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冬

덕유산 송계사→삿갓재→황점2009101

서로조아 2013. 4. 12. 21:13





오랜만에 덕유 주능선 순백의 하늘길 따라 온종일

2009.01.01(목, 맑음)

군내버스종점(06:30)→송계사통제소(07:00)→능선산죽길(08:50)→횡경재(09:20)→백암봉(11:30)→동업령(12:10)→무룡산(14:00~10)→삿갓재산장(15:00)→황점마을(16:10)


 

 

 

 




신정이라고 근로자들 쉰다니 덕유산 신령님 품안에 안겼다 와야겠다.
거창군민과 하룻밤 보내고 송계사행 첫차(06:30)로 달려간다.

황강따라 어둠 뚫고 달려가는데 송계사 종점까지 나홀로라 미안한 생각이다.
송계사에 내려 주시면서 지금 올라가시면 황점으로 하산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황점 버스시간 알려 주신다.

통제소 지나 진입로 따라 다리부근에 이르니 우측 산자락에 송계사 불빛이 보이고 횡경재는 계곡따라 올라가란다.

중간정도 오르니 계곡 주변 눈밭이 불그스래 지면서 온화한 기운으로 가득해진다.
뒤돌아 보니 구름 위로 기축년 햇님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매일같이 일정한 시간에 떠올라 일할 수 있도록 비쳐 주시고
쉬게 하려고 정해진 시간이 되면 서산 넘어 가시는 햇님
살아 있는 자만이 볼 수 있는 햇님

역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모든 생명체들이 의지했던 햇님을 나 역시도 같은 모습의 햇님을 보고 있으니....

인간으로서 온갖 것을 다 누려본 성현의 말이 생각난다.
해 아래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자기에게 무엇이 유익한 고?
모든 것이 바람을 잡으려는 것이로다.

육체가 아름답게 꽃피는 청춘시절엔 꿈을 따라 마음껏 땀 흘리고 그에 따른 과실로 즐거워 할 수 있는데 즐거움도 잠시잠깐으로 끝나고 또 다른 욕망에 이끌려.....

하지만 이같은 육신의 욕망도 세월 가면 시들어져 볼거리 먹을거리가 더 이상 소용 없어 결국 아무런 낙이 없다할 때가 오나니 육신의 소욕으로 낙을 삼지 말고 심령으로 낙을 누리게 하라,
그것이 인생으로서의 본본이라고...

가만히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 아닐까?
해를 바라보며 보다 좋은 것을 보다 많이 갖게 해 달라고 빌어 왔는데....

계곡 너덜지대는 눈이 소복하여 감각으로 찾아가는데 이름 모를 짐승이 자기 발자국만 따라 오라며 한참동안 안내해 준다.
짐승도 사람 다니는 길을 좋아하는지 그 녀석만 따라가니 산 능선이 가깝다.





산죽 밭에서 20여분 헤지고 나니 지봉이 건너편에 우뚝한데 눈이 무릅까지....
스패츠 찾아보니 빠뜨렸는지.... 은근히 걱정된다.


눈이 날아간 지역을 찾아 이동하는데 가지마다 순백의 상고대가 아침햇살로 반겨주며 걱정말라 한다.








정신없이 눈길 헤치고 가는지라 어디쯤 가고 있는지 궁굼했는데 횡경재라며 송계사에서 올라오는 다른 길도 있단다.






오르락 내리락 하늘길 따라 파란 하늘에 온갖 형태로 수놓은 상고대 주어 담다보니 송계3거리(백암봉)인데 다행이도 이곳부터는 고속도로다.
















저 멀리 남덕유와 무룡산 신령님 삿갓재 산장들러 황점으로 내려갈 수 있으니 천천히 구경하며 오라 하신다.









