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秋

영남알프스 석남사→가지산→운문산→석골사20140927

서로조아 2014. 10. 6. 11:15



 

가지 운문산 신령님 포항에 잘 있다 갑니다.

2014.09.27.(토, 맑음)

포항시외터미날(07:30)→언양터미날(08:50~09:15)→석남사(09:40)→상운산임도(11:50)→쌀바위(12:10~20)→가지산정상(13:00~10)→중식(13:20~40) →백운산갈림길(14:20)→아랫재(14:50)→전망대(15:50)→운문산정상(16:10~15)→딱밭재(17:35)→석골사(18:10)→버스정류장(18:30)→석남사(18:50~19:10) →울산시외터미날(20:00~10)→포항터미날(22:00)




 

 

11개월동안 포항에 머물면서 진즉 찾아뵈었어야 할 영남알프스.
내주초 상경예정이니 작별인사라도 드려야겠다.

엉겹결에 닭장 밖으로 밀려나 병중에 계신 85세 노모까지 홀로 두고 멀리 울산으로...

16년전 갑작스런 경제 태풍속에 갇혀 풍파에 힙쓸리다 피신한 곳이 바로 영남알프스

곤한 마음을 포근히 감싸 주시고 마음속에 맺힌 억울한 감정과 의문점들도 눈녹듯 사라지게 해 주신 영남알프스...

그 중심에 계시는 가지산과 운문산 신령님 품안에 안겨 그 때 그 시절을 추억하며 온종일 걷고 싶다.

경주 거쳐 경부고속도로 달려 언양으로 들어가는데 오늘이 장날인가 보다.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씨끌벅쩍한 모습이다.

어수선해 보일지라도 그 속에 사람 사는 맛이 있으니 참으로 묘한 것 같다.

깔끔하고 체계화된 시장은 가격과 품질이 안정적이지만 대화가 필요 없다.

시골장은 일일이 물어보고 흥정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오가는 대화속에 인정도 함께...

흩어져 살아가는 자간에 소식을 전해 듣고 이런 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로 온종일 씨끌벅쩍하다

석양이 깊어지면 저마다 막차에 올라 재회를 기약하며 흩어져가는 시골장날 정경은 지역마다 색깔을 달리하며 독특한 감동을 주는 것 같다.

살아가는 방식이 세분화될수록 공동관심사항이 줄어 마음문은 빠르게 닫혀지는 것 같은데 최첨단 통신기기가 마음문을 열게 할 것인가?

영남알프스 산줄기만큼은 바라보는 자마다 마음문 활짝 열게 하는 것 같다.

 

 

 

 

석남사계곡을 줌심으로 옛기역 더듬어 올라가는데 유실된 곳이 많지만 마음속에 간직된 나침판은 상운산 임도로 정확히 안내하는 것 같다.

 

 



임도에 올라서니 쌀바위가 빼꼼히 얼굴 내밀고 옛모습 그대로 반겨준다.

 

 

 

쌀바위가 내어 주는 시원한 생수 마시고 한병 채워 올라보니 산사면 여기저기에 곱게 물들어가는 단풍잎새가 촛불처럼 깜빡거리며 가을이 깊어간다고..

 

 

 

 

 

 

학심이골과 상운산, 석남사 계곡과 가지산 중봉, 멀리 능동산, 배내봉, 간월, 신불산 영축산까지 지난 추억속에 더 없이 반가운데 가지산 정상부터 오색 가을옷으로 갈아 입혀지고 있다.

 

 

 

 

 

 

 

 

 

 

 

정상석 바로 인근에 또 다른 크고 매끈한 돌비석이 내가 진짜 정상이라며 경쟁하듯 으시대니 산꾼들도 그쪽으로 더 몰려든다.

 

 

 

 



산정상에 대한 산꾼들의 경쟁심리는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검은 안경을 쓰고 산행하면 모든 것이 검게 느껴지는 것처럼 각자 어떤 안경을 쓰고 산행하느냐에 따라 보고 느끼는 대상과 관심범위가 달라지는 것 같은데 산신령님이 우리마음에 기대하는 안경은 어떤 안경일까?

건너편으로 가깝게 뵈는 운문산 신령님 사람들은 부질없는 것으로 경쟁하길 좋아한다며 이제 그만 달려 오라하신다.

