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夏

세상사 속고 속이는 것, 구름처럼 살라고 지리산 20110720

서로조아 2013. 4. 12. 14:37





세상사 속고 속이는 것 구름처럼 살라며 지리산 신령님 위로 받으며 5년만에 걸어본 주능선 길


2011.07.20(수, 맑음)

구례구역(03:20~35)→구례터미날(03:45~04:00)→성삼재(04:50)→노고단산장(05:30)→돌탑(05:45~06:00)→돼지령(06:20)→임걸령샘터(07:20~25)→노루목(08:20)→반야봉(08:50~09:10)→삼도봉(10:00)→화개재→뱀사골(10:20~11:30)→토끼봉→연하천산장(14:30~15:40)→형제봉(16:30~50)→벽소령산장(17:50~1박)


2011.07.21(목, 안개 구름)

벽소령기상(04:30~05:10)→선비샘(06:10)→칠선봉(07:40)→세석산장(09:00~10:00)→늡지(10:10)→촛대봉(10:20~30)→연화봉(12:10)→장터목산장(12:50~14:20)→제석봉(14:20)→통천문(15:10)→천왕봉(16:00~10)→장터목산장(17:00~ 1박)


2011.07.22(금, 안개 비구름)

기상(03:30~04:00)→천왕봉(05:00~40)→장터목산장(06:30~07:20)→참샘(09:40)→하동바위→백무공원관리소(12:10)→백무터미날(12:20~30)→마천→인월→함양터미날(13:10)→사우나(13:20~15:10)→함양출발(15:50)→동서울(19:30)


 

 

 




한달 가까이 계속된 장마로 파란 하늘 볼 수 없었는데 관악산은 물론 멀리 북한산 자운봉 오봉까지도 쾌청하다.

 

 

 

 


집사람은 모임에서 4박5일간 필리핀 여행 간다며 산이라도 다녀오란다.
그렇지 않아도 날씨 좋아지기만을 기다렸는데 이참에 나도 멀리 떠나봐야겠다.

지리산 주능선 걸어 본지도 5년(2006.09)이 훌쩍 지났고....
언제나 지나간 세월은 잃어버린 것처럼 섭섭하기만 하다.

종주할 생각하며 비박장비(깔판, 비닐막), 먹거리(쌀7컵, 라면8개, 된장, 고추장, 멸치, 김치, 커피), 취사도구(연료가스, 버너), 랜턴, 디카, 옷가지로 배낭 꾸리니 한 짐이다.

용산역 발권창구는 물론 개찰구에도 줄 서 있는 자가 없다.
핸드폰으로 통지받은 차량과 좌석번호 찾아 곧바로 승차하니 안내방송 나오더니만 스르르...

이게 왠일인가? 예전 같으면 줄서서 매표하고 개찰시에도 일일이 확인받고 들어갔는데....

사내 업무 전산화한다며 업무 흐름도 작성했던 때가 90년 전후로 기역되는데 불과 20여년만에 사회전반이 몰라보게 바뀌었다.

집에서도 등기부 열람 인쇄는 물론 주민등록 등초본 무료 서비스되는 세상이니 관공서도 많이 한산해 졌다.
정형적으로 반복되는 업무는 정보화기술이 대신하면서 여가 시간도 많아졌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많은 일감을 시키는대로 사람보다 정확하게 수행하니 보통 사람들은 무슨 일로 살아야 할지?
정보화기술이 발전할수록 보통사람은 설땅이 없어질 테니 결혼과 출산 기피는 당연하고 현명한 판단일지도 모를 일이다.


반수면 상태를 지속하는데 서대전, 전주, 남원을 지나고 있다.
전등 불빛도 잠든 곡성역 지나 구례구역 안내방송이 나오자 깨우는 자 없어도 모두 짐 챙겨 잘도 빠져나간다. (03:20)

택시엔 눈길도 주지 않고 곧바로 버스정류장으로 몰려 간다.
뒤따라 가보니 노고단 성삼재행이다.
이내 만차되어 출발(03:35)하는데 구례터미날에 들러 15분 쉬었다 간단다.(04:00)

불 켜진 즉석 김밥 집에 들러 1줄 먹어 보니 굵고 밥맛도 좋은 편이다.
이곳에서 먹거리 확보할 수 있으니 피아골이나 뱀사골로 당일 산행도 가능할 것 같다.

화엄사 정류장에 들렀다 구불구불 한참 오르니 능선에 불빛이 보인다.
성삼재는 바람 한 점 없고 구름 속을 드나드는 달빛만이 고요하다.

