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冬

팔공산 갓바위→동봉→염불암→동화사2008.0119

서로조아 2013. 4. 12. 20:52





또 다시 포도청으로 ,

2008. 01. 19(토) 맑음

버스종점(09:30)→ 용덕사 → 약사암(10:50~11:10) → 갓바위(11:20~30) → 능성재 →신령재 → 동봉(16:00) → 염불암 → 동화사(17:20)










포도청에서 풀려난지 2개월만에 다시 발목 잡혀 신년 벽두부터 비상이다.

포도청 속은 예나 지금이나 이른 새벽부터 밤늦도록 지지고 볶는 통에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다.
나도 그들과 한무리 되었으니 싫더라고 분위기에 따라가는 수밖에...

그야말로 전쟁터니 무조건 속히 적응할 수밖에 없다.

엄동설한이니 따끈따끈한 찜질호텔이 우선 당장은 좋을 것 같다.

도보 10분거리에 있는 수목원에서 산책하고 24시 마트에서 요기한 다음 현장 컨테이너 사무실로 출근이다.

2주마다 상경키로 하고 이곳에서 쉬는 날엔 오로지 산행이다.
찜질호텔 속에 머물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워낙 많은 손님으로 떠들썩하니...

대구 팔공산 신령님께 새해 인사부터 드리는 것이 좋겠다.
라면 밥으로 에너지 충전하고 동대구행 전철에 오른다.

관암사 오름길에서 예전과 달리 우측 오솔길로 들어간다.









시야가 열리는 능선에 오르니 갓바위가 바로 맞은편이다.
가파른 암릉길에서 반겨주는 기암들 살피다보니 어느새 갓바위가 손에 닿을 듯이 가깝다.


▲능선길에서 보니 갓바위는 바로 건너편인데 관암사는 계곡 아래로 보이고




▲갓바위 아래 양지쪽의 용덕사는 침묵으로 조용하고



안부에서 구운밤 사 넣고 용덕사 돌아가니 약사암이다.
짠 무와 다진 고추 곁들여 씨레기 된장국밥으로 이른 점심을 먹는다.

약사암에서는 관세음보살 불경소리가 계속되더니만 갓바위로 오를수록 약사여래불로 바뀌어 불경소리가 온 산에 가득하다.

갓바위 전면은 소원성취 오색등이 하늘을 덮었고 지면은 엎드려 간구하는 불자들 열기가 대단하다.







오색등에 매달린 문구는 인생길 갈림길마다 잘되게 해달라는 내용들이다.
위에 계신 약사여래불은 자신 앞까지 힘들게 찾아와 거액의 불전을 바치고 백배하는 자의 소원을 우선적으로 들어줄 것인가?

불상도 우리들처럼 생각할까?





이 세상에 좋은 것만 있을 수 있을까?
좋은 것이 있으면 나쁜 것도 마치 빛과 그림자처럼 함께 하는 법인데....
하지만 우리들은 언제나 좋은 것만 바란다.

언제나 온실 속에 있다 해서 좋을리 있겠는가?
좋은 환경에서 웃자란 나무는 혹독한 사용조건에는 쓸 수 없다.

힘들고 어려운 것 좋아할 자 누구이겠는가?
하지만 신의 뜻은 춘하추동의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자만 대를 이어 생존할 수 있게 한다.

언제나 봄이면 좋을 것 같지만 자연 속에 깃든 신의 뜻과는 상반되는 것 아닐까.

겪어야 할 어려움이라면 달게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밤이 지나면 반드시 광명의 세계가 오듯이 분명 어려움을 극복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신의 선물이 있을 것이다.

때로는 혹독한 한겨울처럼 설상가상의 어려움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을 때도 있을 것이다.
겨울이 아무리 춥다 해도 참고 이겨내면 반드시 따뜻한 봄바람 불어 오리라

춘하추동이 계속되는 것처럼 동일한 상태가 지속되는 법은 없지 않은가.
피조물인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신이 주신 하루 24시간부터 감사한 맘으로 열심히 사는 것일 것이다.

신의 선물은 저마다의 기질과 습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남의 선물 탐할 필요도 없을 테고....
자신의 분수에 맞지 않는 과분한 선물은 자칫 화가 될 수 있는 법이니 기대하지도 말고....

흰눈 이불속에 잠든 주능선 오르락 내리락 하는데 신령재 이후 암릉 길은 유리알처럼 투명하다.























우회 길로 조심조심 올라보니 동봉 안테나 철탑이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