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秋

지리산 성삼재→천왕봉→유평리 2006910

서로조아 2013. 4. 12. 15:42




속세의 허황된 욕심을 지리산 신령님께 고하니

2006.09.10(일, 맑음)

성삼재(04:00)→노고단산장(05:00)→돼지령(05:40)→1424봉(06:00)→임걸령샘터(06:40)→1432봉(07:15)→노루목(07:30)→반야봉(08:00~20)→삼도봉(09:00~10)→화개재(09:20)→뱀사골산장(09:30~10:20)→화개재(10:30)→토끼봉(11:10)→1463봉(12:10)→명선봉(12:30)→연하천산장(12:40~13:40)→형제봉(14:40~15:00)→형제바위(15:30)→벽소령산장(16:20~), 1박

9.11(월, 구름 뒤 비)
벽소령산장(05:00)→덕평봉(06:00)→선비샘(06:20)→전망대(06:30~40)→칠선봉(08:10~30)→영신봉(08:50~10)→세석산장(09:10~10:20)→늪지(10:50)→촛대봉(11:00~20)→삼신봉(12:10~30)→연화봉(13:20~40)→장터목산장(14:00~15:20)→제석봉(15:40~50)→천왕봉(16:30~40)→장터목산장(17:40~) 반야낙조(19:05:10), 2박

9.12(화, 운무뒤 맑음)
장터목산장(05:00)→천왕봉(06:00~10)→중봉(06:50)→써리봉(07:20)→치밭목산장(08:10~09:30)→무재치기폭포(10:10~10:30)→세재삼거리(11:00)→능선(12:20)→한판골날머리(14:00)→유평리(14:20)→대원사→매표소(14:50)→ 버스종점(14:55~15:30)→진주터미날(16:30)→사우나(~18:10)→석식(~18:50)→진주출발(19:00)→서울남부터미날(22:40)




<지리산 전도 보기>



지난 여름부터 기회를 봤는데 엉뚱한 일로 여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15년 경과된 다가구 다세대가 30% 이상 되면 재건축할 수 있다는데 그렇게 하려면 진즉부터 신축을 금지했어야지...

언젠가 경제태풍 불어 닥치면 폭우 피해처럼 인간의 허황된 욕심으로 형성된 것들은 견디어 내지 못 할텐데....
모두가 허황된 꿈만 꾸고 있으니....

말의 화려함과 온갖 거짓이 판치는 세상을 떠나 산속 깊이 들어가 보자.
아직까지 인사드리지 못한 설악산 12선녀탕, 지난번 수해로 어찌되었을까 그곳에 가보고 싶은데 역시 통행불가란다.

이틀간 맑다 하고 보름이 엊그제니 지리산 능선을 거닐고 싶다.
비박장비(깔판, 비닐막, 침낭)와 2박3일간 먹거리(쌀,라면,김치,된장,고추) 챙겨 10시50분 용산발 여수행에 올라 산행일정을 생각하다 잠에 빠진다.

구례역에서 두분의 산님과 합승하여 성삼재로 달려가는데 나뭇가지가 휘어질 정도로 바람이 세차다.

달빛 가득한 길 따라 서서히 시동을 거는데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계속되는 나뭇잎 부닥치는 소리로 정신이 몽롱하다.

산장에 들렀다 돌탑 안부에 오르니 반야봉이 내려다보시며 어서 오라신다.
헤드랜턴 밝히고 돌 많은 노고단 사면을 조심조심 헤치고 나오니 돼지령이다.





바로 전면에 피아골과 왕시리봉, 진행방향으로 불무장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철쭉과 산죽 사이를 돌아 내려가니 임걸령 샘터다.
지리산 신령님이 내어 주시는 생수 듬뿍 마시고 한 병 채워서 이리저리 오르니



노루가 달려 나와 반기면서 자기 집으로 안내하는데 불무장등이 바로 옆이고 왕시리봉과 노고단 사이로 섬진강이 보이고 바로 아래 피아골이 펼쳐졌으니 이 녀석 집도 명당이다.

비경에 넋을 잃고 있는데 토끼 한 마리가 마중 나왔다며 이번에는 만물의 진실, 처음과 끝을 깨닫게 해 주는 곳으로 안내하겠다며 노루가 뒤에서 밀고 토끼가 앞장서 올라간다.



