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秋

세월따라 구름처럼 살아야지.. 북한산 의상봉으로 2011.1120

서로조아 2013. 4. 23. 14:37





세월따라 구름처럼 살 수 밖에 없지 않나 자위하면서 북한산 의상봉으로

2011.11.20.(일, 맑음)

녹번역(10:30~40)→향로봉(12:00~10)→비봉(12:30)→사모바위(12:40)→통천문(12:50~13:20)→문수봉(13:50~14:00)→청수동암문→나월봉(14:20)→나한봉→용혈봉(15:00~20)→증취봉(15:30~40)→의상봉(16:00~15)→산성입구(17:00)



우리들의 삶은 부지중에 지속적인 변화를 강요받는 것 같다.

잠깐 쨍할 때도 있지만 이내 또 다른 숙제들이 구름처럼 밀려들면서 마치 먹이사슬처럼 먹고 먹히는 구조가 계속되는 것 같다.

지속적으로 강요되는 변화에 둔감한 채 방치하면 부동산을 소유할지라도 땅거지가 될 수 있다.

보유중엔 느껴지지 않을지라도 양도세 부과되면 사정이 달라질 수 있는데 처분되기 곤란한 부동산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

지자체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개발에 힘 쓰면서 실거래와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지가를 올리는데 오래된 부동산은 대부분 수확이 줄어들고 있으니....

봄날처럼 온화했던 날씨가 하루만에 쌀쌀해 졌는데 창문 밖으로 멀리 북한산 쪽두리봉에서 보현봉에 이르는 능선이 선명하다.



가을도 지나가고 초겨울이니 오늘 하루만큼은 산길을 걸어보고 싶다.

가는 길에 먹거리 준비하는 것으로 하고 물만 데워 집을 나선다.


 



녹번역엔 가끔 산꾼이 보일 뿐 한산한 편이다.

김밥집이 뵈지 않아 빵, 컵라면, 곡주 사 넣고 탕춘대 비단길로 올라 가을꼬리에 남겨진 낙엽향에 취하다 보니 쪽두리봉, 향로봉, 비봉..
우람하면서도 기이한 바위들이 여기 저기 무리지어 반겨준다.


 


 


 


 


 


 


 


 


 



향로봉에 오르니 하늘이 열리면서 멀리 백운봉 인수봉 만경봉 노적봉이 하늘도성 같은데 보현봉 문수봉 나월봉 나한봉 용혈봉 의상봉으로 뻗어내린 능선은 하늘도성의 성곽인양 대단한 기세다.


 


 


 


 


 


 


 


 


 


 



사모바위 주변은 언제나 먹거리로 여기저기 즐겁다.
둘러앉아 시원한 곡주에 삼합을 즐기시는 분도 계시고....

사각기둥으로 다듬어진 듯한 사모바위는 하단 바위와는 분리된 모습이고 경사면에 얹혀 있어 넘어질 것 같은데도 확고한 무게 중심에 붙들려 있는지 볼수록 신비롭다.


 


 



삭풍을 피해 양지쪽 바위에 앉아 컵라면으로 중간급유하는데 문수봉 사면의 금두꺼비 녀석이 반겨주고, 보현봉은 서울도성의 파수꾼인양 대단한 기세로 하늘높이 솟구쳐 있다.


 


 


 


 



문수봉 오름길엔 얼음이 녹아내리고 음지 바위면엔 투명한 얼음막이니 상당히 조심스럽다.


 


 



높은 단에 올라 앉아 언제나 일심으로 서울 도성의 안녕을 기원하는 금두꺼비 녀석 오늘도 변함없는 모습으로 여전하다.


 


 


 


 


 


 


 



문수봉에 올라 주능선 끝에 치솟은 백운봉 인수봉 만경봉 노적봉에 눈 인사드리고 청수동암문 지나 나한봉 나월봉 거쳐 거대한 바위사면 따라 급경사지를 내려오니 부왕동암문이다.


 


 


 


 


 


 


 


 


 


 



엄청 큰 바위들이 굴러 떨어지지 않고 능선에 뒤엉켜 있는데 틈을 따라 올라서니 바로 곁에서 머리만 불쑥 내민 쪽제비 녀석이 이 부근에 강아지 바위가 있다며 찾아보란다.