상큼한 숲내음 맡으며 조용한 밤길 랜턴 켜지 않고...
물소리 들리는 길가 쉼터에서 세수하고 쉬어간다.

노고단 산장 취사장은 산꾼들로 분주한 모습이다.
능선 돌탑에 오르니 반야봉을 감싼 구름덩이 속이 환해지면서 눈부신 광채가 하늘로 퍼지니 그야말로 황홀하고 신비롭다.


이내 노고단 자락이 진녹색으로 깨어나고 멀리 광주 무등산까지도 겹겹한 산줄기에 황금색이 가득해 진다.

 

 


어둠을 일시에 몰아내는 햇님, 저 빛을 볼 수 없다면 모든 동식물이 살아갈 수 없으리라.

돼지령에 이르니 왕시루봉에서 노고단으로 오르는 능선과 영신봉에서 쌍계사로 이어지는 남부능선 하늘금이 선명하다.

 


섬짐강변 하동읍이 보이고 광양의 백운산과 남해의 금산, 여수시 돌산, 보성 고흥만까지도 갸름된다.


비비추, 동자꽃, 노루오즘, 모싯대...
한 여름을 알리는 야생화 향기에 취해 나홀로 아리랑하는데 임걸령 샘터가 시원한 물 마시고 쉬어 가란다.

 


두어바가지 마시고 이리저리 올라가는데 한 마리 노루 녀석 달려오더니만 곧바로 반야봉으로 안내한다.
그 녀석 따라가다 보니 새벽녘에 걸었던 노고단 돼지령은 물론 가야할 토끼봉, 명선봉, 영신봉, 촛대봉, 연화봉, 제석봉, 천왕봉까지 일시에...

 

 

 

 


두둥실 흰 구름까지 걸쳐 있으니 그야말로 선경이다.
수시로 여러 형태로 생겼다가 잠시 잠깐 머물다 홀연히 사라진다.

 

 


어디로부터인지, 어디로 향할지, 언제 어떤 형태로 사라질지 모르는 저 흰구름은 우리들 인생과 다를 바가 무엇이겠는가?
이런 저런 생각으로 넋 잃고 있으니 노루녀석 양주 한잔과 치즈 한 장 얻어주며 이제 그만....

3분의 산님이 정상 돌탑 옆에서 망중한인데 한국의 산하가족 청산 전치옥(http://blog.daum.net/jeon8204)님께서 만나뵌 이곳 아침 정경이 이러했다고...

 

 

 

 


이제 가면 언제 다시 오나 머뭇거리니 노루녀석 앞으로도 기회가 많을 것이라며 위로한다.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숲속을 내려 소금장사 묘 지나 삼도봉이다.

 

 

 

 

 


불무장등과 칠불계곡에 눈인사 드리고 뱀사골 산장터 지나 조금 내려가니 그제서야 물이 보인다.


에너지 보충하고 토끼봉 넘어 가는 길에 설악산 소청산장에서 뵌 분도 만나고...
산과 한번 인연 맺어지면 평생토록 산길 거닐게 되는가 보다.
산을 한 마음으로 경외하는 우리 모두는 영원한 산친구일세 그려...


명선봉 너머 가니 시골 처녀같은 연하천 산장이 반겨주며 발도 식히고 쉬어 가란다.


철철 넘치는 우물통에서 시원한 물 한바가지 들이키고 계곡수에 세수하고 발 담그니 새 힘이 솟는다.

오가는 산님 모두가 마치 주유소처럼 에너지 보충하느라 여념이 없다.
아들과 함께 먹거리 만들어 먹고 배낭 메고 산행하는 모습이 참으로 부럽다.

대부분 중학생 또는 초등생인데 힘들고 걷기 불편한 너덜길 아빠 못지않게 잘도 간다.
간간이 고교생 대학생도 뵈는데 한없이 부럽다. 나에게도 저런 아들 녀석 있으면 좋으련만....

하나밖에 없는 아들녀석 인턴(두산중공업) 사원임에도 복장을 단정히 하며 온 정성으로 올인하는데 ..
아빠 역시도 걱정되지만, 때를 따라 최선을 다하며 기대에 어긋날지라도 결과에 순종하길 바랄 뿐이다.

 

 

 

 

 


형제봉 오르니 멀리 천왕봉 제석봉 장터목 산장이 구름 속에 보이고 덕평봉 아래 벽소령 산장은 발아래 선명하다.

