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冬

한라산 남벽에 올라 새해 인사를 2010110

서로조아 2013. 4. 12. 21:28




한라산 신령님께 경인년 새해 인사를


2010.01.10(일, 구름)

영실(11:00)→들머리(11:30)→윗세오름대피소(13:20~14:00)→남벽(14:10)→방아오름샘(14:50)→날머리(16:30)→돈네코약수터(17:20~30)→돈네코정류장(17:30)→제주시청(18:10)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시작되었건만 마음은 덤덤하기만 하다.
언제부턴가 세월 가는 것이 전혀 반갑지 않고 오히려 걱정이 앞서니 어찌된 일일까?

아들녀석 취업전선으로 내 몰아야 할텐데 방향을 잡지 못한 채 휴학 운운하며 눈치를 살피고
딸 녀석은 직무교육중에 있으니 부대 이동이 있을 것 같고, 반쪽도 직장 이동이 예정되어 있고
평온할 것 같은 나에게도 23년간 정든 둥지를 떠나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가야 하는 숙제가 주어졌으니....

금년 한해는 유독 많은 변화를 온가족이 동시에 감내해야 할 것 같으니 솔직히 두려움이 앞선다.
하지만 어찌하겠는가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을텐데...
모든 것을 하늘에 맡기고 순리에 따라 최선을 다하는 것 밖에 없을 것이다.

제 때에 씨앗 뿌리고 정성으로 보살피는 것은 내가 할 일이지만 때를 따라 적당한 비와 햇볕을 내려주는 것은 하늘 몫이 아닌가
하루 가고 한 달이 가다보면 난코스 만나 곤경에 처할 때도 있을 것이고,
갑작스런 폭우중에 같힐 때도 있겠지만 뻥 뚤린 구름사이로 파란 하늘 바라보며 야생화가 반겨주는 부드러운 능선길 거닐 때도 있지 않은가

내가 아무리 계획과 전략을 잘 세워 노력한다 해도 결과물은 하늘이 결정하는 것이니 오로지 하늘의 도움을 기도할 뿐이다.

먹이감 확보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허황된 욕심을 부추기는 거짓과 술수가 난무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황당한 일 당하지 않고 제 위치를 지킬 수 있는 것만도 다행일 것 같다.

동물사회에서도 먹이감 쟁탈을 위한 속임수가 등장하는 것처럼 우리들의 삶도 동일한 것 같고
법이 있다 해서 이같은 위험으로부터 보호해 주지도 않는 것 같고
다양한 싸움이 벌어질수록 법을 만드는 자와 운영과정의 시비를 가려주는 자간에는 개미와 진득이처럼 은근히 좋아라 하는 것 같고....

변호사 역시 보다 큰 먹이감에 현혹되기 쉬운 세상이니 별 것 아닌 것으로 시비를 벌이다 엉뚱한 결론에 이르도록 유도할 때도 있는 것 같고
결국 유전무죄요 무전유죄가 되기 쉽고,
무식하고 게으르면 영문도 모른 채 땀 흘려 모은 재산까지도 빼앗길 수 있으니 재미없는 세상인 것 같다.

어제는 세화에서 성산 일출봉까지 해변따라 온종일 걸었는데 하늘을 보니 구름이 가득하다.
모슬포 쪽으로 갈까 아니지 오늘은 산으로 가야지
성판악이나 어리목으로 올라볼 생각으로 방황중에 터미널로 향한다.

한시간 간격으로 운행되는 1100도로행 버스가 출발대기중이다.
지난번과 달리 영실에서 올라 어리목으로 내려갈 생각인데 어리목에 이르니 서리꽃이 만발하다.
해안마을엔 눈 구경할 수 없었는데 이곳만은 깊은 겨울이다.

서리꽃 터널을 돌아 이리저리 달리다보니 봄처럼 녹색식물이 보이고 영실 주차장이다.
이른 봄날같은 숲속을 30여분 걸어 올라가니 영실휴게소 위로 암릉이 살짝 보인다.

계곡으로 올라갈수록 만발한 서리꽃의 화사함에 취해 나홀로 아리랑하며 능선에 올라보니 주변이 온통 짙은 안개속이다.



















