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秋

석골사에서 운문산에 올라 가지산 온천장으로 2002.10

서로조아 2013. 4. 12. 14:51




석골사로 운문산에 올라 가지산 온천장까지 2002.10


울산 내려온(2002.06) 후 첫번째 맞이하는 초가을 어느 날






오늘도 평소처럼 일어나 등산가방 메고 집을 나선다.
08시05분 울산발 석남사행 직행버스에 몸을 싣고 오늘 하루의 등반계획을 생각해 본다.

석남사에서 밀양행 버스 연결시간이 맞아 떨어지면 운문산으로 그렇지 않으면 배네골 버스연결시간은 확실하니 간월산과 신불산으로 해서 등억 온천 하겠다는 결론을 내려 놓았다.

9시쯤에 도착하니 10분에 출발한다는 밀양행 버스가 대기중이다.
얼른 표를 사고 나니 전부터 한번 가봐야지 했던 꿈이 이루어져 기분이 좋다. 하지만 홀로 가는 초행길이라 석골사입구에 내려야 한다는 것만 기억하고 기사분께 운문산 가는데 석골사에 내려주시요 하면서 막차시간도 알아본다. 저녁 5시 20분 밀양발이 막차로서 석골사입구에는 50분정도에 도착된단다.

얼음골 사과밭을 구경하며 계곡길을 이리저리 돌아 초등학교을 지나고 보니 드디어 석골사 내리라는 기사분의 안내가 들린다. 09:40분,

다행히도 중년 남자 두분이 함께 내린다. 반가운 마음에 오늘 산행계획을 물어본다. 운문산 정상이란다. 그분과 함께 가벼운 발걸음을 재촉하여 동내길을 15분 정도 걸어 오르니 석골사 주차장, 차를 몰고 오는 등산객들로 만원 우리들은 차없이 다니니 홀가분한 마음이다

석골사입구 샘터에서 물한병 채우고 물맛을 보니 시원하다.
어른 두분은 잠시 담배 피운다길래 천천히 오시라고 해놓고 바로 옆에 안내판을 보고 정상을 향하여 나홀로 오른다.

이 길이 맞나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무작정 발걸음을 재촉한다.
어느정도 가다보니 다른 일행이 보이길래 이 길이 틀림없다는 생각으로 더욱더 내달린다. 가끔 이정표를 확인하면서 계곡을 건너 가파른 길로 접어든다음 주변을 살펴보니 거대한 암봉도 보인다.

이내 얼음굴로 이어지는 소로가 나왔는데 굴내부를 볼수 없다는 주변의 말에 그냥 지나쳐 계속 오른다.
소망을 기원해 놓은 돌무더기 군락이 보인다. 급경사지에 흩어진 깨진 돌들을 모아서 정성껏 쌓아 올려 놓은 것이 정교한 예술품보다도 자연스러움이 좋아 보인다.

조금 지나 얼음으로 덮힌 폭포도 보인다. 잠시 휴식차 뒤돌아 보니 올라온 계곡이 제법 깊어 보이고 시원하다.
계곡의 풍광을 눈사진 찍어 놓고 상운암자 표지판을 보며 정상을 향한다. 이내 상운암자가 눈에 들어온다.
조그마한 스래트 지붕으로 되어 있는 암자, 앞 뜰에는 작은 텃밭도 있고 제법 평지다.

여기 저기 등산객들이 앉아 발아래 펼처진 아련한 풍광을 감상하며 땀을 식힌다. 갈길이 먼지라 정상 오르는 길을 찾아 두리번 거리는데 앞에서 반기는 사람이 있다. 입구에서 같이 했던 분들이다.

그곳 샘에서 조금씩 흐르는 최정상의 시원한 물이 좋단다. 나도 그들과 함께 한국 자 떠 마신다. 시원하고 담백하다.

산 전체가 젯빛으로 침묵 속에 고요한데 유독 푸른 잎이 싱그러워 보이는 산죽숲이 온통 지표면을 덥고 있다.
산죽 사잇길을 걸어 20여분 오르니 정상의 모습이 눈앞에 보이고 드디어 1189m 운문산 정상 표지판이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이 반갑다. 12:10,

사방으로 시야가 확 트여 그야말로 장관이다. 따뜻한 햇볕이 비취고 있어 대지 바닥도 따뜻한 느낌이 든다. 정상부근 억새풀밭에 앉아 머리통 만한 배를 꺼내어 그들과 함께, 그분들은 소주 한잔 하라고 나에게 권한다. 마셔보니 평소에 쓰게 느껴지던 소주 맛이 달다.

영남 알프스의 모든 산들이 한눈에 그리고 표충사방향으로 형성된 얼음골 들녁의 논경지가 사방팔방 산들로 꽉 찬 이곳에서 내리다 보니 시원함을 더해준다.

