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秋

덕유산 설천봉→백암봉→횡경재→백련사20051120

서로조아 2013. 4. 12. 15:36


사람들이 밉지만 여전히 넓은 품안으로 감싸주는 덕유산

2005. 11. 20(일, 맑음)

삼공리매표소(09:20)→야영장→1161봉(11:00)→칠봉(11:10~20)→설천봉(12:00~10)→향적봉(12:20)→중봉(12:40~13:10)→백암봉(13:30)→귀봉(14:10)→횡경재(14:50)→싸리등재(15:10~20)→백련사(16:10)→구월담→비파담→인월담→정류장(17:20)




이름만으로도 푸근함이 배어나는 덕유산
한겨울 상고대가 피어 있는 향적봉과 주목으로 인상깊은 덕유산 신령님께 인사드려야 할텐데 엄두가 안난다.

삿갓재 대피소에서 하룻밤 보내고 싶어 겨울산행 장비 몽땅 챙겨 한짐 지고 내려 왔다.
오늘은 덕유산 찾아가는 방법부터 알아볼 생각으로 대전 동부터미날로 달려가보니(06:20) 무주거쳐 구천동행 첫차가 07:10에 있다.

9명을 태운 직행버스는 5분쯤 가다가 사거리에서 엔진이 커지고 다시 출발하려는데 기어변속이 안된다.
기사님 허둥대다가 다른차 불러 오겠다며 터미날로 되돌아가고 20여분후에 다른차로 바꿔탔지만 무주에 08:20분 도착된다.

모두 내리고 구천동까지는 나홀로다.
주차장에서 잠시 기다리라며 나간 기사님은 15분 지나서야 구천동은 못하게 되었다며 다음 시간대 차를 이용하란다.

손님이 없어서일까 기분이 엄청 나쁘다.
그렇다면 잔여 요금을 환불해 주고 다른차를 이용하도록 진즉 알려 주어야지 하며 승객대기실로 가보니 구천동행 08:20차를 기다린다는 4분의 산님이 계신다.

내가 그분들에게 사정을 이야기 하니 그제서야 매표소 창구에 항의하며 환불받는다.

곧바로 택시 합승해서 2만에 구천동 가는데 연세 지긋하신 기사님은 무주 양수발전소 하부댐을 지나며 저곳엔 물고기도 많은데 밤중에 상부댐으로 올라가고 낮에 하부댐으로 내려오기를 반복하며 자라선지 특이하다 하시며 무주의 자랑거리 홍보에 열심이시다.
합승한 분들 모두는 무주와 덕유산이 처음인지라 천천이 가도 상관치 않고 즐겨 듣는다.

두분의 어르신은 자식 출가시키고 어릴적 **친구와 오셨다 하고 또 다른 두분은 전남 광주에서 오셨다는 젊은 분인데 모두가 곤도라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삼공리 매표소로 달려가니 이곳도 입장료에 문화재 관람료 포함하여 3200원이다.
순간 날강도를 만난 기분이 들지만 덕유산 신령님 뵙고픈 생각에 솔향기 가득한 계곡길을 빠른 걸음으로 올라간다.

백련사쪽에서 향적봉까지는 계단길이라니 능선길이 좋겠다 싶은데 야영장쪽으로 갈라지는 길이 보인다.
분명 야영장 어디엔가는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있을거야 하며 무작정 진입한다.

야영장 최상단 지점에 낙엽 수북히 쌓인 들머리 흔적이 보인다.
커다란 비석이 우뚝 서 있는 묘1기를 지나 제법 가파른 오솔길을 30여분 오르니 또다른 능선길과 만나고
칠봉까지는 여러번 오르락 내리락하며 급경사의 연속이다.









칠봉(1305) 헬기장에 올라서니 드디어 설천봉과 향적봉이 저 위로 선면하게 보이고
건너편 거창군과 무주군 경계를 따라 뻗어내리는 장엄한 산줄기들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따뜻한 양지쪽에 앉아 단감을 먹으며 전면에 펼쳐진 풍광에 푹 빠져 있는데 갑작스런 소리에 순간 놀란다.
이곳까지는 내가 올라온 길 외에는 또다른 길이 없는 줄 알았는데......

