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희노애락이 녹아 있는 올래길 2010.01.31(일, 비) 서귀포(10:10)→서복전시관→정방폭포→소정방폭포(11:00~10)→KAL호텔(11:10)→거믄여해안(11:30)→하수처리장(11:50)→감귤농장(12:20~30)→보목포구(12:40~13:30)→효돈포구(13:40~50)→쇠소깍(14:00~30)→위미리(15:00~30)→동백나무숲(16:20)→금호리조트(17:00~30)→남원해안(17:40~50)→남원포구(17:50)→정류장(18:00) 어제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밤새 계속되다 아침에서야 끝혔는데 온 하늘이 안개구름으로 가득하다. 성판악으로 오를수록 유리창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성판악까지 계속된다. 코어텍을 입었지만 하반신이 젖을 것 같고 짙은 안개속이라 서귀포 해안따라 걷는 올래길이 좋을 듯싶다. 서귀포행 버스를 다시 갈아타고 어디로 갈까 궁리해 보니 정방폭포에서 성산포방향이 궁굼하다. 서복전시관 지나 정방과 소정방폭포로 향하는데 봄을 재촉하는 빗방울이 계속된다. 기온이 따뜻한 편이니 설령 옷이 젖더라도 큰 문제되지 않을 것 같다. 올래 쉼터에 들러보니 올래길 지킴이분이 따끈한 커피도 드시고 쉬었다 가라신다. 올래길 안내자료는 물론 PC도 무료 사용가능한데 여행중 필요한 모든 것을 지킴이분께서 친절하게 안내도 해 주신다. 서귀포시의 이같은 지극정성으로 올래길은 서귀포시의 대표 브랜드가 되었으니 한라산 산꾼들 서귀포로 끌어내릴 것이 분명하다. 올래란 마실을 뜻하는 것으로서 한 마을의 식수원을 올래물이라 칭하였으니 오랫동안 함께 해온 의미를 내포하는 접두사로 사용되는 것 같다. 차량운행은 많지만 걷는 사람 만나기 힘든 세상 사람간의 대화가 급속히 줄어들었으니 겉으론 화려하고 편해진 것 같지만 우리들 마음은 외롭고 사막화되어 가는 것은 아닐런지... 흙먼지 날리는 신작로 따라 우마차에 짐 싣고, 머리에 이고, 등에 지고 걸어서 장에 나가 팔고 사는 가운데 오가는 이야기가 무척 많았으니 불편하고 시간이 걸릴지라도 따뜻한 인정미를 느낄 수 있었으리라. 장바구니에 주어 담기만 하면 자동 계산되고 지불하면 그만이니 신속하고 편리한 황금의 위력을 실감할 뿐 인정미는 느낄 수 없다. 발전할수록 걷는 것이 줄어들고 황금의 위력앞에 대화나 감정의 교류가 급속히 사라지니 어찌된 일인가. 온종일 걸을 필요 없고 감정이 교류되지 못한다면 감옥에 같힌 것이나 다름없지 않을까. 한평생 걸어 다니며 살아오신 분들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조상의 얼이 깃든 농토와 마을을 지키며 살아가신다. 경작중에 케낸 돌이 대대로 밭경계에 쌓이다보니 오늘날의 거대한 돌담이 만들어 졌고, 가뭄에 견디기 힘든 밭일지라도 소중히 여기며 용천수가 나오는 해안까지 내려가 물 져 나르고 먹거리 찾아 바다속을 헤매였으니... 도시에서 내려온 화려한 올래꾼들 반가우면서도 그들처럼 여가를 즐겨보지 못했으니 또 다른 심적 갈등을 느끼게 할런지도 모를 일이다. 더욱이나 자식들 도시로 내보내 뒷바라지에 전념했건만 취업 못한 자식 걱정으로 70~80세에도 시름이 끝힐 날 없으니... 올래길 거닐며 마주하는 마을분들께 따뜻한 수고의 인사와 함께 농산물도 팔아주며 이런 저런 살아가는 대화도 나누어 본다면 더욱 좋으리라. 그분들의 애환이 깃든 흔적 살피며 파도소리 들려오는 해안길 이리저리 걷다보면 잊혀져가는 아득한 동심의 추억도 되찾을 수 있고 푸근한 제주도민의 마음도 만나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혹독한 삶의 현장에서 들려오는 올래길의 메시지는 그 어떤 군자의 말보다 치유의 효력이 있으리라. 밤하늘 가득 반짝이는 별들과 밤바다 위에 쏟아지는 달빛과 파도소리 들으며 하룻밤 비박하는 것도 좋으리라. 우리들은 무엇 때문에 살아야 하는지 살았으니까 사는 것인지? 단순히 그것만이라면 싫컷 먹고 즐기는 것이 최상이리라 하지만 인간은 그것만이 아닐 것이기에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남은 삶을 생각해 보는 것도 참 좋으리라. 어떤 마음으로 걷느냐에 따라 들려오는 메세지의 깊이와 넓이가 다양할 것이고 심신의 위로 역시 그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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