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秋

한라산의 또다른 비경을 찾아서 2009.1121

서로조아 2013. 4. 12. 16:35



한라산의 겨울 모습을 찾아 어리목으로

2009.11.21(토, 구름)

어리목(09:45)→공원관리소(09:55~10:00)→사재비동산(11:00)→만세동산(11:30~40)→윗세오름대피소(12:00~40)→노루샘(12:50)→병풍바위(13:20)→영실휴계소(14:20~30)→영실정류장(15:00~15)



 

한라산엔 하얀 눈이지만 해안마을은 포근함으로 계절을 잊은 듯 여전히 싱그럽다.

연일 짙은 구름에 가려진 한라산은 오늘도 구름속에 숨겨져 있는데 가끔 빗방울이 떨어진다.

한라산은 눈일 테니 영실만 기역하고 무작정 집을 나서 제주일보앞에서 영실행 시외버스로 갈아탄다.



노형 로타리에서도 손님 테우고 구불구불 30여분 올라가니 어리목인데 많은 산님들이 내린다.
영실까지 매표했는데 어리목에서 올라 영실로 하산하는 것이 좋다니 무조건 따라 내린다.

도로따라 10여분 올라가니 어리목공원관리소인데 차량들로 만원이다.
가다보니 어승생악 가는 길이라니 뒤돌아 윗세오름 들머리를 찾아간다.

 

 



흰 눈이 소복히 쌓인 숲속은 벌써 겨울잠에 들었는지 적막하기만 한데 까마귀만큼은 자지 않고 친구하자며 계속 따라 온다.



 

 

 

 

 

 

 

 

 

 



1시간정도 설경에 취하다보니 하늘이 열리는데 한쪽 계곡에만 숲이 보이고 민둥산인지 마치 목장을 지나는 기분이다.

 

 



흰눈 속에 파뭍힌 구상나무와 설화들 담아내며 어린아이처럼 즐거워 하니 한라산 신령님 시원한 물도 주신다.

 

 

 



한바가지 마시고 설화들과 함께 꿈속 거닐다 보니 만세동산 전망대다.



안개 속에 뭍힌 비경들 그림으로 감상해 보고....
두 번째 샘터에서 또 한바가지 마시고 나니 윗세오름 휴게소 건물이 어렴풋이 보인다.


 

 

 



대피소 안팎은 산님들로 떠들썩한데 많은 분들이 컵라면으로.....



따끈한 컵라면(1,300원) 감사하게 받아들고 밖으로 나오니 파란하늘 아래서 한라산 신령님 선명한 모습으로 내려다 보신다.







이게 웬일이야 하며 순간의 비경들 담아내다 보니 벽록담 화구벽은 두리뭉실하지만 돌아가며 수직 암벽이 대단하다.

 

 



10여분동안 열어 주시고 또 다시 짙은 안개속으로 숨어 버린다.

오를 때부터 이제까지 짙은 안개속인지라 못 볼 줄 알았는데....

컵라면 들다 보니 또 다시 파란 하늘 열리며 주봉 위로 한줄기 은빛구름이 눈부시다.


 

 

 

 



▼같은 시각 백록담은? 산하가족 김준태님 만나뵌 정경

 

 



저 아래는 여전히 안개속인데 이곳만 파란 하늘이니 별천지로 올라온 기분이다.

 

 

 

 

 



신비로운 정경들 세세히 살펴볼수록 그야말로 신선의 경지로다.
이런 곳에서 살 수만 있으면 좋으련만...

하지만 배 고푸고, 춥고 비바람 피할 수 없다면 좋은 것도 잠시잠깐이겠지


 

 



심신이 노예처럼 구속당한다 해서 언제나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심신의 구속 없이는 굶주림과 추위 비바람을 피할 수 없을 테니...

심신의 구속으로부터 하늘 여행이 가능한 비행기도, 사람을 대신하는 컴퓨터도 만들어 지고 우리들의 삶이 유지되는 것 아닐까

심신의 구속으로 얻는 수확은 돈으로 거래되면서 황금의 위력 또한 더욱 높아만 가니
남보다 많은 황금을 차지하기 위한 소리없는 전쟁으로 심신은 쉴 날이 없는 것 같고....

