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冬

북녘산하를 마주보고 있는 고대산에 올라 ... 2006.1225

서로조아 2013. 4. 12. 20:23





북녘산하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마주보고 있는 고대산을 찾아서

2006.12.25(월, 맑음)

신탄리역(10:30~35)→고대산 매표소(10:50)→1.2갈림길(11:05)→1전망대(11:10)→2전망대(11:30)→칼바위능선(12:20)→3전망대(12:50)→정상(13:10~14:00)→군초소→폭포(15:10)→샘터(15:20)→갈림길(15:30)→날머리(15:50)→매표소(16:00)→만두집(~16:40)→신탄리역(16:50~17:00)




병술년 햇님도 이런 저런 일들을 남기고 또 한 봉우리를 넘어 가고 있다.

예전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폭우는 아름다운 산하에 큰 상처를 입히고
그 품에 깃들어 살던 주민들에겐 가슴 깊은 상처속에 정든 삶의 터전을 떠나게도 했으니...

해를 거듭할수록 자연 재해는 우리의 수용 한계를 넘어가는 것 같고...
들뜬 마음으로 소원을 빌며 해맞이를 해보건만...
이젠 욕심을 이루기보다는 큰 어려움 없이 보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감사해야 할 것이다.

오늘도 집사람은 근무환경이 크게 바뀐 딸냄이 걱정이다.
전방 근무도 해봐야 하는 것이야 하면서 위로도 해 보지만....

흙먼지 자욱한 시골길로 첫 발령지인 동해 바닷가(안인진리) 화력발전소를 찾아가던 그때도 시간이 해결해 주지 않았는가.

철마 타고 고대산 가자니 평소 산행을 꺼리던 그가 아무말 없이 수락한다.

동두천 지나면서부터는 확연히 달라지는 정경은 60년대로 되돌아간 듯 한데 한탄강 건너 전곡역이다.
홀로 내리는 딸이 안타깝지만 잘 적응해 주리라는 믿음으로 모녀는 그렇게 이별의 손을 흔들고 ....

이제부턴 역간 거리도 제법 길어 졌다. 연천과 대광리 지나니 종점 신탄리역이다.
많은 분들이 내리는데 산님들이 대부분이다.


욕쟁이 할머니 집을 찾아보니 젊어지셨는지 욕쟁이 아줌마라는 간판이 보인다.

넓직한 주차장 끝으로 고대산 환영간판이 보이고 매표소다.
일천냥 내고 흰눈 깔린 포장도로 따라 15분 오르니 1.2구간 갈림길이다. 경치 좋다는 2구간으로 산님들 따라 오른다.





바람도 없고 봄 날씨처럼 포근하다. 땀이 흐를만하니 신탄리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평강 들녘과 북녘 산하도 보이기 시작한다.
고대산 자체보다는 북녘 산하에 더 관심이 간다.















칼날 능선에 오르니 정상이 가까운 것 같다.
남쪽으로 이름 모를 산봉우리들이 안개속에 어렴풋이 솟구치며 내려가고, 가마솟 뚜껑같이 우람한 금학산도 바로 연결되는 듯이 가깝다.




















▲산하가족 불사초 산님께서 2006.09.05 만나뵌 정경


정상 고대봉(832)에서 만난 동송읍 주민은 고대산 거쳐 금학산까지도 당일 산행이 가능하다며 접경지대의 이곳저곳을 설명해 주신다.









좌측이 백마고지이고 희끄무레하게 올라가는 철책선 넘어가 북녘 산하란다.




▲불사초 산님께서 2006.09.05 만나뵌 북녘 백마고지 주변 정경


▲산하가족 불사초 산님께서 2006.09.05 만나뵌 백마고지 모습







바로 북쪽이 평강이고 남쪽은 연천인데 저 들판은 철원까지 이어진단다.
한탄강은 지면보다 낮게 구불구불 들판을 가로 질러 전곡으로 내려가고...

