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秋

주금산→오남저수지 2006901

서로조아 2013. 4. 12. 15:50




무작정 비금리 깊은 곳으로

2006.09.01(금, 맑음)

도농역(08:20)→비금리(09:20)→임도→능선송전탑(10:40)→헬기장(11:00)→주금산정상(11:20)→전망대(11:30~40)→삼거리(12:20)→제1봉(12:40)→제2봉(13:30)→제3봉(13:55)→제4봉(14:00~10)→헬기장(15:00~10)→타임켑슐(15:20)→저수지(16:50~17:00)→오남리정류장(17:20)





백로를 1주 앞두고 선선한 느낌이 드니 가을이 오고 있음이 분명하다.
세월은 빠르게 지나치건만 본의 아니게도 쓸데없는 일에 매일 때도 있는 것 같다.

최근 3년 사이에 부동산 관련 법들이 즉흥적으로 제개정되면서 우리 동네도 재건축 바람이 불고....
90년부터 최근까지 단독주택들이 다가구 빌라 등으로 신축되었는데 15년 경과된 것들이 30% 이상이면 재건축할 수 있다니...

아껴 쓸 줄 모르고 고쳐 쓸 줄 모르는 요즘 세상인데 시급하지도 않고 타당성도 없는 일로 자원낭비와 자연파괴를 일삼고 있으니.. .
벌써 주거환경 탓할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는 것인지....

시행사는 사업성이 있다며 달콤한 말로 따라 오라 하니 이끌려 가는 자와 그렇지 않는자 간에 새로운 갈등이 생기고.....
건설경기 활성화인지 보기 싫다고 부수고 전 국토가 파 헤져지니 이러다가 모두가 함께 망하자는 것인지.....

아파트만 지어 대면 우리의 아들 딸들에게 장래성 있는 일자리가 생기고 백성들이 오래도록 먹고 살 수 있는지....
수입원이 끊기고 자식들도 출가하는데 대형 평수가 무슨 소용이 있나.

오늘 아침 새벽녘 하늘을 보니 별들이 총총하다.
며칠 전부터 구름이 많았는데 바람도 선선해 졌고 본격적인 가을 느낌이다.

바쁠 것도 없으니 오늘은 도서관 가는 일을 접고 산에나 가야겠다.
서둘러 과일 챙겨 도농역에 내리니 수동골 비금리행 직행버스(330-1)가 다가 온다.

호평동 지나 수동골로 들어서니 그제서야 산골 기분이 든다.
구불구불 산허리를 돌고 다리도 건너 또 다시 오르는데 축령산 자연휴양림 안내판이 우측으로 보인다.

무작정 버스 종점까지 가볼까 하는데 몽골 문화원이란다. 언뜻 산행기에서 들어본 이름이라 그곳에서 내린다.
비금리 종점은 한 정거장 더 간단다.



한산한 계곡 언저리에 자리잡은 문화원은 외모부터가 특이한데 우리 민요 아리랑이 구성지게 울려 퍼진다.
겉만 대충 살펴보고 들머리를 찾아 간다.

계곡물에 세수하고 물 따라 오르니 여기 저기 물놀이 하기 좋은 것 같다.

임도로 붙어 30여분 오르다 좌측으로 산허리를 돌아가니 주능선이다.
그제서야 시야가 열리면서 철마산과 그 뒤로 천마산이 보이고 이쪽 산이 주금산인 모양이다.



송전탑에서 내려다 보니 바로 아래가 내촌이고 광릉내 퇴계원 불암산과 수락산 그 넘어로 도봉산과 북한산도 보인다.



우람한 적송 그늘에서 올라 왔던 계곡과 주변 정경을 살피고 또다시 숲속 길로....





갑자기 전면에 하늘이 보이더니만 헬기장이다.
바로 전면에는 님들의 산행기를 통해 익숙해진 암봉도 우뚝 솟아 있다.







저곳이 정상인가 해서 올라가 보니 북쪽으로 또다시 몇 개의 봉우리가 이어진다.







봉우리마다 올라가 보는데 정상석은 아니 보인다. 하지만 전망이 매우 좋다.
북으로 운악산과 청계산 그 넘어로 화학산이 보일 듯 하고 바로 아래가 가평들 같다.


송우리도 보이는데 산초스 산님께서 이쪽을 바라보고 계시는 것 같다.
목소리라도 들어볼까 했지만 수고하시는 분 마음만 술렁이게 하는 것 같아 조용히 정상을 찾아간다.

북쪽 끝 봉우리에 오르니 커다란 자연석이 鑄錦山(814m)이라며 반겨 주신다.
이곳에서 배어스타운 쪽으로 하산하는 길도 있는데 오늘은 이곳까지만 인사드리고 철마산 신령님 뵈러 가겠다니 잘 가고 또 오라 하신다.



운악산쪽 정경이 궁굼했지만 이곳에선 주변 조망이 어렵다.

소나무 전망대에서 포도와 사과로 중간 급유하고 주능선 길 따라 철마산 신령님께로 달려가는데
가끔씩 만나는 갈대숲은 길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우거져 팔등에 풀독이 올랐는지 울긋불긋 반점이 생기고....





시야가 열리는 곳에선 현 위치를 파악하는데 광릉네가 가깝다.





팔야리로 내려가는 길을 지나면서부턴 철마산 정상이 가까워진 것 같다.





정상엔 그늘이 없을 것 같아 전망이 트이는 곳에서 축령산을 바라보며 활동 에너지을...