밤과 낮이 반복되면서 올해도 여지없이 가을꽃이 만발하구나.
지축이 태양 궤도면에서 기울어 있고 타원궤도를 돌고 있으니 사계절의 아름다움이 있고.....

우주의 모든 것들이 제멋대로가 아닌 철저한 사전 계산에 의해서 지어졌고 부여된 법칙이 해지될 때까지 저마다의 직무에 충실하도록 되어 있으니 참으로 신비롭구나

반야봉(1732m) 정상 돌탑에 이르니 저 멀리 천왕봉(1915m) 신령님이 흰 구름 사이로 살짝 얼굴을 내미시니 명선봉(1586m) 덕평봉(1522m) 칠선봉(1558m) 촛대봉(1704m) 연하봉(1730m) 제석봉(1806m) 까지도 줄지어 보였다 이내 감추어지고.....









두둥실 떠 있는 흰구름은 어디론가 사려져 버리고 또다시 생성된 흰구름은 그 뒤를 따르다가 역시 사라져 가고.....
인생도 저 흰 구름처럼 생겼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가는가 보다.
보이는 것은 저렇게 잠깐이요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하다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토끼가 이제 그만 감상하고 자기 집으로 가자한다.
노루는 또 다른 홀로 산님이 자기 집 쪽으로 올라오고 있다며 맞이하러 달려 내려가고..

토끼와 함께 소금장사 묘를 지나 삼도봉에 이르니 바로 밑으로 불무장등을 따라 또 다른 계곡이 펼쳐지는데 그 끝자락이 칠불사란다.




아직 아침을 못 먹었다 하니 뱀사골산장에 들렀다 가자며 앞장서 안내한다.



밥 짓고 라면까지 끓이니 토끼가 이상한 표정을 짓길래 라면은 국대신 먹는다 하니 좋은 생각이라며 자신은 이른 새벽에 총각 옹달샘에 들러 세수하고 먹었으니 천천히 많이 드시라 한다.

토끼와 함께 이리저리 토끼봉(1534m)에 오르니 바로 가까이 형제봉과 벽소령산장이 보이고 저 멀리 천왕봉과 영신봉에서 뻗어내린 남부능선의 아름다움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낮잠이라도 자고 가면 좋겠다 하니 반가운 표정으로 오늘밤 자기와 함께 하룻밤 보내고 가란다.
그러고 싶지만 일정상 벽소령까지 가야 된다 하니 다음번엔 느긋한 일정으로 오라며 조금은 섭섭한 표정으로 바로 저기 보이는 명선봉(1586m)만 넘어가면 연하천 산장이니 시원한 물먹고 그곳에서 점심 먹고 가란다.

토끼와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명선봉을 넘어가니 곧바로 아담한 산장이다.
라면 끓여 에너지 충전한 다음 벽소령으로









음정 갈림길 지나 형제봉(1452m)에 오르니 벽소령이 눈앞이고 제석봉 아래로 장터목 산장도 보이기 시작한다.





일찍 도착해 봤자 소용없으니 파란 하늘 흰구름도 보고 한신계곡과 대성골도 살펴보며 천천히 이동한다.











예전에는 발전기 소리가 들렸는데 한전 전원이 들어와 조용하다.
샘터에서 물 떠다 밥 짓고 라면 끓이고...







자정 넘어 나가보니 달무리가 있고 얕은 구름사이로 별들이 하나 둘 셀 정도다.
새벽 4시가 넘자 빠져 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일찍 잦으니 그만 나도 일어난다.

어둠에 뭍힌 산죽 길로 덕평봉(1522m) 산허리를 돌아가니 저 아래 의신 마을과 그 아래 화개마을 불빛이 하나둘 꺼져 간다.

선비샘 지나 전망대에 오르니 대성골 주변이 서서히 밝아지기 시작하는데 왕시리봉(1243m)과 불무장등(1446m) 그리고 삼신봉(1288m)에서 영신봉(1652m)까지의 마루금이 새볔 하늘에 뚜렷해 진다.
더 밝아지기를 기다려 보는데 왕시리봉 넘어 섬진강 쪽에서 아침 안개가 일기 시작한다.