인월담에서 올라오셨다는 3분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설천봉을 향하여 달려간다.
완만한 등산로는 성벽같은 돌망태 담을 따라 가다가 스키장 내부로 넘어간다. 다른 길이 있나 찾아 보지만 아니 보인다.



허는수 없이 스키장쪽 황무지를 따라 설천봉을 올라야 하는데 스키철엔 매우 위험할 것 같다.





산정상에서부터 계곡아래까지 장발 단속시 밀어낸 것처럼 맨땅이 드러났는데 여기저기 폭우로 패여 있다.
1년중 2~3개월 스키장 수입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리고 동계 올림픽 유치가 그렇게도 국가적으로 중요했는지 몰라도 너무 안타깝다.

국책사업의 사후 운영단계까지 타당성을 따져 책임지우는 풍토가 없으니 지자체 이후 공항건설, 공단조성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핑계로 국민의 혈세를 탕진하는 행위는 계속되는 것 같다.

설천봉(1485)은 곤도라 타고 놀러 오신 분들로 시끌벅적하다.
곤도라 운행시간을 알아볼까하다가 식당앞 전망대로 나가보니 사진으로 익숙한 남덕유 능선과 저아래로 전북 장수군 들녘이 한눈에 들어온다.









식당앞 전망대 역시 온통 먹자판이라 그곳을 빠져나와 나무색이 바랜 팔각정을 지나 향적봉을 향하는데 뻔뻔스럽게도 생태 유전자 보존지역이라는 입간판이 보인다.

향적봉(1614)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왕래로 번잡한데 아침에 동승했던 젊은 분들도 백련사쪽에서 방금 올라 왔다며 반가워 한다.





향적봉 대피소 건물을 지나 중봉을 향하는데 아주 오래된 주목 한그루가 몸체의 대부분이 죽은지 오래된 나목이지만 얼마 안되는 한쪽면만으로 간신히 연명해 가면서도 짙은 녹색 잎으로 괴로움을 숨긴체 반겨주는 모습이다.



생명력의 주인은 누구일까?
척박한 환경에서 아무리 고통스러울지라도 생명활동을 스스로 포기할 수 없음은 주목이나 우리들이나 마찬가지나 보다.

금년 겨울도 혹독한 눈보라가 밤낮으로 매섭게 몰아칠텐데 견디어 낼수 있을지 염려되지만 차라리 온몸이 하얀 얼음꽃으로 뒤덮히면 속으로 파고드는 삭풍은 막아지리라는 생각이 든다.

금년 겨울 또다시 만나자며 약속하고 곧바로 중봉을 향한다.
중봉(1594)도 몇 개의 돌무더기만 드러나 있고 사면은 온통 파란 산죽이 덮고 있다.

저멀리 거창군 넘어로 아련히 보이는 지리산 천왕봉에서 출발한 백두대간은 반야봉과 노고단을 거쳐 남덕유로 넘어와 삿갓봉을 지나 무룡산 동업령 백암봉까지 북진한 다음 송계삼거리에서 동진하여 전북과 경남 경계을 따라 추풍령을 향하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송계사쪽에서 올라와 향적봉 가시는 젊은 남자 산님 한분을 만나 기념사진 찍고





따스한 양지쪽에서 겹겹이 뻗어내린 산줄기를 바라보며 나홀로 김밥 3줄을 .....







중봉에서 백암봉(1503)까지는 들판길 같이 평화로운데 마른 꽃대가 여기저기 보인다.







2시까지 더 진행해볼까 하여 바위길을 내려가는데 하산이 염려된다.





이번엔 신풍령쪽으로 가다가 백련사로 하산함이 좋겠다. 일찍(09:30) 곤도라 탔으면 삿갓봉이나 무룡산까지는 가능할 것 같은데....