심신이 구속당하면 긴장되어 보약이 되기도 하지만 지나치면 독약이 되는 것 같고
긴장이 없다면 좋을 것 같지만 생명력이 약화되면서 즐거움도 느낄 수 없으리라.

도시화될수록 편리함도 많지만 보고 듣는 것이 많아 시기 질투 욕심으로 심신이 구속당하기 쉬운 것 같은데
산간벽지나 섬으로 은둔하면 좋을까

바다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어부들 밤새 집어등 켜 놓고 추위속에 비바람과 싸워야 한다.

그렇게 수고한다할지라도 날씨와 수온이 크게 바뀌면 빈 배로 돌아올 때도 있다.

농촌 역시도 병충해와 끊임없이 싸워 농작물 지켜내야 하는데 그렇게 할지라도 가뭄과 폭우로 수확이 없을 수도 있다.
이같은 싸움을 피해 세상을 향한 마음을 비우고 바람따라 구름따라 흘러가는 대로 살면 심신이 진정으로 즐거워할까?

윗세오름 천상에서 이런 저런 생각으로 머물다보니
한라산 신령님 자연도 정해진 규율에 순종하며 봄, 여름, 가을, 겨울 때를 따라 끊임없이 외부 환경변화에 적응해 가면서 그 때마다 필요한 것들로 열심히 생명력을 키워 가고 있지 않느냐

자연을 본받아 열심히 살되 황금에 노예 되지 말고 중용을 지키며 하늘에 속한 것으로 심령이 낙을 누리게 하라 이것이 인생의 본분이니라

만히 생각해 보니 내 삶도 숲속의 생태계와 같으니 외부와의 충돌을 피하지 말고 분수에 맞게 대처하며 가끔 산에 올라 신령님 주시는 선물로 심신을 위로할 수만 있어도 낙이 되리라.

순백의 오솔길은 구름위로 끝없이 이어지는데 한라산 신령님 되돌아 볼 때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잘 가고 또 오라 하신다.


 

 

 

 

 

 

 

 

 

 

 



▼산하가족 이향진님 20090601 만나뵌 선작지왓의 철쭉

 

 

 



하늘 길은 숲속으로 안내하는데 가지마다 설화가 대단하다.

이런 모습도 늘상 바라보면 아름답다고 할지....


 

 

 

 

 

 

 

 

 



보석이나 옷도 처음 가질 때만 좋고, 벼슬이나 재물도 그러하니...
사람의 마음은 끝없는 욕망으로 변덕을 부리는지...
협곡 건너편이 병풍바위와 오백장군바위 같은데 안개속에 숨겨져 있고 계곡에 내려서면서 보니 하늘위로 폭포들도 살짝 보인다.


 



▼산하가족 이향진님 2009.06.01 만나뵌 병풍바위



▼오백나한

 



 

 

 

 

 

 



늘씬한 소나무 숲을 빠져 나오니 영실휴게소인데 버스정류장 가는 길은 푸른 소나무와 싱그러운 활엽수로 봄인지 겨울인지....

 

 

 

 

 

 

 



제주 바다는 따뜻한 해류가 올라가고 하늘 높은 곳엔 북쪽의 찬기류가 내려오면서 해발에 따라 두 계절이 공존하는 것 같다.

년중 온화한 날씨로 노후에 지내기 좋은 곳 같다.


 

 

 

 

 

 

 



오늘 한라산에서 만난 어르신도 서울인데 제주에서 산다며 동네안의 호화주택 대부분은 서울사람들이라 했지....

돈만 풍족하면 어딜 가도 살기 좋은 것 같은데 금새 마음은 허공을 날며 외로워하지 않을까.

아이들이 외가댁에 갈 땐 좋아 하지만 금새 집으로 가자는 것처럼...


 

 

 

 

 

 

 



▼산하가족 산모퉁이님 2011.12.12 담아오신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