 

 

 

 

 



동서남북으로 기념사진과 함께 눈인사 드리고 아랫재를 향하여 숲속 오솔길을 산양처럼 달려간다.

 

 

 

 

 

 

 

 

 

 

 

 

 

 

 

 

 

 

 

 



솔그늘에 앉아 발아래 호박소 쇄점골, 건너편 산줄기따라 능동산 천황산 재약산, 그 뒤로 멀리 간월 신불 영축산 신령님께 다시한번 눈인사 드리니 잘 가고 또오라 하시는데 언제 다시 뵈올 수 있을런지...

 

 

 

 

 

 

 

 

 

 



태풍 매미가 아랫재로 빠져나갈 때 찟기고 부러졌던 소나무 찾아 보는데 낙락장송 몇그루가 알면서도 모르는 척....

환란중에 살아남아 낙락장송의 기풍을 자랑할지라도 잠시잠깐 영원할 수 없는 것...

낮과 밤이 계속되는 한, 양지와 음지는 번갈아 바뀌는 법이니 영광도 아픔도 잠시잠깐 이리라.

때를 따라 길흉화복이 마치 춘하추동처럼....

 

 

 

 



가파른 오름길 전망대 바위에 올라 석양빛 감도는 가지산 신령님 품속 이곳 저곳에 다시한번 눈인사 드리고...

 

 

 

 

 

 



작고 외소한 운문산 정상석이 반가운데 바로 위에 육중하게 생긴 정상석이 내가 진짜 정상이라며...

 

 



옅은 구름층으로 햇님이 가리워지니 빠르게 빛을 잃어간다.

특이한 소나무와 함께 기념사진 남기고 딱밭재 암릉길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운문사, 운문호, 사리암, 상원암에 눈인사 드리다보니 아쉬운 발걸음은 어느새 딱밭재란다.

 

 

 

 

 

 



땅거미가 짙어지는 계곡으로 내려 발걸음 재촉하니 약한 물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상원암에서 내려오는 주계곡과 만난다.

 

 



운문산 신령님 내어 주시는 물로 세수하고 발도 식히며 5분간 휴식을...





남아 있는 석양빛에 의지하여 발걸음 재촉하니 석골사를 지난다.





평지가 좁아선지 넓은 지역에 자리잡은 운문사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외소한 모습이다.

뻥뚤린 신설도로 옆으로 구길은 그대로인데 얼음골 사과 매장이 있을 뿐 사람을 전혀 만나볼 수 없다.

사과매장 주인에게 여쭈니 석남사행 막차는 지났고 얼음골까지만 운행된다고 한다.
포항으로 가려면 언양쪽으로 가야하는데...

밀양으로 가게 되면 밀양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할텐데.. 운문산쪽에서 나오는 차량에 비상 지원을 요청해보지만 지나쳐 버린다.

모두가 빠져나갔을 것 같아 체념하고 밀양행을 기다리는데 뜻하지 않게 운문산 쪽에서 또 한 대의 차가 막 얼굴을 내밀고 살피는 모습이다.

용기를 내어 적극적인 구원요청을 보내본다.
석남사까지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석남사행 막차가 끝났다 해서...
부부산님이신데 고맙게도 허락하신다.

다행이다. 운문산 신령님께서 가는 길도 지켜 보셨는지....

부부가 함께 늦은 시간까지 산행 하셨으니 이분의 산행인연이 궁굼해진다.

10년전 영남알프스의 추억 찾다보니 늦었는데 님께서는 언제부터 어인 일로 산행하시게 되었습니까?
친지따라 지리산에 갔던 것이 산과의 인연이 된 것 같다 하신다.

산은 어떤 마음으로 오르느냐 따라 독특한 감동을 얻는 것 같지요.

사람들과 어울리는 즐거움에 취하다보면 자연의 선물을 놓치기 쉬운 것 같습니다.

한때 산을 많이 다녀보았다는 것을 자랑할 뿐, 산에 대한 감명은 남아 있지 않는 것 같더군요.

산과 좋은 인연을 맺어 가시길 기원드립니다.

영남알프스의 푸근하면서도 웅장한 산세,

광활한 천상에 활짝 피어난 억새들의 한들댐을 바라보며 즐거워할 수 있는 것도 우리들만의 큰 행복이요.

그것이 곧 자연의 축복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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