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秋

삼악산 강촌역→등선봉→등선폭포20061028

서로조아 2013. 4. 12. 15:56


 


오랫동안 마음속에만 머물던 삼악산을 찾아서

2006.10.28(토, 맑음)

강촌역(09:30~40)→들머리(09:50)→능선초입(10:20)→1로프(10:30~40)→소나무전망대(10:50)→제1봉(11:20~30)→제2봉(11:40)→2로프→제3봉(12:15~25)→등선봉(12:35)→안부(13:20)→흥국사(13:40)→선녀폭포(14:30)→등선폭포(14:40~50)→매표소→쉼터(14:55~15:55)→북한강변(16:00~30)→강촌역(16:40)






사는 것이 무엇인지
진인사 대천명이라지만 나도 몰래 쌓여가는 마음속의 응어리는 그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으니...


우리들의 삶은 솔직히 고도리 화투놀음 같지 않을까?
주변 사람에 따라서 달라지고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서도 나의 길이 바뀔수 있으니 아무리 열심히 예측하여 대처한다 해도 우리의 한계를 벗어나 있는 변수는 무수히도 많은 것 같다.

땀 흘린 만큼 결실이 주어진다는 농삿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세상사 모든 일의 결과를 좌우하는 것은 내 자신이 아니고 제3자에게 있는 것 같다.
물론 나의 노력은 기본이 되겠지만...

오늘도 집사람은 그 어디론가 떠나고픈 생각인지 느닷없이 내장산을 들먹인다.
아니 긴 가뭄으로 쪼그라들었을 테고 아무리 많다 해도 몇 그루 보면 시쿤둥 해 질 텐데...
오가는 시간 버려가며 굳이 그럴 필요 있겠느냐 오후 늦게 비도 온다는데

가까운 도봉산이나 수락산을 가지.
아니면 기차 타고 춘천호반이 내려다보인다는 삼악산을 가던지...

최근에 갔다온 사람이 좋다고 하니 한번 마음 먹으면 가야 한다며 무턱대고 떠나려는 집사람에게 이러쿵 저러쿵 싫은 소리를 해대니 애들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각자 따로 자고 평소와 같이 일어나 보니 예약한 곳으로 떠나려는지 일찍부터 서둘러 댄다.

새벽 하늘을 보니 별이 보인다.
오늘 예상과 달리 날씨가 좋은 것 같으니 삼악산이나 가자 하니 어제 저녁 기차표가 매진되었다 한다.
강변역에 가면 직행버스도 자주 있을 테니 언제고 떠나면 되지

그제서야 한번 결정하면 기필코 계획대로 해야 한다는 특공대 기질이 조금씩 변해가는 듯 하더니만 일단 기차를 알아보란다.
다행이도 자리가 있어 즉시 예약하고 과일과 온수만 챙겨 서둘러 청량리역으로 달려갔지만
출발시간 10분전 매표해야 되는데 2분 늦어 그만 입석으로...

헌데 뒤 돌아 서자마자 강촌역 하며 아줌마가 기차표를 팔려는 듯이...
단체로 매표했다가 두 사람이 빠지는 바람에 팔아야 한단다. 곧장 표를 물리고 그 분들과 함께 좌석에 앉아 편하게....

창밖을 스치는 상큼한 가을정경 감상하다보니 청평과 가평을 지나간다.
긴 터널을 빠져 나가니 갑자기 주변 일대가 안개로 자욱하다.
북한강 수면에서는 물안개가 모락모락 피워 오르고 기차는 강변 따라 변함없이 내달려 1시간 30여 분만에 강촌역이다.









물 대신 캔맥주 2개 사서 강촌교 넘어 들머리를 찾아간다.





초입부터 가파른 산길에서 30여분동안 시동을 걸다보니 능선초입이다.
저 앞으로 높이 솟은 봉이 정상(나중에 알고 보니 등선봉) 같으니 별로 어려울 것 없어 보인다.





무릅이 시큰거린다 길래 보호대를 해 주고 뒤따라가는데 제법 잘 오른다.
초반부터 속도 내다가 지치면 어쩌나 해서 좌우도 구경하고 힘들면 서서 잠깐씩 쉬어 가라며 연신 주문하지만 다행이도...

위험구간 안내판이 보이더니만 커다란 바위가 가로 막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발자국 따라 바위로 올라가 보니 5m정도 직벽에 로프가 보인다.
이런 곳을 저 사람이 내려갈 수 있을까 걱정되지만 내가 먼저 이렇게 내려가면 된다며 중간까지 내려간 다음 내려오라 하니
어줍은 자세로 그런대로 중간 지점까지 내려오는데 성공한다.


발 디딜 곳을 알려주는데 갑자기 균형을 잃고 그내 타듯이 옆으로 미끄러져 간다.
순간 어디 부딪히지나 않나 했는데 안아서 내려놓고 보니 괜찮단다. 다행이도 돌출부위가 없었으니 그렇지...

1단계 위험구간 통과하고 나니 유순한 능선길이 이어지고 그런데로 잘도 오른다.
수직절벽 아래로 북한강이 내려다 보이고 간간이 만나는 낙낙 장송은 참으로 아름답다.







