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冬

설화 대신 태백산 신령님 만나뵈니.. 2007.0113

서로조아 2013. 4. 12. 20:44



 




설화 대신 태백산 신령님 만나 뵈니

2007.01.13(토, 맑음)

화방재(11:30)→사길치(11:40)→유일사삼거리(12:30)→주목군락지(13:00)→장군봉(13:10)→천재단(13:20)→하단(13:30)→부쇠봉(13:40)→문수봉(14:10~40)→당골(15:30~17:00)









환상적인 눈꽃과 주목으로 극찬 받는 태백산
아직까지 인사드리지 않아선지 산행기 봐도 눈요기만 할 뿐...

집사람도 터키여행 떠나고 날씨도 화창하니 내일 당장 산악회라도 ... 서울에서만 10여개 산악회가 태백산이다.

자다 깨다 보니 3시. 밥통 전원 넣고 뒤척이니 5시다.
든든히 먹고 출발 30분전에 집을 나서 떡 공장 들러보니 김이 모락모락 하는 떡들이 기계와 아줌마들 손끝에서 화려한 모습으로...



제천휴게소 지나 영월로 접어드니 민둥산 갈 때 보았던 산들이 반가운데 눈이 다 녹아 버렸는지...

태백선 외길 철도와 동강으로 흘러드는 석항천 따라가다 증산 함백 방향에서 상동 쪽으로 큰 고개 두개 넘어
김삿갓 고향땅으로 흘러가는 옥동천 거슬러 올라가니 화방재(해발800m)다.





4시반 출발이라는데 문수봉까지 인사드릴 수 있을 런지...
일렬 종대로 밀려서도 가고 앞이 서면 모두가 휴식이다.




우리들의 삶이 윤택해져서 이토록 많은 분들이 왔을까

산간 비탈 밭에 버려진 배추들, 폭우와 긴 가뭄으로 어려움이 많았던 지난 날들 땀 흘려 가꾸었건만 ...
저 농부처럼 땀 흘린다 해도 미래가 불확실 하니 오늘 현제를 건강하게 즐기고픈 생각들을 하는 것은 아닐 런지...
우리들 부모 세대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저축하고 오로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한 삶이었는데....

유일사 삼거리 지나 망경사 갈림길이 가까워지면서 사진으로 봤던 주목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자신의 몸이 무너져 내린지 천년 넘어 오래이건만 일부 가지가 살아 있으니 아직도 할 일이 있다며 어렵게 연명해 가는 주목들.. 스스로 서있기도 힘든 지경인데 보조 몸통 만들어 주어 조금은 연장되는 듯하지만..

우리들도 여기 주목들처럼 의술에 힘입어 100년 넘도록 연명해 가려 할 것인지....

뒤돌아보니 함백산 정상엔 중계소가 보이고 우측 멀리 풍력 발전기 날개들이 보인다. 아마 그 넘어가 삼척이겠지.





▲ 계백산님께서 백두대간 삼척시 금대봉→삼수령 산행시 천의봉에서 만난 풍차



주목들의 손자인지는 모르지만 식재된 애기 주목들 주위로 바람막이가 쳐져 있는데 산꾼들 바람 피하기 좋은지 애기 주목 옆에 자리를 펴고... 눌릴까 봐 겁먹고 있는 아기 주목의 불안은 내 알바 아닌지..

아빠 주목들은 보이지 않으니 오래전에 모두 징용 당했는지.... 그 놈들 키울 능력도 없으면서 욕심만 부리고... 이젠 대가 끊길 지경이니...

이내 장군봉(1578)인데 가지마다 가득히 앉아 있을 설조들이 모두 하늘로....



한 마리도 못 잡고 먼 하늘만 쳐다보니 남서쪽 멀리 구름 위로 소백산 신령님이 얼굴을 살짝 보여 주시며 반겨주신다.







그 아래 영월군 쪽을 자세히 살피니 형제봉과 선달산 구룡산 거쳐 이곳으로 달려오는 백두대간님도 모습을 보여 주시며
처음 왔으니 태백산 신령님과 늘 가까이 계시는 분들께 먼저 인사드리고 다음에 또 오라 하신다.

함백산 서쪽 두위봉 넘어로 민둥산님도 반겨주시고 아득히 먼 하늘 구름층 위로 가리왕산님도....





장군봉 돌탑에 이어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소원을 빌어 왔던 천제단(1567)도 돼지머리 앞에 촛불 켜서 시산제 올리는 산악회원들로 초만원이다.
마음을 모아 기원하는 것은 좋지만...





빨리 그곳을 빠져나와 부쇠봉 방향으로 내려가니 그곳에도 돌탑 제단이 있고 그 앞에는 벼슬하셨다는 비석과 함께 묘가 있다.

부쇠봉(1547)에 올라 봉화군 쪽을 살펴보니 청옥산(1276)이 장엄하고 끝없이 첩첩 산이다.
이곳 부쇠봉에서 백두대간 차돌배기로 이어지는 능선도 보이고...




▲ 부쇠봉에서 백두대간 차돌배기로 이어지는 능선(계백산님 07.01.14 담아오신 것)



눈이 부실정도로 하얀 자작나무 숲을 지나 문수봉(1517)에 오르니



특이하게도 이곳만 너덜로 이루어졌는데 정성 가득한 돌탑이 여러 개 보인다.
육산인데 비슷한 크기의 돌들을 어디서 구해 왔을까. 저런 크기로 쌓아 올리려면 몇 달 아니 몇 년이 걸렸을지도 모를 일인데 정성이 대단하다.







양지쪽 돌 위에 앉아 인절미와 커피 향으로 얌얌 하면서 동해 따라 내려가는 산줄기 바라보니 울진이 저 넘어에 있을 것 같고




▲ 백두대간 차돌배기로 이어지는 능선



그 아래 백암온천으로 유명한 백암산도 보이는 듯하다.
기념사진 남기고 당골로 내려가는데 한산한 주중엔 엉덩 썰매 타기에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전방 상태를 모르면 무척 위험할 것 같다. 급히 떨어지는 곳도 있으니....

단군성전 갈림길 지나 전나무 숲을 빠져 나오니 건물이 보이고 얼음 조각 축제를 위해 눈 뭉쳐 놓은 것들이 마당에 가득하다.







지구상의 생명체들도 저것처럼 일정기간 특별한 형태 없이 존재하다가 어느 시점에 신의 의도대로 저마다의 특성을 부여한 것은 아닐 런지....

굳은 날씨에 냉혹한 칼바람까지 불어댔다면 설화와 상고대는 분명 환상적이겠지만 먼데 계신 신령님 뵙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세상만사가 하나를 얻으면 반드시 하나를 잃어버리는 것 같다.

좋은 것도 언제나 좋은 것이 아니고 나쁜 것도 항상 나쁜 것이 아닌 것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