 훤해지더지만 대성골이 한눈에 들어오고 바로 옆 커다란 바위밑에선 맑은 석간수가 흘러내린다.
엎드려 꿀꺽 꿀꺽 마시고 보니 이곳이 음양수란다.


 


 


 


 


 


 


 


 


 


 


 



이 세상 만물에 존재하는 음양의 엄연함에서 이름 지어진 것 같다.
솔직히 그러하지 않은가 강한 것이 있으면 반드시 약한 것이 있고, 빛이 있는가 하면 반드시 그로인해 어둠이 존재하고, 태어남이 있으면 반드시 죽음이 있고...

언제나 어느 곳에나 음양의 조화속에 만물이 존재하지 않은가
언제나 시작만 있는 것이 아니고 시작이 있는 곳에 반드시 끝이 있고,
가질 때가 있으면 반드시 놓을 때가 있지 않은가

그 누구나 한 평생 살면서 명예와 부를 움켜잡고 이 세상 끝까지 가고 싶어하지만 이 세상 떠날 때는 아무리 생명처럼 귀히 여기며 사랑했던 것일지라도 이 세상에 돌려주고 가야한다.

솔직히 모든 것의 주인은 자연 아닌가
나는 살아있는 동안 청직이로 있었을 뿐이다.

청직이 노릇을 잘하면 맡겨지는 것이 많을 것이고,
관리한 대가로 일차적으로 과실을 누릴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지만 영원한 자기 것이 아니지 않은가

아침 해가 대성골에 비춰지니 의신마을까지 뻗어 내린 계곡은 물론 주능선에서 뻗어 내린 산줄기가 숨 막힐 정도로 장엄하다.

노고단에서부터 반야봉 토끼봉 명선봉 덕평봉 칠선봉 영신봉 주능선이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커다란 석문을 통과한다.


 


 


 


 



대성골 의신마을이 가깝게 다가오는데 장대한 계곡 위 주능선에 벽소령산장과 형제봉에도 햇살이 가득하다.


 



커다란 석문 지나 앞이 안보일 정도로 무성한 산죽사이를 헤치고 오르락 내리락 하니 또 다른 커다란 바위덩이가 길을 막고 이곳까지 잘 왔으니 쉬었다 가란다.

삼신봉이다.


 


 


 



정상석에 인사드리자마자 지리산 신령님의 전체적인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그야말로 장엄하다.


 


 


 


 


 


 



쌍계사로 이어지는 능선따라 가보니 산신산정이라는데 지금까지 내려왔던 남부능선과 주능선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고 토끼봉 아래 칠불마을도 가깝게 보인다.


 


 


 


 


 


 


 


 


 


 


 


 


 



구례 섬진강쪽 왕시리봉에서 노고단 반야봉 토끼봉 명선봉 그 아래 연하천 형제봉 아래 벽소령 덕평봉 칠선봉 영신봉 세석산장 촛대봉 너머 삼신봉 연화봉 제석봉 천왕봉 그 뒤로 산청으로 뻗어 내린 달뜨기 능선까지...

남쪽으로는 청학동이 한눈에 들어오고
저 멀리 삼천포 사량도 남해 금산까지도...


섬진강 너머로 겹겹한 산세들이 이어지는데 고흥의 팔영산, 광주의 무등산까지도 보이는 듯하다.

비경에 취할대로 취한지라 정신이 더욱 몽롱하지만 아직까지 쇠통바위를 만나지 못한 것 같다.


 


 


 


 


 



두 개의 큰 바위가 서로 기대고 있는지라 그 사이로 기어 올라보니 이곳이 쇠통바위인지 자물통같이 생긴 바위가 얹혀져 있다.

양쪽을 올라 청학동과 그 아래 저수지까지 세세히 살펴보고 능선길 이어가니 화개마을이 가까운 것 같은데 산줄기는 섬진강쪽으로 계속 이어지는 것 같다.