칠선봉(1558m)에 이르니 태양이 구름에 가려 대성골 주변 산세는 여전히 어둡지만 노고단(1507m) 만복대(1433m) 고리봉(1305m) 백운산 남덕유 향적봉 그 넘어로 백두대간상의 고봉들은 아침 운해 위로 선명하다.















그렇게 멀리 보였던 천왕봉과 촛대봉은 손에 닿을 듯이 가까워 졌다.
한신계곡에서부터 백무동 그 뒤로 구인월 마을들이 구불구불 산자락 따라 이어지고 지난 봄에 들렀던 세걸산과 팔랑치 바래봉(1165m) 덕두산(1150m) 능선도 가름된다.









영신봉(1652m)에 올라보니 산돼지들이 철쭉 뿌리를 드러내고 빈틈없이 마구 뒤집어 놓았다.
힘들게 살아가는 나무들이 저렇게 뿌리가 노출되면 겨울에 얼어 죽을 텐데.... 저들도 먹거리 문제가 심각해 졌나 보다.
무언가 합당한 대책이 세워져야 할텐데.....

촛대봉(1704m) 밑으로 세석평전이 펼쳐지면서 아담한 세석산장이다.



라면 끓여 에너지 충진하고 촛대봉을 향하는데 오름길 사면에는 구절초 쑥부쟁이 야생화가 가득 피어 있다.







중간쯤 오르니 물이 흐르고 늪지에서나 볼 수 있는 식물이 자란다.
바로 위가 촛대봉(1704m)이고 그 넘어가 삼신봉인데 이렇게 높은 지역에서 흐를 정도의 많은 물이 나오고 있다니 참으로 신비롭다.






촛대봉에 오르니 삼신봉 연하봉(1730m) 제석봉(1806m) 그 뒤로 천왕봉(1915m)이 선명하고 거림과 중산리가 바로 아래다.







영신봉(1652m)에서 남으로 뻗어내린 능선상에 삼신봉(1288m)이 있을 것 같고 오른쪽 산자락엔 불일폭포와 쌍계사가 있을 것 같다.

뒤돌아 나오려는데 조그마한 돌무더기 위에 흰 가루가 있길래 새 먹이로 놓았는가 해서 살피니....
산을 무척이나 좋아하셨던 동지분이 지리의 품안에서 장엄한 산줄기들을 영원토록 바라보고 계신다.

그분의 명복을 빌고 되돌아 나와 삼신봉을 지나다보니 아직도 생명을 이어가는 주목이 예전모습 그대로 반갑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이 저 주목만할까 우리가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지라도 저 속에 숨어 있는 능력은 참으로 대단한데 누구로부터 받은 능력일까?





오르락 내리락 좌우로 돌면서 만나는 바위들이 지난번 왔을 때의 느낌과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보면 볼수록 엄숙하고 주변의 나무들과 함께 신령스럽기만 하다. 어머님이나 할머님 같고 근엄한 할아버지 같다.



















처음 왔을 땐 솔직히 높이만 높았지 이름이 뜻하는 아름다운 봉우리는 찾아 볼 수 없고 온통 돌밭 길인데다가 시야가 열리지 않아 지루한 적도 있었다.
역시 산이란 저마다 독특한 맛이 깃들어 있는 법인데 우리의 눈이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할 뿐인가 보다.

연하봉(1730m)에 올라 지금까지 거닐었던 능선을 헤아려 보고 덕유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도 살펴본 후 고사목을 바라 보며 걷다보니 이름도 아름다운 장터목 산장이다.















도착하자마자 물 길러 밥 짓는데 열중이다.
그 누구나 가릴 것 없이 산장에 도착하면 먹거리 챙기는 것을 제일로 한다.

육신을 갖고 살아가는 우리들이기에 먹는 문제가 안정되어야 하는데 몇 해 전부터 젊은이들이 저마다의 특성을 살려 장래성 있는 일터를 찾지 못하고 떠돌고 있으니 큰 걱정이다.

천왕봉 신령님께 인사드리러 제석봉(1806m)을 넘으니 발아래 중산리 마을은 흰구름에 가려 있고 산청과 광양만 인근의 백운산도 보이는데 삼천포 금산도 보이는 듯하다.