굽이 굽이 첩첩 산들이 옅은 구름띠 위로 솟아 있다. 그 중에 지리산 천황봉도 구름위로 봉우리만 살짝 보이고 있는 같다. 어느 봉우리인지는 확실하게 모르지만......

운문산 정상에 3단 GP가 있다 길래 주변을 살펴보니 나즈막하게 하얀색의 낮익은 안테나가 보인다. 반가운 마음에 가까이 가보고 싶었는데 조용히 CQ소리가 들리는가 싶어 귀기울여 보았지만 조용하다. 울산 동지분들이 아니 오셨는지......

동행중인 그분들과 가지산까지 갈 수 있을런지 생각해 본다. 맞은편 봉우리가 가지산인데 한참 내려간 후 다시 올라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시간계산을 해본다. 가지산 온천까지 가려면 최소한 5시간 더 소요될 전망이다. 해가 빨리 지는 시기라 다소 여유는 없지만 별탈이 없다면 가능하겠다는 결론이 나온다.

운문산 정상에 더 머물고 싶지만 12:35, 이내 급경사길로 접어든다. 약40분을 뛰다 싶이 내려오니 아랫제 쉼터 장막이 보인다. 차량이 다니지 않는 계곡능선이다.

곧바로 가지산 줄기로 이어지는 길 따라 발걸음을 재촉한다. 한결 힘든 느낌이 든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길이 곱고 손으로 잡고 오르지 않아도 되는 썩 부드러운 길이다.

1시간 가량 오르니 영남 알프스의 익은 산봉우리들이 하나 둘 시야에 들어오고 등산로 옆으로 명당이 보인다. 2:10 이쯤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모두가 함께 주저 안자 소주한잔에 김치 반찬으로 점심을 맛있게 먹는다. 따뜻한 햇볕 받으며 오침도 즐기며 좀더 쉬고 싶지만 갈 길이 먼지라

벌써 오르는 도중에 한 분이 쥐가 나서 걸음걸이가 불편해 졌다. 하지만 어쩔수 없다. 또 떠나야 한다. 피곤한 몸을 일으켜 세워 가지산 정상을 향하여 철쭉 터널길을...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 능선길도 험하지 않고 부드럽다.

드디어 가지산 정상의 산막이 저만치 앞에 낮익은 모습으로 우리를 반긴다. 15:20
정상(1280m)에 올라 잠시 머문후 쌀바위 방향으로 가는데 어른 분들은 쌀바위 쉼터에서 담배한데 피우시겠다고 하길래 서서히 갈테니 온천에서 만자지요 하고 먼저 길을 재촉한다.

급경사 계단길을 내려 오다보니 나도 발이 아파 온다. 허벅지를 문지르며 잠깐잠깐 쉬어가며 길을 재촉한다. 어느덧 땅거미가 뉘엇 뉘엇 석남사 방향의 산들이 어두워진다. 오늘 하루를 따뜻하게 비추어 주었던 태양을 등지며 길을 서드른다.

중간 중간 산악회 무리들이 술에 취해 빨리 내려가야 한다는 여자 회원들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하산에 소요되는 시간을 묻길래 약 1시간 소요된다고 답변하고 나홀로.... 5:30까지 온천에 도착해야 2시간 냉온탕 즐길 수 있다는 계산으로 쥐가 나지 않을 정도에서 최대한 발걸음을 재촉한다.

석남사로 빠지는 길 앞에서 가지산 온천 방향으로 달린다. 여기서부터는 아무도 따라 오는 자도 없고 앞에 가는 사람도 없다.
호젓한 소나무 숲속 길을 나홀로 걷다 보니 다소간에 무서운 생각도 든다. 앞에서 도깨비가 나타나 나를 괴롭히지는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고 길 주변이 어두워지니 별 생각이 다든다. 평소보다 길게 느껴진다.

드디어 길 옆으로 잘 가꾸어 놓은 무덤군이 나타난다. 민가 가까이 내려온 샘이다. 가지산 온천장 불빛이 반갑다. 5:20

드디어 온천장으로 들어가 따뜻한 물에 온몸을 담그고 나니 하루의 피로가 눈 녹듯이 사르르...... 뒤 따라 올 분들 언제나 도착되나 기다리면서 계속 냉.온탕을 오가며 몸속의 응어리를 풀어 낸다.

19:20 탈의장으로 이동하고 보니 갈 일이 걱정이다. 일단 대중교통 시간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추운 날씨에 한참을 기다려야 할 생각을 하니 애라 모르겠다 앞에서 옷을 갈아 입고 계시는 분께 혹시 여유 좌석이 있어 언양까지 태워 주실 수 있겠느냐고 부탁해 본다. 다행이도 허락한다.

뒷자석에 앉아 편하게 언양 터미날까지...... 그분들은 울산 범서-밀양간 신설 도로공사 건설현장에 근무한다며 집이 부산이고.....

오랫동안 마음에 두었던 곳을 인사드리고 나니 기분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