 


 



오래 전부터 강아지바위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던 터인지라 이번만큼은 꼭 찾아 보고 싶었는데 잘 됐다.

주변을 샅샅히 살펴보는데 어디에 숨어 있는지? 분명 능선 가까이 있을 텐데...

마음 비우고 이리 저리 살펴보아도 내 눈에는 뵈지 않는다.

허는 수 없이 도움을 청해 다시금 살펴보니 역광 속에서 어렴풋이 머리가 뵈는 것 같더니만 코 눈 귀가 영락없는 바둑이녀석이 불쑥 고개 내밀어 반겨준다.


 


 


 



아침 산책중에 자주 만나는 강아지들 이 녀석들도 개성이 특이하다.
양보심이 많은 녀석도 있고 자기만을 사랑해 달라고 질투심이 많은 것도 있다.
주인이 곁에 있을 때와 없을 때의 행동이 다르다.
고리를 풀어주면 날뛰며 좋아라 하지만 주인이 부르면 다가가서 순종한다.
주인과 교감하는 것이 솔직히 사람 못지않은 것 같다.

그 뿐이랴 마약견은 비닐로 감싸고 철갑속에 숨겨진 마약도 찾아낼 정도라니...
사람보다 못한 동물로 여기지만 사람보다 월등한 능력도 갖고 있지 않은가?
사람이 만물중에 최고로 알았는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만물의 영장이라 할까? 지혜일까?
동물도 사람보다 뛰어난 지혜가 있다 할 수 있는데...

황금을 사용할 수 있었기에 사람이라 칭하며 먹이사슬 밖에 존재하는 것일까?
황금만능일수록 황금 없이는 사람 노릇하기 힘들지만 황금을 사용할 줄 안다 해서 사람이라 칭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혜롭고 귀엽게 행동할지라도 동물에게는 미안함을 느낀다거나 죄책감이 없단다.
하지만 사람만큼은 윤리를 모를지라도 남몰래 잘못을 저지르면 마음이 괴로워진단다.
결국 양심의 활동이 마비된다면 사람일지라도 동물과 다를바 없다 할 것이다.

황금만능일수록 양심의 활동이 마비되는 것 같으니 어찌된 일일까?


 


 


 


 


 


 


 


 



용혈봉 넘어 증취봉을 내려가는데 주능선 넘어오는 헬기 소리가 들리더니만 의상봉으로 접근하여 잠시 머문다.
이내 들것이 올려져 일산 쪽으로 날아간다.


 


 



이곳 능선은 좌우가 급경사 절벽이니 미끄러져 떨어지면 중상 아니면 사망일 것이다.

곡주 한병 넣고 왔지만 의상봉으로 하산계획이 잡히면서 한잔도 마시지 아니했다.

오랫동안 산행하려면 무리한 욕심 버리고 절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의상봉에 올라 맞은편에 선명한 백운봉, 원효봉, 노적봉, 만경봉 그 뒤로 오봉에게도 눈인사 드리고 조심조심 하산을 서두른다.


 


 


 


 



석양이 가까운 시간인데도 길 물으며 올라오는 분도 계신다.

늦은 시간에 모르는 위험한 능선 오른다는 것은 아무래도...
산행만큼은 철저히 준비하여 겸손함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산은 경외하는 마음으로 올라야지 침묵중에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도 들을 수 있지, 오만한 마음으로 체력단련 하듯 오르면 천수를 누리기 어렵다 할 것이다.

산행은 손상된 심신을 원상 회복시켜 주는 치유력이 있다 할진대 속세의 욕심 버리고 순전한 마음으로 자연에 눈 맞춤한다면 더더욱 좋은 것으로 화답하리라.



산을 섭렵한다할지라도 오만함과 분수를 잃는다면 무슨 유익이 있으리오.

자연은 우리의 정복 대상이 될 수 없음이 분명할 텐데...

우리 앞에는 다양한 구름떼가 계속 다가오면서 나의 선택과 실천을 강요하고 있다.

건강도 부귀 영화도 잠시 잠깐 스치고 지날 뿐이니 항상 자신을 살펴 교만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