신풍령 가는 백두대간길도 온통 파란 산죽밭의 연속이고 돌이 없어 걷기에 편하다.









귀봉(1455)과 횡경재를 지나면서 구천동 빠지는 길을 찾아 보지만 뚜렷한 길은 아니 보이길래 은근히 염려가 되는데 중봉에서 만났던 젊은이 송계사로 하산한다며 뒤따라 온다.









한참을 가니 그제서야 오수자굴과 송계사 갈림길 이정표가 보인다.
오수자굴로 내려 가는 길은 더욱 흐릿한 소로인데 수북히 쌓인 낙옆만이 오히려 유일한 길 안내자다.





10여분 내려가니 어디선가 쪼르륵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무슨 새소리인가 하여 자세히 살펴보니 이제 막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환호하는 물소리다.

내려 갈수록 계곡물은 더욱 즐거운지 수정같은 얼음속에서도 제법 크게 들려온다.



가까이 다가가 물 한잔 마시고 기념으로 한병 체운다.

이쪽 계곡엔 아직 햇볕이 남아 있지만 건너편 중봉 사면은 산그늘에 가려져 간다.
계곡길은 유실되었는지 더 이상 아니보이고 호박돌을 징검다리 삼아 내려가는데 오수자굴쪽에서 내려오는 계곡과 만났음에도 길은 여전히 아니 보인다.

어느 정도 내려가다 속도가 나지 않아 오수자굴쪽에서 내려오는 길이 가까이 있을 것이란 생각에 그쪽 사면으로 올라가 본다.
숲속에 매달린 작은 나무 명패가 보이고 드디어 뚜렷한 소로와 만난다.

이젠 느긋한 마음으로 내려 가다 넓직한 백련사길로 들어서려는데 철책문이 잠겨 있다.
이쪽은 출입금지 구역인가 보다.

걸핏하면 등산객의 안전, 산불방지, 휴식년제 운운하지만 솔직히 자신들의 관리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 아닌가?

막아놓기 보다는 들어가기 전 유념해야 할 사항(우천시 통과 불능지역, 지형지도, 소요시간, 통신가능여부 등)을 자세히 안내하여 등산객 스스로가 결정하도록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런 안내지는 이제까지 그 어디서도 본적이 없다.

비싼 입장료 받으면서 참고 자료도 안주고 증표하나 주는 것으로 끝이다.
국민을 위한 서비스 정신은 찾아볼 수 없고 국민위에 군림하려는 행정편의 주의적 발상이 이곳에도 여전하다.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가면서 계곡을 살피지만 눈길을 끌만한 너럭 바위는 아니 보이고 구월담 비파담 인월담만 깊은 소가 보일을 뿐이다.

그 예전부터 무주 구천동으로 명성이 대단한 곳인데 폭우로 매꾸어지고 파괴되었는지 좀처럼 특이한 모습이 느껴지지 않는다.
마구 파괴해 버렸으니 자연도 더 이상 자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지 않으려 하겠지....

매표소의 젊은 직원 두명은 늦은 시간까지 자리를 지키고....
젊은 고급인력들이 마땅한 일자리를 찾아 갈 수 없는 현실이 언제까지 계속될런지.....

내려 가면서 무엇을 먹어볼까 하는데 맛자랑 간판만이 줄지어 있고 손님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수퍼에서 식회하나 마시고 차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아 그대로 버스 정류장을 찾아 간다.

길가엔 산악회 버스 한대만이 산객을 기다리고
택시 기사님 무주 나가는 손님 기다리지만 벌써부터 어둠속에 온통 침묵만이 가득하다.

18:00에 출발한 동 대전행은 승객 5명을 태우고 컴컴한 정류장을 빠져 나와 무주로 향하는데 승객들 역시 이곳 주민들 뿐이다.

 

 

 

 

 

 

 

 

▲2018.12 어느날 산하가족 물안개님 무주 양수발전소 전망대에 올라 담아오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