 

 

 

 


음정 양정 산간마을도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남부능선 하늘금 따라 음양수, 석문, 삼신봉, 쇄통바위도 찾아보며 한 마리 새가 되어 지리산 하늘 위를 이리 저리...

 

 

 

 

 

 

 


숲을 빠져 나오니 석양빛에 아담한 벽소령 산장이 반겨준다.

 

 

 

 


산길에서 만났던 분들이 하나둘 모여 들면서 저마다 먹거리 준비에 여념이 없다.

어떤 이는 압력 밥솥에 비박장비까지 7일간 머물 생각으로 배낭 무게만 45Kg 이라니...
지리산에서 만나는 산님은 독특한 분이 많은 것 같다.

햇반은 아무리 끓여도 밥알 형태 그대로라 나역시 매번 지어 먹는데 상당한 정성이 필요하다.
미리 불려야 하고, 물량을 많게 하고, 끓어 넘치면 뒤섞은 다음 약한 불로 누릉지가 생길 때까지..

밤이 깊어 질수록 안개가 차오르면서 10m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어 졌는데 아침까지도 계속이다.

아침 5시 벽소령과 작별을 고하고 오솔길 따라 가는데 무너진 바위돌이 보인다.
이탈면이 불그스래 하다. 그동안 물이 스며들면서 자중에 의해 조금씩 분리된 것 같다.

도봉산 북한산 바위와는 질적으로 전혀 다르다.
육산의 바위들은 대게가 덩어리 형태로 뭉쳐진 모습이다. 소백산 바위들도 그렇고...

덕평봉 아래 선비샘에서 시원한 물 마시고 세수한 다음 안개 속을 이리 저리...
긴 계단 올라서니 칠선봉인데 여전히 짙은 안개속이다. 기다려 보지만 좀처럼 열리지 않는다.

 

 


영신봉에 올라도 짙은 안개구름이 끊임없이 능선을 넘어간다.
누워 한잠 자고 났지만 파란 하늘은 여전히 구름 위에 숨어 계시는지...

 


세석산장에 들러 촛대봉에서 기다려 보지만 짙은 안개구름은 세석평전에 동영상을....
빠르게 이동하는 구름 사이로 잠깐 열렸다 금새 닫혀 버린다.

 

 

 

 

 

 

 


연화봉 제석봉 천왕봉이 순식간에 열릴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한참을 기다려 보지만...

이번엔 연화봉이겠지 하며 안개속을 거닐다 보니 예전에 만나 보았던 주목이 여전한 모습으로 반겨 준다.

 


몸체의 대부분이 죽은 지 오래되어 분해되고 있건만 고목 한쪽 면을 타고 생명활동은 여전하다.
한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참고 견디어 올해도 파란 잎새 키우고 있으니 참으로 신비롭고 놀랍다.

우리네 인생 같으면 벌써 포기했을 만도 한데 무슨 희망이 있다고 저렇게까지....
모든 생명체가 살기 힘들다고 쉽사리 생명활동 포기한다면 우리들도 살아갈 수 없으리라.
비록 먹이 사슬일지라도 생명체 자신에게는 스스로 죽을 권리를 부여하지 않았나 보다.

 

 

 

 

 

 

 


야생화들 만나 보며 연화봉 넘으니 사람소리만 들려올 뿐 장터목 산장은 안개속이다.
배낭 내려놓고 천왕봉으로 향하는데 아쉽게도 제석봉 통천문 지나 천왕봉에 이르기까지 안개구름은 계속되고 있다.

 

 

 


천왕봉 아래 바위에 누워 기다려 보지만 햇볕의 따스함만 느껴질 뿐 좀처럼 하늘이 열리지 않는다.
이렇다가도 순식간에 열리면서 반야봉 너머로 석양빛이 찬란할 것 같은데...


천왕봉 신령님 환상은 그만하고 그동안 어떻게 지냈느냐 하신다.

만물의 영장이라지만 동물처럼 뭉쳐서 불법을 정당화하여 소수를 매도하며 짓밟는 경우도 있고 공의로워야 할 법원마저도 다수를 편들어 묵인해 줄 때도 있으니 방황중에 마음이 곤한 실정입니다.

나를 찾아 오는 자중에도 부질없는 것을 내세우며 경쟁하길 좋아하는데
강열했던 태양도 저녁이 되면 나약해지다 어두어 지듯이 인생들이 탐내는 모든 것들도 그러하리니
허황된 것으로 한정된 시간과 체력을 소진시키지 말고 하늘의 뜻을 살펴 그의 명령에 순종할 지어다.
이것이 사람의 본분이니라.