통천문 가는 능선에서 만나는 바위들도 연하봉이나 삼신봉처럼 근엄하다.
통천문 위로도 산돼지들이 마구 파헤쳤으니 이 녀석들도 통천문 통과방법을 알고 있는가 보다.

다소 완만해진 바위지대를 오르니 천왕봉 신령님이 어서 오라며 반갑게 맞아주신다.
그동안 보이지 않길래 하는 일이 잘 되는가 했는데 비가 오는 중에 왠일로 달려 왔느냐고 물으신다.



꾼들이 잘 살게 해주겠다며 덮어놓고 보금자리 내 놔라 해서 대응책 알아보다가 무작정 달려 왔습니다.

나를 찾아오는 이들도 세상욕심이 가득한데 속세는 당연하겠지
저들의 덫에 걸려들지 않도록 몸과 마음을 잘 관리하도록 해라

시간이 흐르면 이도 저도 흰 구름처럼....
비가 오기 시작하니 어서 내려가라신다.

중봉에서 뻗어 내린 능선들과 계곡들을 둘러보는데 지난번 매미로 무너져 내린 부위는 여전히 흉터가 아물지 않았다.
내일 아침 비가 안 오면 다시 인사드리겠다 하고 되돌아 내려간다.

중산리 쪽은 어느새 흰구름이 모두 사라졌는데 빗방울은 여전하다.
장터목 산장에 이르니 어디로부터 모여들었는지 산꾼들로 취사장이 북쩍댄다.

저녁 준비하는데 환상적인 석양이라며 환호한다. 나가보니 컴컴한 하늘 서쪽 끝으로 붉은 띠가 길게 늘어서 있고 반야봉도 윤곽을 알아볼 정도로 밝은 편이다.



비 오길래 포기하고 있었는데 잠깐 비가 그치더니만.....
역시 비오는 중에도 태양은 구름 저편으로 자신의 길을 가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바로 맞은편에서 저녁준비에 여념이 없으신 분과 인사를 나누다 보니 부부이신데 참으로 부럽다.
오복 중의 하나가 부부가 함께 하는 취미생활이라 하던데...

외모에서부터 행동 그리고 생각까지도 오빠와 누이동생처럼 너무나도 닮았다. 묘한 인연인가 보다.
그분들 너무도 닮았다하니 수줍어하시는데 역시 행복한 표정이시다.
부부는 반대로 만나게 된다지만 적어도 체질과 취향만은 같아야 좋은 것 같다.

입실안내 방송이 들린다. 비박장비 챙겨 왔으니 문제될 것 없지만 한참 뒤에 50넘은 분들 모이라 한다.
좋은 산장에 왔으니 자리가 있다면야 하고 가보니 오직 나뿐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 나뿐이라니....

내일 아침 일출은 어렵겠지만 디카 메모리 살피면서 비슷한 것들 골라 삭제하고 잠자리에 든다.
9시부터 잠을 청하다보니 밤이 길다.

1시쯤 나가 보니 비는 오지 않는데 별님들이 하나도 아니 보이고 바로 아래 중산리 마을 불빛이 반짝이고 광양제철소와 진주시만이 고요한 밤하늘을 밝히고 있다.

새벽 4시부터 한 두 사람씩 나가기 시작한다.
나도 누워서 어디로 하산할까 궁리하다 삼신봉으로 하산하려면 다시 세석으로 가야하는데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 같다.

오는 가을에 한신계곡으로 올라 세석에서 1박후 곧바로 삼신봉으로 하산하면 좋을 것 같다.
치밭목산장과 무재치기 폭포도 볼 수 있다는 대원사쪽을 생각해 보니 일찍 출발하면 가능할 것 같다.

라면 끓여 남겨둔 밥과 함께 먹고 어둠 컴컴한 제석봉을 오른다.
통천문 지나 천왕봉에 이르기까지 바로 앞이 보이지 아니할 정도로 짙은 안개가 스치고 지나간다.
중산리쪽에서 계속 밀려드는 운무는 해발 1915m 천왕봉을 넘어 백무동으로 넘어 가는데 사방을 분간할 수 없다.

후래쉬 사용하면 바닥날 것 같아 어제 저녁에 담아놓은 기념사진으로 대신하고 중봉을 향한다.
중봉 지나 급경사 길을 내려가다 보니 이곳도 비경일 텐데 짙은 안개와 함께 빗방울도 한 두방울 떨어지고...

