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秋

북한산 향로봉→문수봉→의상봉 20051008

서로조아 2013. 4. 18. 10:30




삼각산 문수봉엔 여느때처럼 가을이 시작되고



2005.10.08(토, 구름후 맑음)

불광역(09:05)→쪽두리봉(09:55~10:30)→향노봉(11:20~40)→비봉(12:00~10)→사모바위(12:15)→승가봉(12:35)→문수봉(13:00~14:20)→청수동암문(14:30)→나한봉→나월봉(15:00)→부왕동암문(15:15)→증취봉(15:20)→용혈봉(15:40~50)→용출봉(16:05~15)→가사당암문(16:35)→의상봉(16:40)→기암(16:50~55)→백화사→북한산 온천(17:40)

 



1주간의 객지생활에서 집에 오면 이런 저런 일로 9시가 지나야 산으로 떠날 여유가 생긴다.
그러다보니 전철타고(15분) 가까운 청계산을 거의 내집 드나들듯 찾아간다.

겉보기로는 낮은 산이고 빼어난 암봉도 별로 보이지 않지만 나에겐 오랫동안 좋은 심신의 휴식처가 되어 주는 고마운 산이다.

오늘은 날씨도 좋고 모처럼 시간적 여유도 생겼으니 오랜만에 삼각산 의상봉능선을 찾아간다.
여러번 가본 곳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흐릿해 질 눈사진만 있을 뿐.... 내 홈피에 담아놓을 사진이 없다. 잘 됐다. 지난번에 릿지화도 새로 구입했으니 암릉길 다니기에도 좋을 듯하다.

오늘도 쪽두리봉 주변은 넘어 가려는 산님들로 붐빈다.








사면에 있는 둥근형태의 기암을 살펴보니 여러곳에 뚫려있는 구멍과 파인 모습이 참으로 신기하다. 이 또한 굴러 떨어질 것 같으면서도 제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전문 산꾼들 틈에 끼어 매우 위험한 급경사 암반지대를 내려간다. 어제 온 비로 아직도 바위면 한쪽으론 물끼가 흐르고 있어 평소보다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칫 미끄러지면 저 아래까지....
매우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여성 산님들도 가는 곳이라서인지 별다른 생각없이 나도 그 길만을 고집한다.





향로봉 능선 오름길도 역시 금지구역이지만 정상에서의 풍광이 좋아 올 때마다 매우 가파른 암벽지대로 오른다.







향로봉 암릉 끝지점에 오르니 비봉과 사모바위 그 뒤로 우뚝 솟은 문수봉과 보현봉만으로도 환상적인데 의상봉 능선 사이로 예쁜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는 백운대 만경대 노적봉은 그야말로 금강산이 부럽지 않다.







이렇게 좋은 산이 수도 서울에 있는데 나는 1년에 한두번 정도 찾아 올 뿐이다. 규모는 작지만 이만한 산이 또 어디에 있나라고 감탄하면서도.....

사실 어느 산이 좋고 안좋다고 말할 수 없는 것 같다. 저마다의 멋이 다르고 찾는 자의 입장에 따라 정감의 깊이와 폭이 달라지기 때문인가 보다.
삼각산도 무척 아름답지만 정반대 기질의 청계산도 역시 좋으니....



비봉에 올라 진흥왕 순수비를 보고 있는데 50대의 여성 산님이 가장 높이 솟구친 봉에 올랐다 건너편 바위로 훌쩍 뛰어넘어 급경사 암릉길로 잘도 내려 가신다.

나도 뒤따라 올라보지만 중간에 수십리 낭떠러지 허공이 겁이 난다. 게다가 허공으로 기울어진 바위면을 잠깐 내렸다가 건너편 바위로 뛰어 넘어가야 하는데 자칫 내려가다 미끄러지면 곧바로 낭떠러지로 빠질 것 같아 잠시 머뭇거린다.





먼저 가신 아주머니에게 구원을 청해 본다. 이렇게 겁나는 곳을 저도 갈 수 있느냐고 물어보니 괜찬다고 하신다. 용기를 내어 간신히 성공했지만 그 아래에 또 어려운 구간을 통과해야 할 것 같아 아주머니 좀 천천이 저와 함께 가시지요. 이 길로 가도 내려갈 수 있나요. 역시 괜찮다며 젖은 급경사 바위면도 잘도 내려 가신다. 나도 릿지화를 신었지만 물끼 있는 곳은 위험할 것 같아 뒤로 돌아 네발로 내려 간다.

여성 산님들 가는 길이라고 무턱대고 뒤따라 가다보면 위험구간에선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삼각산과 도봉산에서 만나는 산님중에는 보통 산님으로 보일지라도 특수 부대원 못지 않으신 분들이 간혹 계시는 것 같다.











문수봉도 여느 때처럼 급경사 암벽길로 올라 가는데 길이 없을 듯한 매우 위험한 직벽을 단독으로 기어 오르는 산님이 유독 눈에 띄인다. 어쩔려고 저러나 하며 지켜 보는데 나도 몰래 조마조마한 생각이 든다.