천왕봉 신령님 면전에서까지도 좋은 정경만을 고집했는데....
사람을 향한 하늘의 뜻이 무엇일까?
약하고 작을 지라도 만물의 영장으로 창조된 우리들은 분명 그에 합당한 하늘의 뜻이 있을 것 같다.

폭 70cm에 누워 담뇨 한 장 덥고 잠을 청하지만 이미 월광 소나타는 시작되었다.
한 숨 자고 나가보니 10:20분인데 여전히 짙은 안개구름이다.
신선한 바람 쇄다 들어가니 향수가 더욱 진하게 느껴진다.

그만 비박할 생각으로 통로 한 귀퉁이에 누웠는데 전기배선작업이 12시까지 계속되는지라 역시 자는 척만....
잠 들었는가 했는데 무언가 건드리는 자극이 느껴진다. 무시했는데 조금 지나 또 자극이 느껴진다.
열려진 문으로 짐승이 들어왔나 하여 살펴보니 내 옆에 또 한분이 누워 계신다.

그분도 나처럼.. 그렇고 보니 나도....

새벽 3시 조금 넘어 나가보니 비가 내린다.
좀 더 누워 있는데 개구리 깨어나듯 여기저기서...

오늘같은 날에도 일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하는 분도 계시고, 어떤 이는 바람 없으면 어려울 것이라는 분도 계신다.
사진작가들이 한 분도 아니 보이니 어려울 것 같다.

비닐 비옷 걸치고 산님들이 하나 둘 올라간다.
나도 자켙 걸치고 그들 속에 끼여 올라가는데 줄줄이 랜턴불이 계속된다.

비오는 날에 홀로 오른다면 스산한 기분에 힘도 더 들것이다.
여럿이 함께 하니 어려운 줄 모르고 쉽게 천왕봉이다.

짙은 안개구름 속에 산님들로 에워 쌓여 있는데 5:40분까지 기다려 봐도 전혀 달라질 기색이 없다.
우중에 추위도 느껴지는데 천왕봉 신령님 구름층 위로 끌어 올려주시니 파란 하늘 아래 반야봉이 선명하고 구름바다 위가 온통 찬란한 광채로 눈부시다.

장터목에서 백무로 이어지는 길로 내려서는데 참샘 부근에서부터 흐르는 물이 보인다.
시원한 계곡물에 세수하고 좀 더 내려가니 출렁다리가 나오더니만 곧바로 하동바위다.


시원한 물가에서 점심 들고 무릅까지 담그니 계속되는 내림길에 뭉쳐진 근육이 사르르 풀린다.

 

 


공원관리소를 빠져 나와 터미널로 향하는데 산장에서 만났던 산님 곡주 한잔하시라며 부른다.


달려가고 싶지만 함양행 버스가 12:30분에 있다니 사양하고 발걸음 재촉한다.

 


함양터미날에서(13:20) 동서울행 예약(15:50)하고 곧바로 지난번 들렀던 사우나를 찾아간다.

냉온탕 오가며 함양 주민(경남 함양군 함양읍 교산리 두산부락(김윤영, 017-876-0020)과 이야기 나누어 보는데 물은 재물을 뜻하고 바람은 정신을 뜻한다며 지리산 기운이 일본을 향하고 있어 댐을 막아야 한단다.

태양인은 북향집, 소음인은 남향집이 좋고,
자연을 멀리 할 때 병이 생기며 자연을 가까이 할 때 왜곡된 것들이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다 하신다.

자식들 도회지로 나가 살지만 도시생활 부럽지 않다 하신다.
하루에 기름 한 드럼분을 대체할 만큼의 나무를 얻을 수 있어 추운 겨울에도 구들장이 온종일 따끈따끈 하단다.

구수한 삶의 이야기 듣다보니 예약시간이 가깝다. 다음을 기약하고....
터미널로 향하는 길에 함양 농주 사서 이동중에 맛 본다며 한 병 몽땅...

2박3일간 산길 거닐어 보니 하루도 빠짐없이 먹어야 움직일 수 있고
힘들게 느껴질지라도 여럿이 함께 하니 쉽게 도달하는 것 같고

때를 따라 볼 수 있는 내용과 범위가 달라지고
아무리 잘 계획하고 노력할지라도 결과는 때가 좌우하는 것 같은데....

"하늘의 뜻을 살펴 그의 명령에 순종할 지어다. 이것이 사람의 본분이니라"
하늘의 뜻과 그의 명령이 무엇이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