써리봉(1642m) 이정목과 함께 기념사진 담고 그저 앞만 보고 급경사 길을 조심조심....
드디어 근사한 나무다리 끝으로 치밭목 산장이 보인다.






이미 도착한 산님은 식사중이시고 나도 물 떠와 밥 짓고 라면 끓여 아침을 배불리 먹는다.
먹는 순서대로 떠나고 새로 도착하시는 산님이 뒤를 이어 밥상을 벌리고... 나도 끝냈으니 하산을 서두른다.

아주 작은 오솔길이 계곡 따라 이어진다.
이곳도 돌길인데 밟다보니 화석인지 어제 삼신봉에서도 비슷한 문양을 보았는데 참으로 신비롭다.



산죽 숲으로 우거져 그야말로 밀림속이다. 계곡 넘어 갈림길에서 지도 확인하니 이쯤에 무재치기 폭포가 있을 것 같다.
소리도 나는 것 같고.... 분명 이 근처에 폭포가 있는 모양이다.

두 갈래 길에서 계곡으로 내려 가보니 갑자기 저 앞이 흰 안개로 자욱하고 아무것도 아니 보이고 계곡 옆의 숲도 끊어진다.
조심조심 접근해 살펴보니 이곳이 폭포 바로 윗부분이다. 매끈하고 넓은 바위면을 따라 계곡수가 내려간다.
더 이상 내려가는 길이 아니 보인다.





길 따라 가면 만날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본래의 길로 가보니 이정목이 직진은 대원사. 좌측에 무재치기 폭로라 한다.
배낭 맨체로 급경사 계곡으로 내려간다.

엄청 높은 곳에서 물줄기가 여러 갈래로 나뉘어 떨어지는데 여타 폭포와 다르다.
3단 모양의 거대한 바위면을 타고 내려오다가 중간에서 방향이 바뀌어 또다시 배불떼기 바위면을 타고 떨어진다.
가을철이면 참으로 아름다울 것 같다.





다리 건너 계곡 옆을 따라가는데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산죽과 나무들이 우거져 있고 좁다란 오솔길이다.
새재 갈림길 이정목이 어디로 갈 것이냐고 묻길래 지도 확인하니 새재 가는 길은 능선만 넘어가면 마을길이라 순탄하겠지만 돌아가는 것 같고 계곡따라 가는 길은 산길이지만 지름길 같다.



어느 정도 내려가다 보니 둥근 소가 여름도 지나갔으니 퐁당하고 가란다.
얼른 뛰어 들었다 나오니 개운하고 피로가 풀린다.



서서히 좌측 능선으로 붙어 오르다 뒤돌아 내려온 계곡을 살피니 안개는 정상부근에 머물러 폭포 모습도 보이고 간간이 천왕봉과 중봉 써리봉도 보인다.



유평리 넘어가는 고갯마루에서 왕등재가 어디일까 살펴보니 안개구름이 걸쳐 있고 좌우만 살짝 보인다.
이제부턴 한판골 계곡 따라 가는데 수해 입었는지 어수선하다.

계곡수로 라면 끓여 먹고 털래털래 걷다보니 서서히 하늘이 열리고 텃밭끝으로 한두채 농가가 보인다.





마을길은 이내 윗새재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나 대원사 계곡을 따라 가는데 감자 바위들이 여기저기에 놓여 있고 맑은 물소리만 들리는 그야말로 심산유곡이다.





음식점 몇이 모여 있는 유평리 지나 15분 내려가니 대원사 옆을 지난다.
근사한 대원교 건너 구불구불 돌아 매표소를 빠져 나오니 바로 주차장엔 3시30분발 진주행 버스가 기다리고....



수많은 산줄기와 웅장한 계곡을 거느린 지리산
바람, 비, 눈, 안개, 구름과 함께 세월의 옷을 바꿔 입는 지리산
두 번 인사드림으로서 어찌 알 수 있으리오

우리 눈에 제멋대로 보일지라도 가만히 살펴보면 그 속에 엄청난 지혜가 녹아 있고
저마다 만든이의 뜻이 배어 있으니 피조물을 대함은 곧 만든이를 대하는 것 같고....
모두가 신비롭기만 하다.


jirifull.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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