문수봉 밑의 완만한 사면은 온통 바위지대인데 키작은 소나무가 여기저기 아름답게 살아가고 있다.

저 아래 암벽 사면에 내가 찾는 그 바위가 보인다.
두꺼비처럼 등에 줄이 나있는데 그 밑으로는 접근 불가능한 절벽지대다.





암반 사면에 받침대 역할하는 바위가 있고 그 위에 기이한 형상의 커다란 바위가 언쳐져 있는데 자칫 밑으로 굴러 떨어지거나 아니면 바위면을 타고 미끄러질 것만 같다.

그 옆으로 또 다른 기암이 보이는데 어떻게 저런 형상으로 올라 앉아 있는지 마치 물에 떠다니다 안착한 것처럼.....
생성과정을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신비로움의 극치다.

이 부근에서 나도 식사할 생각으로 양지바른 바위면을 찾아 이리저리 올라보는데 물 고인 선녀탕과 한 사람정도 발 뻗고 앉을 만한 공간이 보인다. 곧바로 올라가 양말벗고 곡주 두잔을 김치 안주삼아.....

식사후 따뜻한 바위면에 드러 누워 하늘을 바라보니 흰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조금씩 드러나는데 가을 기운이 가득하다.







문수봉 정상에 올라보니 노적봉 만경대 백운대 인수봉 염초봉이 지나가는 구름에 부분적으로 밝게 빛나다가 다시 어두워진다. 저멀리 도봉산의 자운봉까지도 한 눈에 들어오고 발아래 계곡은 어느덧 짙은 갈색으로 물들어 있다.

삼각산과 도봉산 그리고 수락산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모습을 어찌 말로 다 형언할 수 있으랴. 한참을 바라보며 봉우리 전체가 밝아지기를 기다려 보지만 부분적으로 명암이 스치고 지나갈 뿐.....
내 욕심이 지나쳤나 보다. 이런 모습만으로도 좋을 텐데...















옆에서 지켜보던 의상봉 능선이 그만 감탄하고 자신의 품으로 어두워지기 전에 오라신다.
나한봉을 내렸다가 나월봉에 올라서니 백운대 주변의 암봉들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급경사지를 내려 두 번째 암문(부왕동암문)을 지나 증취봉을 오르려는데 꼬깔모양으로 세워진 바위밑이 궁굼해진다. 들어가 보니 5명 정도가 서있을 정도로 넓직하고 비 피하기 좋을 것 같다.







증취봉 용혈봉 용출봉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능선상의 기암도 만나고 좌우로 펼쳐지는 풍광에 도취되다 보니 어느덧 마지막 봉인 의상봉에 와 있다.





























계곡마다 자리잡은 절들이 여기 저기인데 어디로부턴가 무당굿처럼 반복적인 소리가 내려오는 초입부터 줄곳 들려오고 능선 가까이엔 거대한 옥외 불상도 세워졌다. 3년전엔 헬기가 왔다갔다 하더니만.....

요즘 좋은 위치에 자리잡은 사찰이나 교회는 하나같이 고급 건물지어 세력 확장에 열중하는 것 같다. 신도수가 급증해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우리 주변엔 불가항력적으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자들이 많을텐데 종교단체들은 경제적으로 힘 있는 자들을 찾아 복을 빌어주는 일로 바빠선지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는가 보다.

요즘 산을 찾는 분들의 대다수는 실직한지 오랜지라 작은 입장료마저도 부담스럽게 느껴질 판인데 국립공원내의 사찰옆을 지나간다 하여 사찰관람료를 강제로 징수하며 불만의 소리에 짐짓 모른채 하고 있으니 도저히 그들의 양심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절이 있어서 수려한 국립공원이 된 것도 아닐텐데...

황금만능 시대엔 종교단체도 예외일 수 없어 모두가 이런 모습으로 변해가는가 보다.
이곳에서 내려다보이는 사찰들은 특별한 면죄부를 부여받은 것 같은데 원효대사와 의상대사도 오늘의 저들을 칭찬할 것인지....







의상봉을 내려가며 사진으로 봤던 기암이 어디에 있을까 찾아 보는데 좌측 계곡쪽에서 여기 하면서 얼굴을 불쑥 내민다.
이 역시 말로 형언키 어려울 정도로 기이한 형상으로 내리막 급경사 바위 사면에 앉아 있다.
생김새도 보통이 아니고 보는 위치에 따라 독특한 모습으로 반겨준다.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이 시작되었다.
지금부턴 성장활동을 억제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끝내는 낙엽을 떨구고 조그만 생명활동만 유지하다가 내년 봄이 되면 또 다시 왕성한 생명활동을 재개하는 자연,

인생의 가을로 접어든 우리들도 새로운 일을 벌리기 보다는 벌여논 것들을 알차게 마무리하면서 정리해야 할 것 같다.

모든 것이 정해진 때가 있으니 그에 순종하면서 살아야 하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