오늘은 혹시 볼까 했는데 병풍바위니 오백나한바위들 모두가 숨어있고 바위절벽사이로 얼음빙벽만이 살짝 보인다.













윗세오름 대피소에 이르기까지 빨간 깃발이 안내해 줄 정도로 사면이 온통 평평한 눈밭이다.
대피소 부근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니 오늘도 컵라면 인기가 대단한 모양이다. 나 역시도 이곳의 따끈한 컵라면 맛이 최고였으니...

20여분 기다려 받아먹고 밖으로 나오니 따사로운 햇볕이 가득하다.
지난번처럼 상봉의 웅장한 모습이 반겨주시는지라 달려가는데 상봉으로 이어질 것 같은 길이 보인다.















눈을 가득 짐어진 나무숲 사이로 점점 뚜렷해지는 상봉의 모습을 열심히 주어 담다보니 사방이 온통 순백의 세상인데 하늘 높이 웅장한 기세로 솟구친 상봉만은 검은 바위꽃들이 호위하고 있어 다가갈수록 장엄한 신선의 세계로 깊숙이 빨려 드는 것 같다.





































수직암벽이 돌아가며 백록담을 보듬고 있는데 용암이 흘러내리며 형성된 바위꽃들이 왕관처럼 엄청 화려하다.
상봉 바로 아래서 시작된 두루뭉실한 사면과 계곡은 광활한 산상들판을 달려 저 아래 구름층 밑으로 뻗어 내린다.







천상의 들판길 달리며 비경에 취하다보니 성판악쪽과 가까워진 것 같고 백록담의 완만한 부위도 보이는 듯 하다.













방아오름 샘터에서 물마시고 보니 이 길로 계속가면 서귀포시 돈네코란다.







광활한 들판길은 눈밭 사이로 사면따라 계속 이어지는데 마치 천상의 목장같은 정경이다.







처음 가는 길이라 발걸음 재촉하다보니 눈이 사라지고 난대성 식물군속에 같혀 한참동안 외부세계를 전혀 볼 수 없다.





15년만에 재개방되었음을 축하하는 플랭카드가 날머리라 하는데 저아래로 서귀포가 보이고 지난번 들렀던 삼매봉 중계탑도 어렴풋이 보인다.







돈내코 안내소를 빠져나와 대규모 공원묘지를 지나는데 제주만큼은 장묘문화에서도 여유가 있는 듯하다.


포장도로 따라 가다보니 돈네코 샘터가 있고 바로 옆은 예상밖의 협곡에 물까지 흐르는데 아마 정방폭포로 향할 것 같다.
위에서 볼 땐 평평한 구릉지대였는데 어디서부터 시작된 계곡물인지....

한라산에선 흐르는 물을 만나보기 어렵지만 해안에서는 용출되는 곳이 많은데 서귀포 방향은 제주시쪽과 달리 산자락에서 용출되어 마을을 거쳐 바다로 흘러내리는 곳이 많은 것 같다.
정방폭포, 천지연폭포, 천제연폭포가 모두 서귀포에만 있으니...



제주도는 동서남북으로 지질도 다양하고 토양도 다른 것 같다.
제주시는 적갈색이지만 동북쪽 김녕이나 세화쪽은 하얀 모래밭인데 돌모래가 아니고 잘게 부스러진 조개껍데기란다.





바다에서 화산활동으로 생겨난 제주도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전역이 검은색의 용암이 기반암인데 바위속으로 용암이 흘러내리며 만들어진 동굴도 수없이 많으니 만장굴에 이어 최근에 발견되어 개방을 준비중인 용천동굴은 화려한 석순으로 가득하다니....























성산포쪽 바닷가에서도 작은 화산활동이 일어났는지 용암분출과정에서 주변의 점토층이 죽처럼 단층을 이루며 일출봉을 형성했으니....

























인류역사이전의 아득한 모습을 살펴볼수록 참으로 신비롭기만 하다.


▼애월에서 한림가는 길에 만나뵌 한라산 정상


▼모슬포 송악산에서 산방산 가는 길에 만나본 한라산 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