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록색 생명기운이 가득한 천상의 비단길-조계산
2016.04.30(토, 맑음)
여수(06:48)→순천(07:30~40)→벌교(08:10~30)→이읍리(09:00)→상이읍마을회관(09:25~30)→천자암(10:15~30)→천자암봉(11:00~10)→송광굴목재(11:20)→연산봉(11:45~50)→장박골삼거리(12:15)→접치정상(12:35)→장군봉(13:00~05)→전망바위(13:10~15)→작은굴목재(13:30)→장안천(13:35~45)→보리밥집(14:00~14:30)→배도사쉼터(14:40)→송광굴목재(15:00)→갈림길(15:50)→폭포(16:10~20)→천자암가는길(16:35)→송광사(16:40~17:50)→정류장(18:00~35)
아침 시간 순천 터미날은 조용한 편이다.
호남지역 교통축에 위치하여 고흥 해남 목포 광주 구례 진주 대구 부산을 오가는 대중교통은 모두가 이곳 순천터미날에 들렀다 간다.
30분만에 벌교 터미날이다.
예전엔 이용객이 많았는지 너무나 한산한 오늘의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다.
이런식으로 지방도시 상주인구가 급감한다면?
기다리는 시간에 인근 벌교시장통을 들러보니 벌교의 명물 꼬막 파는 곳도 있고 이곳에서 생산되는 키위도 망에 담아..
거래단위가 커서 그만 쳐다만 보고...
이읍리 송광주유소에서 내려 올라가다 보니 최근에 완공된 듯한 깔끔한 송광종합체육관도 있고
오늘도 행사가 있는지 자가용 차량들이 많이 보인다. 이곳이 송광면 소재지인데 상주 인구가 너무나 적어 보인다.
옥수수인가 상당히 총총한데...
너울 너울 잎새가 한창 힘을 받으며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나는 것 같다.
이 녀석을 이렇게 지극 정성으로 키우는 농부의 마음은 어떻할까
이렇게 많은 것을 돈으로 환가했을때 얼마나 될까?
심어 가꾸는데도 농약과 비료 주는 일로 힘들지만 수확하여 환가하는데도 상당한 품이 소요될 것인데.....
한쪽 가에 만들어 놓은 모자리 예전 그대로 반갑다.
최근엔 모판 형태로 모를 사서 심는다는데 ....
한쪽에선 때가 되었다고 개구리들의 합창들이 들려오는데 이 녀석들 어찌나 영리한지 발자국 소리에 일제히 입다물고 뉘십니까 하며 바라만 보고...
우리네 어머님들은 놀고 있는 짜투리땅만 봐도 무언가를 심으려고 했지..
경사지에서 허리 굽혀 잡초를 열심히 뽑아내시는데 그냥 지나치기가 죄송스럽다.
몇일전 비 왔기에 촉촉해서 작업하기엔 좋아보이지만 뙈약볕 아래서 저렇게 한참을 땀흘려야 하니....
농작물 수학은 일년에 단 한번밖에 되지 않는데다 돈으로 환가해도 공장 근로자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으니...
그래도 아랑곳 하지 않고 노는 땅만 있으면 이처럼 열심히....
우리들의 부모세대가 그처럼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후세를 위해 희생하셨으니 오늘의 부가 있지 않을까
평생토록 관광여행 한번 다녀올 생각도 못하고 허구헌날 일에만 매달려 그만 황혼으로 깊어만 갔으니...
농로를 콘크리트 포장하면서 남겨진 짜투리 땅인데도 사람의 손길이 닿으니 잘 자라나는 것 같다.
이것이 무엇일까 콩이 아닐까
이름 모를 야생화들도 한껏 그들만의 아름다움을 뽐내기 시작하니....
요즘 고향땅을 지키시는 분들은 대다수가 노인뿐이다.
전동차에 의지해서 논밭으로 나가 무언가를 열심히...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농지 방치할 수도 없다며...
하지만 이들도 조만간에 손을 땔 때가 임박할텐데 그 때가 되면 농사짓기 힘든 농지는 어떻게 될까?
주인 잃고 방치된다면? 지금도 곳곳에 농사 포기한 곳이 있는데.....
계단식 농지가 붕괴되지 않도록 이처럼 농수로 정비공사도...
덤프 트럭이 특이하다. 작아 뵈지만 이 녀석의 쓰임새는 대단한 것 같다.
한때는 상이읍 마을을 지켰건만 이 녀석도 세월앞에선 어쩔 수 없었는지..
벼 심을 때가 임박했는지 갈아놓은 논에 물 대고 농기계로 흙덩이를 곱게 ...
이런 작업도 고령의 아줌마분께서 홀로 하신다.
좀처럼 사람 만나보기가 어려운데 70대를 넘어서는 고령이시니...
도와 드리지도 못하고.... 죄송스럽기만 하다.
청밀이 한창 알곡을 키우는 계절이 되었나 보다.
싱그러운 모습이 바라만 보아도 참 좋으니 왜서일까
보릿대로 만든 여치집, 모자, 불쏘시게, 보리밭 속에 숨기....