중봉엔 눈인사만 드리고 동업령으로 내려가는데 북서풍이 만들어 놓은 상고대가 자석에 쇳가루 달라붙듯이 바람결 따라 특이한 모습이다.
크게 성장한 녀석은 세찬 바람에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반짝이며 흩어진다.





양지쪽에 만들어진 동업령 전망대는 산님들 식사하는지....







병곡리 쪽은 버스 시간 뜸한 편이라니 서둘러 무룡산으로 향한다.







완만하게 올라 봉에 이르면 또 다른 봉이 손짓하며 반겨 주고 이리저리 순백의 상고대 싫컷 감상하고 가란다.















움푹 들어간 양지쪽에서 빵과 우유로 중간 급유하고 계단 올라서니 무룡산 정상석이 반겨주는데
최근에 인사드린 보해산, 우두산, 비계산, 오도산, 숙성산 신령님께서도.....
이내 월봉산, 황석산, 거망산, 금원산, 기백산, 괘관산 그 넘어로 지리산 신령님까지도 구름위로 살짝...










 


삿갓봉 뒤로 우람하게 솟구친 남덕유와 서봉이 손에 닿을 듯 한데 아침 해로 만나보면 더욱 좋을 것 같다.

▼2006.02.04 삿갓재 산장에서 하룻밤 묵고 향적봉 가는 길에 무룡산에서 만나뵌 남덕유






























 


계곡아래 황점마을 보면서 상고대에 취하다보니 갑자기 삿갓재 산장이 반갑게 맞아주며 쉬었다 가란다.






어느새 3년만이구나 그동안 아들녀석도 군 제대 했는데
살다보니 주변이 저질로 놓는 일로 발목 잡히는 경우도 있구나

10년 내외 건물 많은 동네인데 재건축하면 큰 부자된다며 무턱대고 철거하고 있으니...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모르고 분수에 넘치는 꿈을 가지면 큰 화가 되는 법이니
순리에 따라 마음만 잘 관리하면 세월이 해결해 줄꺼야 한다.



초행 길이라 막차(18:30)보다 앞선 차(16:30)가 좋겠다 하니 급경사길 조심해서 내려가란다.

조심조심 앞만 살피며 다리 몇 개 건너니 월성재 갈림길 안내판이 황점이 가깝단다.


하늘 높이 솟구친 남덕유 삿갓봉 무룡산 신령님 석양빛으로 잘 가고 또 오라 하시니 여러 번 눈인사 드리는데 전면에 뾰족하게 솟구친 월봉산 신령님 자신에게도 들르라 하신다.







침묵속에 깊이 잠든 산골마을 무엇으로 살아가시는지 궁굼한 생각으로 여기저기 살피다보니 황점마을 버스 종점이다.







덕유산 신령님은 이름 그대로 넉넉함과 푸근함으로 준비없이 찾아온 객에게 이번에도 후한 대접을...

핸드폰 전원 켜서 시간 확인하는데 브리뜨니님 대구 나갈 예정이라며 어디 계시느냐 하신다.
황점에서 버스 기다리다 월성으로 이동 중이라니 이곳으로 오겠다 하신다.

송계사 부근 본가에 가족과 함께 오신 브리뜨니님
사정이 되면 덕유산 산행길 함께 하자 했는데....
잘 됐다 느긋하게 계곡물 구경하며 가는데 10여분만에 달려온다.





브리뜨니님 참 좋겠습니다.
이렇게 계곡물 맑고 아름다운 곳에서 유년시절 보내셨으니...
이곳저곳 물어보니 고향산천이신지라 척척 박사님....

백두대간 삼봉산 자락(웅양) 브리뜨니님
고향집에서 아버님(79세) 어머님과 함께 하룻밤 유하고 싶다니 언제나 환영한다고....

브리뜨니님 고향땅 찾아주어 고맙다며 거창에 유명한 추어탕(구구추어탕)으로...
소문대로 맛도 좋고 풍족한지라 싫컷 들고나니 온종일 얼었던 몸이 사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