정상인줄 알았는데 헬기장이다. 저 앞에도 봉우리가 또 있다.
달려가 보니 태극기가 휘날리고 철마부대에서 만든 타임 켑슐 안내판이 보인다.





천마산에 이르는 능선이 보다 뚜렷해 졌는데 중간쯤에서 오남리 쪽으로 뻗어 내린 또 하나의 지능선이 보인다.



이제부턴 하산 길을 살피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드디어 삼거리다. 예상대로 우측 지능선 방향으로 확실한 길이 보인다.

여름도 지나고 있으니 계곡물에 퐁당하고 싶어진다.
계곡쪽으로 빠지는 제법 뚜렷한 길이 있길래 따라가 보니 샘터다. 시원한 물 실컷 마시고 한 병 채운후 계속 내려갈까 살피니 희미하다.

다시 능선으로 붙어 부드러운 길을 달려가니 복두산 팻말이 걸려 있고 주민 왕래가 빈번한 것 같다.
다 왔다는 생각에 계곡물이 더욱 그리워 진다. 계곡방향의 흐릿한 길은 어느 정도 이어지다 없어지고...

개짖는 소리가 들려오는데 계곡 물소리는 들리지 않고 차량소리가 간간이 들릴 뿐이다.

나무 사이로 희긋희긋 보이는 곳이 비닐하우스로 착각하고 접근해 가니 드넓은 저수지다.
저수지를 따라 가다 잔디에 앉아 신발 벗고 잔잔한 호수와 그 뒤로 천마산을 바라 보며 남은 과일을 몽땅....





오남리 마을에 이르니 서울행 버스가 수시로 이어지는데 도농역 경유 강변역도 있고... 30여분 나오니 도농역이다.





도농역앞 우리 집터는 제법 큰 건물이 들어섰고 우리 집과 역 사이엔 넓은 냇물이 흘렀는데 오늘 보니 매립했는지 전혀 딴판이다.

역에서 내린 소들은 한 두마리씩 농부의 손에 맡겨져 의정부 등지로 이동해 가는데 재주 좋은 사람은 여러 마리를 한꺼번에 이어서 가기도 했고,
상당히 먼 길을 걸어서 왕복해야 함에도 농민들은 서로 하려고 했던 것 같다.

우리 집은 국도 옆이라 차량이 지나칠 때마다 뽀얀 흙먼지가 한동안 계속되었고 밤에 자다보면 방안이 차량 불빛으로 밝아지기도 했고..

겨울 땔감을 할 때면 아빠와 형들은 인력거 끌고 마석까지 넘어가 가득 싣고 땀을 뻘뻘 흘리며 어둑 컴컴한 시간에 도착되고 ...

서울 가신 어머님 마중 나가 신작로에 불빛이 비췰 때마다 혹시나 이차에...
어머님은 머리에 이고 손에 들고... 말린 오징어 한 마리씩 주시는데 어찌나 맛있는지 지금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다.

왕숙천은 제일 좋은 물 놀이터였고 다리 밑엔 서울 분들이 많았는데 어쩌다 얻어 먹는 즐거움도 있었고....

형들은 철다리 침목 밟으며 넘다가 기차가 달려오면 다리 밑으로 숨기도 하고 ....
시꺼멓게 생긴 괴물이 흰연기 뿜으면 주변은 보이지도 않았고 굉음을 질러 대며 칙칙 폭포 접근해 오는 소리는 정말 무서웠는데 칼만든다고 레일에 대못 올려 놓고 ...

형들이 송아지 데리고 멱 감으로 갈 때는 나를 소 등에 태우는 바람에 무척 싫었지만 내려 주지 않으니 조마조마하며 왕숙천까지....
나도 멱 감고 소도 멱 감기면서 엉덩이에 말라붙은 똥도 제거하고..

왕숙천엔 예쁜 자갈도 많았었지. 흐르는 물에 어항 놓으면 피라미가 가득 했고.
기다리는 시간에 형은 손으로도 잡는다며 수풀 속을 움키고...

앞산 오르는 밭에는 버려진 우물이 콘크리트 판으로 덮혀 있는데 모르고 그 위를 지나기도 했고 뚜껑 틈새로 돌맹이 떨어뜨리면 둠벙 소리가 정말 깊고 무서웠다. 바로 인근엔 전쟁당시 만들었다는 길다란 땅굴도 있었는데 지금도 있는지..

동네 앞산은 작지만 토끼와 꿩도 있었고 그땐 무척이나 큰 산이었다.
정상에 서면 한강도 보이고 광나루까지는 까마득한 들판인데 형들은 그곳까지 갔다 오기도 하고...
팔당 쪽에서 검은 연기 치솟는 모습 보면 도농역 지나 인창리로 사라질 때까지 지켜 보던 곳이 바로 저 앞산인데....

왕숙천 도로 옆 저수지에는 이무기의 머리가 있다 했고 꼬리는 한강부근 또 다른 저수지에 두고 땅속으로 연결되어 있다 하길래 저수지 주변은 항상 무서웠다. 머리가 있었던 저수지는 가스공사 밸브기지가 되었고....

유년시절의 추억이 어린 곳이지만 아무리 살펴보아도 옛 모습은 전혀 찾을 수 없다.
그래서 오랫동안 역부러 외면했는지도 모른다.
아련한 추억속의 고향은 여전히 살아 있건만 옛 집터를 바라보는 나는 다른 세상에 와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