저 멀리 서쪽방향으로 화악산도 안개 속에 희미하게 보이는 듯 하고 발아래 울긋불긋 노랗게 물들어 가는 중에 잣나무 숲만큼은 여전히 짙은 녹색이고...





칼날같은 능선길은 암릉으로 바뀌더니만 전면에 커다란 바위 절벽이 길게 뻗어 내렸는데 어떻게 가야 할지.....





주변의 바위들은 비스듬히 경사각을 이루며 겹겹이 시루떡 같은데 표면은 각지고 차돌같이 매끄럽다.
우회길도 보이지 않으니 갈 수 있는데까지 가 보자는 생각으로 조심조심 이리저리 올라간다.

평편한 곳에서 내려다 보니 두려움을 잊어버릴 정도로 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수직절벽 아래로 골골이 산줄기들은 알록달록 총천연색으로 겨울준비를 하는 것 같고
지금까지 올라온 능선과 강촌역 뒤로 우뚝 솟은 봉도 보인다.









과일과 커피향으로 중간 급유하고 가까워진 정상을 향하여 오르락 내리락....

















안부로 뚝 떨어졌다가 다시 오르니 또 다시 칼날 암릉길인데 우회하라는 뜻인지 위험표지판 아래로 로프가 보인다.
10m 정도로 긴 편이고 바위 전체가 매끄러운 판상으로 수직에 가깝다.

바위면과 수직이 되게끔 로프 풀어가는 속도와 발걸음을 맞추어야 한다며 앞서 시범을 보인다.
이번에는 요령이 붙었는지 중간지점까지 제법 잘 내려오고 끝까지 성공한다.

상수리 낙엽 수북한 길을 돌아가는데 어찌나 미끄러운지 게다가 낙엽 속에는 매끄러운 돌들도 숨어 있으니 자칫 발목이 겹질리기 쉬울 것 같다.

또 다시 암릉으로 올라보니 위험한 만큼 무척 아름답다.



시원한 캔 맥주로 갈증 해소하고 다소 완만해진 길로 가는데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놀란다.

제법 크고 팔팔한 놈이다. 생태계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니 쳐다보지 말고 조용히...
이곳의 터줏대감인 저 녀석이 외지인에게 신속히 길을 열어 주는 것만도 고마운데....
저런 동물이 없다면 생태계의 균형이 깨진다는 둥 짐짓 느긋한 척 한다.

드디어 검은 색의 정상석이다. 헌데 등선봉이라고... 아니 정상은 어디야?



능선길은 곧바로 뚝 떨어졌다가 북동쪽으로 오르는데 그쪽 봉우리까지는 한시간 가량 더 소요될 것 같다.





등선폭포로 이어질 것 같은 갈림길 지나 오래된 성벽따라 가니 저 아래 계곡 언저리에 흥국사가 보이고 연신 염불소리도 들려온다.





이번엔 집사람이 갈증을 호소해 캔 맥주로... 마시는 순간은 좋아하더니만 급경사지를 기어 내려간다.



흥국사로 향하는 길은 돌 하나 없는 흙길이고 낙엽이 쌓여 있지 않아 편한데 가끔씩 만나는 빨간 단풍이 이제까지 잘 왔으니 기념사진 찍고 쉬어 가란다.









흥국사를 먼발치에서 올려다보고 어서빨리 얌얌할 생각으로 물길 따라 터벅터벅.....







시원한 계곡수에 발 담그니 피로가 풀려선지 아니면 소녀시절로 되돌아 갔는지....
나의 지시사항에 잘도 따라 준다. 마치 연기자인양....







계곡은 갑자기 협곡으로 좁아지더니만 둥굴게 파인 아름다운 소가 연이어 보이는데 참으로 신비롭기만 하다.
계곡이 긴 편도 아니고 수량도 많지 않을 듯한데... 어쩌다가 저렇게 파였을까?













드디어 등선폭포 앞인가 보다.
주왕산같이 매우 커다란 바위가 막아섰고 그 틈새로 가느다란 물줄기가 떨어지는데 수량이 풍부하다면 대단할 것 같다.











협곡은 잠시동안 이어지다가 완전히 막히고 조그만 성문을 통과하는데 문직이도 있다.
입장료 1600원 이라니 지자체마다 국가소유의 자원을 관리한답시고 국민을 상대로 장사하는 것 같으니. ..

바로 인근에 분위기 좋은 곳이 보인다.
감자전(6000)에 곡주(3000) 그리고 빙어튀김(8000)까지 들면서 오늘 하루 당신 수고 많았오
그동안 산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길래 조금은 실망했는데....

오늘 보니 처녀 시절 내가 반했던 잠재력이 여전하구만
몸매는 변했지만 역시 내 사랑이야...

도로 밑 터널로 내려 콘크리트 강변길 따라 어깨동무하며 콧노래 부르다 보니 강촌역(16:35)이다.











기차에 앉자마자 다리 뻗고 취침시작...
모처럼의 긴 산행인지라 팔 다리가 아플 것인데 내일이면 좋아하는 사우나 실컷 하라고 하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