 


 


 



어디쯤이 쌍계사인지 무작정 길 따라 가니 삼성굴 가는 상불재란다.

삼성궁쪽에서 뻗어내린 계곡 언저리에 쌍계사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계곡길로 내려갈 생각으로 삼성궁 쪽으로 가는데 능선 사면을 따라 청학동쪽으로 향한다.

맞은편에서 한무리 산님들로 떠들썩하다.
이제까지 오면서 한분도 만나지 못한지라 반가운 마음에 그쪽에서도 쌍계사로 내려가는 길이 있느냐고 물으니 없다며 뒤돌아 가야 한단다.

그 분들은 청학동에서 삼성궁 지나 넘어 오는 길이라며 계곡으로 빠지는 길은 보지 못했다 한다. 곧바로 뒤돌아 상불재 지나 너널길로 내려 한참을 이리 저리...


 



물소리 나는 곳에서 밥 지어 김치 고추장 된장 넣고 국 끓여, 풋고추 된장으로 배불리 먹고, 커피까지도....

계곡에서 작은 폭포도 만나니 이제 불일폭포가 가까울 것 같았는데 이리저리 한참동안....

불일폭포 물소리 가깝게 들리는 듯한데 방향은 계곡으로부터 멀어진다.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무조건 길 따라 가니 절벽옆으로 불일폭포 가는 길이다.

사진으로 봤던 폭포 모습 그대로인데 길게 뻗어 내리는 물줄기가 바위면에 부딪히면서 은구술 굴러가는 물소리가 특이하다.


 


 



쌍계사로 가는 길에도 주 계곡을 벗어나 여러 개의 지계곡을 우회하는지라 방향감각을 잃을 정도로 몽롱하다.


 



드디어 쌍계사인데 규모가 엄청 크고 단아한 모습이 여타 사찰과 비슷하다.
커다란 범종 좌우엔 가죽으로 만들어진 북이 있고 나무로 만든 물고기가 매달려 있다.



북은 육축을 상징하는 것이라 하는데 사람으로 태어나지 못한 영혼은 육축아니면 물고기로 태어난다며 가운데 쇠북 종 울려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사람으로의 환생을 돕기 위함인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현세의 업보로 사후 세계가 이처럼 육축 아니면 물고기로 태어난다니...

현세의 삶도 태어나기 전의 업보로 장님이 되기도 하고, 귀먹어리, 벙어리로 살아간다니....
사람의 삶이 고해같다면서도 인생들이 저지른 죄에 대해서 철저하게 앙갚음 하신다면?
지리산 신령님 과연 어떻게 생각하실런지....

지리산 신령님 그처럼 옹졸하다면 산꾼들중에도 선인만 골라 출입을 허용했을 것이고 아무나 범접하지 못하게 했을 것 아닐까
산에다 몰래 쓰레기 숨기는 자들까지도 당장 징벌하지 아니하시고 모른 척 하시며 용납하시니...
우리들 생각으로 신을 옹졸하게 만들어 가는 것은 아닐런지....


 


 



하동행 버스는 1시간 기다려야 한다.



곡주 한잔 했으면 했는데 점심을 많이 먹었는지...

벽소령 의신 칠불....
지리산 남쪽에서 생산된 물이 큰 냇가 이루며 섬진강으로 흘러드는 것 같다.
냇물에 발 담그고 보니 은어인지 물고기도 제법 보인다.

화개로 나가는 도로변은 벚꽃나무가 대단한데 어찌된 일인지 인도가 없다.
산촌마을사람들 차로만 이동하는지?

섬진강변 화개로 나와 하동으로 가는 길은 섬진강 따라 가는데 드넓은 백사장을 휘돌아 유유히 흘러 내려가는 강물이 너무나 아름답다.

이곳 섬진강만은 퇴적토가 보이지 않고 모래 백사장이 물길 따라 펼쳐졌으니 정말 아름답다.
언젠가 백사장 따라 맨발로 거닐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