보리타작땐 까칠까칠한 티끌이 그렇게도 싫었지만 구수한 보리밥은 최고였지...
시원한 우물물에 말아 고추 된장 찍어 꿀컥....
바쁜 농사철에 툇마루에 앉아 먹는 보리밥은 먹어 본 자만 그 맛을....
냉장고가 없었던 시절 보리밥은 하루만 묵어도 쉬어버리지만
우물 물에 몇번 씻어내고 먹으면 그렇게도 좋았는데....
한때 인기척이 끊이지 않았던 마을일텐데 이젠 하나 둘 떠나가고 아무도 살지 않는 빈 집만이....
주인없이 방치된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산나물(취/고사리 )을 삶았다가 건조시키는 것 같은데 매일같이 이렇게 펼쳐서 말렸다가 거두어 드린후 다음날에 또 다시 펼쳐 말리기를 몇번이나..
영감(99세)님은 방에 계신다는데 나뭇장에 땔감이 일정한 길이로 절단해서 잘 쌓아 둔 모습이 좋은데 할머님 말씀이 얼마 오래 가지 못할 것 같다 하신다.
그래도 지금은 영감님이 함께 계셔서 좋은 것 같은데 떠나시면 어떻게 될까?
할머님도 허리가 엄청 굽으셨는데.... 자식들은 모두 나가 살고.... 고향땅에서 이렇게 노후를 근근이....
벌써 감자가 왕성하게 자라고 있다.
이 녀석들 한창 씨알을 만들어 키워 갈테니 한두달 뒤엔 수학할 수도.....
햇님은 이처럼 우리들의 먹거리를 키워 주니 참으로 신비롭다.
이것도 제때에 씨을 심었으니 이렇게 자라나고 수확도 바라볼 수 있겠지....
귀찮다고 때를 놓친다면 이렇게 자라날 것도 없으니 수확할 것도 없는 것은 당연하겠지....
때를 따라 수고할 줄 알아야 하는가 보다.
키워 주는 것은 했님이요 자연이겠지만.....
한때 애정으로 신축해서 잘 가꾸어 놓았건만 주인님은 또다른 사정이 생기셨는지....
오래도록 집을 비우고 어디로 가셨을까?
이름 모를 노란 야생화가 어찌나 많은지...
햇볕이 비추니 노란 원색이 참으로 아름답다.
아주 높은 곳인데 컨테니너에 의지해서 살아가시는 분이 계시는 것 같다.
그래도 내가 자랐던 고향땅이니 예전의 친구들은 모두 떠나갔을지라도 진돗개를 벗삼아 밤하늘의 별을 보며....
속세를 잊고 살아가는 것도 좋은 것 아닐까
송광사와 선암사를 가르는 능선 한쪽끝인 천자봉 7부 능선 급경사 오름길에 드디어 천자암이다.
쌍향수가 있다는데 어디에 있을까
정말 경외롭다. 크기와 줄기가 그야말로 쌍동이처럼...
그 옛날 고려 때 보조국사(普照國師)와 담당국사(湛堂國師)가 중국에서 돌아올 때 짚고 온 향나무 지팡이를 이곳에 나란히 꽂은 것이 뿌리가 내리고 가지와 잎이 나서 자랐다는데....
수령이 800년이라고.....
같은 방향으로 휘감고 올라가는 모습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닮은 꼴이니...
우리 서로 도우며 함께 살다가 같은 날에 함께 떠나자며 약속이나 했는지...
배 부르고 살이 통통 찐 모습은 무슨 취지의 메세지를 전하는 것일까?
손주까지 이렇게 많으니 참으로 행복해 보이는데...
한문 풀이해 놓은 것 보니
이것 저것 구별하지 말고 세상만사 다 내것이다 라는 마음으로 있을 때 마음껏 즐기면서 살라는 뜻인지?
공사를 엄격히 구분하지 않고 이 세상 모든 것을 자기것인양 마음대로 즐기려 한다면?
도대체 무슨 의도로 이같은 석상을 쌍향수 앞에 놓았는지? 그 진의가 무엇일까?
시원한 의자에 앉아 발아래 짓푸른 숲을 내려다 보고 있노라면...
아무런 구속 없이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때가 되면 먹거리도 해결되고 밤이 되면 따뜻하게 편히 쉴 수 있는 공간도 제공된다면 싸우며 살아갈 이유 있겠나
나도 이같은 암자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암자도 아무나 받아 주지는 않으리라.
스님이라 할지라도 사찰에서 하룻밤 묵어가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닌가 보다.
속세를 돌아다니며 먹거리를 확보하는 스님 한 분을 만난적이 있는데 늦은 밤에 찜질방을 찾아가신다고?
얇은 철판을 기와지붕처럼 엮어 놓은 것이 특이하다.
화재나 부식 문제가 없고 지붕 무게를 낮출 수 있어 좋은 것 같은데...
빗소리가 클 것 같고 금새 달구어지고 금새 식을 테니 그것이 문제일 것 같다.