부모형제 이별하고 아니 새 가정 차리자 말자 전선으로 떠나온 아버님 세대들
낮설은 이곳에서 적군과 아군으로 갈려 서로에게 총을 겨누어야만 했으니...

정치꾼들의 싸움판에 동원된 그들은 왜 목숨 바쳐 싸워야 하는지도 이해되지 않지만 떨어지는 포탄 속을 이리 뛰고 저리 뒹굴며... 밤낮으로 젊은 피를 쏟았을 테니 온 산하가 피로 물들어 계곡마다 핏물이 흐를 정도라 했으니 저 앞의 평강 들판을 사이에 두고 벌어진 전투가 얼마나 처절했을까


밤낮 계속되는 전선상황점검과 작전계획 논의로 분주히 오가고 병력과 무기와 식량 지원 호소하는 일선부대장의 애절한 목소리도 들리는 듯하다.

하달되는 명령에 따라 병력 배치하고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그들은 후방의 지원 포사격 믿고 날아오는 총탄을 온 몸으로 맞으며 진격했을 테고.

연거푸 터지는 연막탄으로 들녘은 방향감각도 잊어버릴 정도로 캄캄한데 소대장의 목소리를 따라 빗발치는 총성을 아랑곳 하지 않고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전진만을 ....

때로는 총탄이 고갈되고 추위와 굶주림 목마름 그리고 며칠동안 뜬눈으로 보냈어야 할때도 있었을테니 목숨을 하늘에 맡기고 화마의 한가운데서 육탄전을 벌이다 산화하신 그분들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진다.

이런 곳엔 위령탑이라도 있을 법한데...
술 한잔 부어 드리고 조국의 평화를 함께 기원하자며 건배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고대봉 정상석만이 북녘을 바라보고 있다.



양지쪽 눈밭위에 앉아 북녘 산하를 내려다보며 곡주를 연거푸...

작은 국토에 모여 사는 우리 민족 서로를 미워하고 적대시할 필요 있겠는가.
평화적으로 왕래하며 서로의 유익을 위해 힘을 합쳐 경제력 배양에 힘쓰면 좋으련만....

경제력은 곧 방위력으로 이어지는 법이니 우리끼리 협력하는 것도 자칫 역이용당할 수도 있고
강대국의 비위를 거스리게 되면 화를 자초할 수도 있으니 오늘의 우리처지가 얼마나 안타까운가

하지만 영역다툼과 먹이 쟁탈전, 서로의 필요에 따라 동업관계에 있는 개미와 진드기처럼 이상보다는 냉험한 현실을 직시하며 자연의 섭리에 순응해 가는 지혜로운 처신만 한다면 외톨이로 있는 것보다 안전하리라.

남북을 향하여 울려대던 스피커 소리도 사라지고 간간이 들려오던 포성도 멎었는지 오늘은 그야말로 평화롭기만 하다.

주변 강국의 이해에도 상충되지 않고 모두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길을 힘써 모색하고 서로의 유익이 되도록 힘을 모아갈 때만이 평화가 지속되리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자들의 가치관과 실천의지에 따라 평화와 전쟁을 오가며 역사의 수레바퀴는 돌아가도록 되어 있는 것 같으니...







욕쟁이 아줌마 집을 찾아보니 둥근 철판위에 돼지고기와 신 김치를 볶아 둘러서서 이슬이를 나누며 즐거운 분위기다.

김치만두집으로 옮겨 어머님의 솜씨와 비교해 보며 곡주에 두부까지...
헌데 두부는 간수가 덜 빠졌는지 아니면 내 입맛이 까다로운지...

털레털레 건널목 지나다 보니 북으로 이어지는 철로 끝에 원산항과 금강산도 보이는 듯하다.









철마에 오르니 햇님도 불그스레한 모습으로 서산을 넘어 가시며 잘 가고 또 오라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