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산장주막

자식에 대한 사람도 짐이 될 수 있으니...

서로조아 2013. 8. 6. 20:33

도서관에서 가끔 뵙는 81세 되시는 선배님 오늘도 뭔가 숙제가 있으신지...
법학을 전공하신 분으로서 5남매를 키워 모두 출가시킨후 사정이 괜찮은 자식과 함께 사시는 것 같다.

전철을 바꿔 타시며 1시간 이상 소요되는 거리인데도 여전히 탐구적인 모습이다.
주변분들이 겪는 법률적 문제를 도와주시는 것 같다.

평소 애지중지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분야의 귀중한 책만을 엄선해 놓고 자식에게 물려주고픈 생각인데...
자식녀석들 관심이 없는 것 같아 더이상 기다릴 수도 없어 살짝 의중을 떠보니 비용드릴 것 없이 고물수거하는 분에게... 그만.....
한차 넘는 분량을 서울복지관(종로2가)에 기증해 버렸단다.

고민거리가 또 하나가 있는데 한차 분량의 낚씨도구란다.
젊은시절부터 낚씨를 좋아해서 애지중지한 것들인데 금년 가을 민물낚씨 다녀온 후 정리해야 될 것 같다며, 낚씨엔 깊은 철학이 배어 있다 하신다.
대 낚씨는 고기 한마리만을 상대로 하는 사기꾼이요.
릴 낚씨는 강도라며 한평생 낚씨를 취미로 많은 것을 터득하셨는지 그만 둘 수 밖에 없는 처지를 무척 아쉬워 하는 것 같다.

릴낚씨 한대를 저에게 주시면 어떨까요 여쭈니 한대 가지고는 소용 없단다.
추만 해도 잡고자 하는 대상에 따라 여러 종류가 소요된다며 이것만도 한푸대정도 된단다.
애정이 깃든 장비들 뿔뿔이 흩어지는 것 보다는 한사람에게 모두 물려주어 귀중히 활용되었으면 하는 바램인 것 같다.

자식들은 말이 없고 손주녀석은 할아버지가 크로마뇽 같다며 싫어하는 눈치인데...
책가방 들고 다니는 것 볼 수 없고, 책상 주변에도 책이 없고, 서랍엔 스마트폰 악세사리만 뒹굴고...
글쓰기도 않하고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단다.

자식녀석도 아빠가 애지중지하는 것에 관심이 없고, 손주녀석은 원시인의 시조인 크로마뇽에 견주고 있으니...
세대간 공감대가 없고 불통이 깊어지다보면 결국은 무관심으로 서로를 외면하기 쉬울텐데?
나 역시도그렇하니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고민거리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한평생 끌어 모았던 것에는 이런 저런 추억들이 베어 있기 마련인데 쓰레기처럼 버려야 한다니?
한차가 넘는 분량 보관하기도 어려운데 자식 눈치보며 계속 애지중지할 수도 없지 않은가

이녀석들 할아버지 돌아가시면 당장 버릴 것이니 길이 보존할 만한 자를 만나 기증하고 싶어할 것이다.
문제는 한차가 넘는 골동품 같은 것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받아 줄자를 만나기 어려우니....

석양에서 느끼는 서글픔은 겪어본 자만이 알 것이다.
할아버지의 사상이나 교훈은 먹혀들지 않고 ..
자식도 손주도 모두가 컴퓨타나 스마트폰에 매달려 있으니 ..

이젠 자식이 필요없는 세상이라는데....
먹거리도 살아가는 방법도 부자간에 공유할 것이 없고...
모두가 각자요 개별적인 삶으로 깊어지고 있으니...

부모의 정성이 깃든 정원과 주택일지라도 자식들 눈에는 그렇게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을텐데 종착역을 앞두고 아옹다옹 해가며 유산 물려줄 이유 있겠는가?

황혼이 깊어질수록 마음의 짐이 늘어나기 쉬운 것 같다.
자식에 대한 사랑도 짐이 될 수 있으니 어쩌면 좋을까?
자식에 대한 미련도 버려야 한다는데.....
어쩌다 이런 세상이 되었는지?

하나의 농토에서 대를 이어 땀 흘리며 오두막 초가집에서 3대가 함께 오손도손 살았던 시절도 분명 있었건만....
원시인같은 삶이었을지라도 그래도 그때가 사람 사는 맛이 나고 행복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