천자봉에 이르니 시야가 열리는데 유순한 능선이 마치 소백산 같은 느낌이다.
장군봉으로 갔다가 작은 굴목재로 내려 보리밥집에서 점심 들고 송광사로 내려가면 좋겠다.
선암사쪽은 지난 겨울에 가봤으니....
넘어온 천자봉이 한눈에....
바위보기가 어려운데 한번 만났다하면 이처럼 덩치가 큰 편이야....
장군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은 원형으로 돌아가는데 천상의 화원처럼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맨발로 걸어도 무방할 정도로 돌 하나 없는 그야말로 비단길이다.
주능선상에 어디로부터 왔는지 개 한마리가...
등산객을 따라 다니다가 먹거리도 받아 먹는지....
목을 글어 주고 배도 만져주니 이 녀석 스르르 ...
아줌마분들 가까이 있는 것이 좋을 테니 따라오지 말거라..하니 따라오려다 말고....
오랫만에 계곡물 만났으니 시원한 물도 마시고 발도 식히고...
보리밥집에 들러 오늘의 활동 에너지를....
밥이 적어보이는데 더 주지 않는다.
그래도 곡주 반되와 함께 이것 저것 몽땅 먹으니 그런대로...
헌데 맛나게 보이던 곡주가 기대 밖이다.
술인지 모를 정도로.... 밋밋한 느낌이다.
나만이 느끼는 것이 아닌가 보다.
자리를 함께 하신 부산에서 오신 젊은 분도 곡주 특유의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공기 좋은 산이라서 그런지...
송광사를 향하여 가는 길에 배도사 쉼터인지라
한숨 자고 갈까 하여 접근해 보니 바닥판이 주저 않고 주변이 온통 쓰레기로...
참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송광굴목재 지나 송광사로 가는 내림길인데 장박골과는 달리 내림길 내내 돌길이다.
물소리 들으며 조심 조심....
송광사 땔감을 준비하는 곳이다.
폐목으로 장작 만들어 스님 머무는 방에 불 때는 일로... 화부들이 머무는 숙소도 있고....
이곳부터는 특수계급만 머물며 수행하는 곳인가 보다.
스님도 철저한 계급사회인지....
된장 등 발효식품 냄새가 예전 그대로다.
진정한 맛과 영양의 원조는 자연인가 보다.
잔디밭 잡초 제거하시는 분은 외부인 같다.
스님은 사찰내 노동과는 상관없이 오로지 수행에만 전념토록 하는지...
속세와의 부딪힘 없이 어찌 속세를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실제 경험해 보지 않고 책으로만 알고 있는 자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할 것인데...
속세와 단절된 특수환경속에만 같혀 있다면 생각이나 가치관 역시도 그렇하다 할 것이다.
이상향으로 편향된 가치관이라면 속세의 고통과는 무관하다 할 것인데...
대웅전 건물이 대단해 보인다.
반복되는 나쁜 업으로부터 벗어나려면 그만큼 보시를 많이 해야 한다는데....
오늘도 찾는 이마다 간절한 소원을 담아 지극정성으로 예불을....
어떤 생각으로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식물도 춘하추동을 겪어야만이 탐스런 결실을 맺는 법인데....
언제나 봄날이길 원한다면?
대웅전 안은 어찌나 화려하고 웅장한지 앉았다 나와도 기분이 달라질 것 같다.
엄청 큰 부처 3분이 중앙에서 내려다 보시고 각 부처 좌우엔 또 다른 여성 부처가 보좌하는 듯한 상인데 무슨 뜻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물어 볼만한 스님도 아니 계시고...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는 스님과의 대화 프로그램 운운하는 홍보물만이..
사찰마다 나무로 만든 물고기, 가죽으로 만든 북, 쇠로 만든 종이 있는데
물고기로 환생한 것들과 육축으로 환생한 것들 모두에게 종소리가 울려퍼지면 무슨 역할을 한다는데?
물고기나 육축으로 환생하지 않고 좋은 집안에 곧바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 으뜸이라는 것 같은데..
극락왕생이 이를 두고 하는 말인지....
송광사를 이끌었던 스님들의 혼백을 모셔 놓은 사당인데 각각의 스님께서 속세를 살아가는 자들에게 남기고 싶었던 말씀이 무엇이었을까?
해인사 성철 스님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라는 말씀을 남기셨다는데...
검은 것도 희다고 표현되면서 가치관의 혼돈속에 살아가는 세인을 향하여
자연의 순리대로 기본에 충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경계의 말씀 아닐런지
저마다의 소원을 담은 오색등이 흐르는 냇물 위로 엄청 아름답다
우리들의 소원은 무엇일까
건강 장수하는 것, 내가 원하는 직장에 취업하는 것, 승진하는 것, 좋은 배필을 만나는 것....
이승이나 저승에서나 좋은 것으로 영원토록....
잠시 잠깐 이런 저런 인연을 맺고 살다 때가 차면 구름처럼 흩어지는 우리들의 삶이라면
하늘의 뜻이 어떻한지를 궁구하며 자연의 순리대로 진인사 대천명하는 삶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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